귀찮아야 자존감이 올라간다.

by LALA쌤

옛날에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별게 없는 줄 알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 주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냥 단점도 장점도 다 받아들이고 이대로 순응하려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흘러가는 대로 대충 살아가던 어느 날, 거울 속 낯선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상하다, 있는 그대로 봐주려니 점점 못 봐주겠잖아?


걷는 것도 귀찮아, 운동하는 것도 귀찮아 자꾸만 집에 스멀스멀 기어 들어갔던 과거의 나 덕분에 내 체력은 바닥이 났다. 그냥 밖에 나가 놀고 싶은 날에도 몸이 따라주질 않아 싱겁게 들어오기 일쑤였다. 뭘 좀 해볼까 싶다가도 금방 지쳐서 그만 둘 때도 많았다. 거울 속 하얗게 마르고 배만 툭 튀어나온 내 모습은 볼품이 없었다.


그것뿐이랴, 외모에 집착하지 말고 내면을 성장시켜야 된다는 생각에 꽂혀 피부 관리, 옷 관리 등을 소홀히 했다. 겨우 화장을 지우고 로션 바르는 걸로 홈케어는 끝, 옷은 대충 보이는 것 주워 입고 끝. 매일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걸치고, 다크서클이 잔뜩 내려온 얼굴을 들고 다니는 일은 썩 편하지도 유쾌하지도 않았다. 날이 갈수록 나 자신이 볼품없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내면의 성장에 힘썼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고 싶은 거 할래,라는 생각에 빈둥거리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느낌이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먹고 싶은 것만 먹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니 참 편안했다. 하지만 내 삶이 편하면 행복해져야 하고, 자존감도 덩달아 올라가야 하는데 이상하게 반대로 그래프를 그리는 것 같았다. 편안하기만 한 삶, 안주하는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그동안의 나는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는 말에 사로잡혀
그냥 나를 "방치"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할 목록 안에 나의 게으름까지 들어있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언가를 해야지만 내 본연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돌보지 않는 자세도 문제가 있다. 나를 잘 돌보지 않아 이미 가지고 있었던 좋은 점까지도 깎아버리는 행동이 자존감을 높여줄 리가 없다. 상위 1%의 대단한 누군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에게만큼은 최선의 모습을 보여야만 나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을까.


나를 사랑한다면, 자존감을 올리고 싶다면
일부러라도 귀찮은 일을 계속해줘야 한다.


굳이? 싶은 일들도 내게는 계속해줘야 한다. 나 자신을 귀한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과하게, 꾸준히 대접해줘야 한다. 귀찮지만 영양제 몇 알은 꼭 먹어야 하고, 번거롭지만 날 위해 건강한 재료를 사고 요리해 먹여야 한다. 자꾸 로켓배송이나 다이소 가서 싸구려 물건을 홀린 듯이 구입하지 말고, 꼼꼼히 따져서 나에게 어울릴만한 귀하고 좋은 물건을 사야 한다. 내가 공주님, 왕자님이라도 된 것처럼 생각하고 좋은 것만 자꾸 해줘 버릇해야 한다. 남한테는 좋은 말 해주고 좋은 선물 해주면서 나한테는 인색해서는 안 된다. 가장 좋고 공 들인 물건과 서비스로 융숭히 나를 대접해야 내 자존감도 같이 무럭무럭 자란다. 내가 귀한 줄 알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자존감이 생기는 것이니까.


요즘의 나는 아주 작은 일상에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전에는 대충 양치하고 말았다면 이제는 치실에 전동 칫솔에 혀 클리너에 가글액까지 꼼꼼히 한다. 치아 건강이 걱정되서라기 보다는 그냥 내 입을 귀하게 대접해 주는 게 좋다. 내 뇌가 배움의 즐거움으로 행복했으면 해서 벌써 몇 달이 넘게 매일 영어 공부를 꼬박꼬박 하고 있다. 싸구려 물건들로 내 공간을 채우는 게 싫어 꼭 필요한 물건을 비싼 걸로 사려고 한다. 피부과에도 가고 홈케어도 하고 매일 운동하며 바쁘게 나를 가꾸고 있다. 글쓰기, 독서 모임을 열어 사람들과 소통하며 내가 외롭거나 하나의 사고에 갇히지 않도록 돌봐주고도 있다. 아마 이 글쓰기 활동도 소중한 내 정신 건강을 위한 케어에 가까울 것이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게 지쳐서 잠시 내려놓는 날이 오기는 하겠지만, 언제든 나는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돌아와 날 예뻐해 주고 귀하게 대접해 줄 것이다. 귀찮고 성가시지만 날 위한 일에는 돈도, 시간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나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원이며, 나를 가꾸고 사랑할 때 이 세상도 아름답게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귀찮은 일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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