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캐모마일 한 잔 드릴까요?"
"여기는 술만 취급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서비스입니다." 하고 바텐더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자는 고맙다고 말하며 캐모마일 티를 부탁한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매장 간판에 보였던 '인셉션'이라는 글자가 카운터 뒤쪽에도 똑같이 쓰여 있었다.
"무슨 의미죠? 저건." 남자가 바텐더에게 물었다.
"인셉션 말인가요? 여러 의미가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무언가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여기선 무언가란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죠. 모험이나 사랑, 절망 혹은 상실. 뜨거우니 천천히 드세요." 바텐더는 남자에게 찻잔을 건네며 말했다.
"상실만큼은 시작하고 싶지 않군요"라고 말하며 남자는 바깥의 한파를 떨쳐내듯 바람을 후후 불었다. 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 얼마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남자는 기억해 내기 어려웠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고 바텐더가 끄덕였다. 그는 반년 전부터 불면증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저명한 철학자의 책을 펼쳤다가 앉은자리에서 모조리 해치운 적이 있습니다. 책을 덮기까지 여섯 시간이 걸렸고, 중간중간 원두커피를 두 잔 마셨죠. 그날 밤 자려고 누웠더니 책에서 읽은 철학자의 사상과 가치관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군요. 낚싯바늘을 단단히 물어버린 메기처럼요. 그런데 문제는 온 힘을 다해 낚싯대를 당겨보니 메기 꼬리를 물고 있는 또 다른 물고기가 있는 겁니다. 이를테면 날치나 고등어 같은 놈들이죠. 어떤 물고기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물고기들이 끝없이 딸려 나오는 낚싯대 줄을 밤새 감기만 하다가 아침을 맞이하는 거예요."
그는 유리컵을 닦으며 말했다. "말하자면 그런 식으로 저의 수면은 여전히 상실되고 있습니다. 영화 속 디카프리오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