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목각인형

by 제이셉카프카

 길거리에서는 마리오네트 공연이 한창이다. 인형사는 삼십 대 중후반 정도로 상당히 젊어 보인다. 그가 조종하는 인형은 목각으로 되어 있고, 위아래로 단정한 옷을 입고 있다. 입가에는 약간의 미소를 띠고 있다. 영락없는 소년의 모습이다. 그런데 인형에게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팔과 다리뿐만 아니라 몸통 전체에 줄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형은 움직이고 있다. 걷고, 뛰고, 점프한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재활훈련을 끝마친 환자처럼. 하지만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단지 인형사의 실력이 좋다고 생각할 뿐이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은 하나둘 흩어진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관중은 나밖에 남지 않는다. 인형사가 공연으로 번 수익을 세고 있을 때, 나는 인형에게 다가가 묻는다.

 "이봐, 너는 어떻게 스스로 움직일 수 있지?"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러는 당신은 어떻게 움직이죠?" 인형은 나를 쳐다보지 않고 말한다. 공연 외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이 인형이 정한 규칙인 것처럼.

 "설명하기 어렵군.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어. 움직이려고 하면 움직여지니까."

 "나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느낌이죠." 인형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선 움직이지 않는다. "언젠가 작은 불씨가 줄에 옮겨붙은 적이 있어요. 한 달쯤 전이죠. 줄은 몽땅 불타버렸지만, 다행히 몸통까지 번지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그 사건 이후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됐어요. 인형사 아저씨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요. 어찌 된 영문인지 이해하려고 해봤지만 결국 포기했어요. 나는 어느 날 아저씨에게 제안했어요. 돈을 벌어다 줄 테니 나를 조종하는 척만 해달라고 말이에요. 그러면 나는 사람들 앞에서 마음껏 춤을 출 수 있으니까."

 "춤을 춘다." 나는 인형의 말을 따라 했다.

 "그건 내가 만들어질 때부터 가졌던 꿈이었거든요. 조각칼에 깎이고, 바니쉬가 발리고, 여러 부품과 함께 조립되는 동안, 나는 한시도 잊은 적이 없어요. 춤을 춘다는 건 인간에게 아주 쉬운 행동이니까 당신은 이해하기 힘들 거예요. 하지만 인형인 나는 달라요. 물론 인형사가 줄을 이용해 나를 움직이게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가 내 팔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인다고 해서 내가 춤추고 있다고 말할 수 없어요. 당신은 춤을 춰본 적이 있나요?"

 "어렸을 때 몇 번."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어쨌든 살면서 한 번쯤은 있을 터이다. 인형은 말을 계속한다.

 "이 자유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어요. 하루아침에 다시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릴 수도 있고, 당신처럼 내 정체를 알게 될 사람이 점점 늘어날지도 몰라요. 당신은 어디 가서 떠벌릴 성격처럼 보이진 않지만, 내가 지켜본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존재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소문은 인터넷에 삽시간에 퍼지게 되겠죠. 스스로 움직이는 인형이 있다고. 그렇게 되면 나는 공연을 하지 못할 테고, 그때는 진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예요. 그래서 지금처럼 매 공연에서 최선을 다해 춤을 추는 거죠."

 인형사는 떠날 채비를 마친 듯이 인형에게 손을 뻗는다. "갈 시간이야." 하고 그가 말한다. 소년의 모습을 한 인형은 잠자코 인형사의 손을 쥔다. 그 모습은 여느 목각인형처럼 축 늘어져 대롱대롱 매달린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