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는 비둘기 떼─대략 서른 마리 정도─가 있다. 울창한 소나무 아래 서늘한 그늘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배를 땅바닥에 붙인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계단의 오르막에도 몇 마리가 모여 있는데, 사람이 지나다닐 때마다 조금씩 길을 터줄 뿐이다. 인간은 가끔 장난삼아 자신들을 놀라게 하곤 해도, 일반적으로 위해를 가하지 않는 생물로 받아들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벤치 위에는 노숙자로 보이는 남자가 누워 있다. 수염과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얼굴은 바닷물결에 수십 년간 그을린 뱃사람처럼 어둡다. 그는 검은색 가방을 베개 삼아 머리를 누운 상태로, 천천히, 규칙적으로 눈꺼풀을 깜빡이고 있다. 구름의 이동속도를 관측하기라도 하듯이, 아득히 먼 하늘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듯이 여유로워 보이다가, 문득 그가 지나온 과거의 일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기억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알 도리가 없다. 다만 그의 옆모습에서 막연한 상실감을 언뜻 마주친다. 그리고 머지 않아 나는 그에게 한 마리의 비둘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
퍼드득 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비둘기 떼가 일사불란하게 날갯짓하며 일제히 공원의 광장으로 날아간다. 조금 전까지 쉬고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다. 공원의 모든 개체가 예외 없이 광장에 모여든 것이다. 그것들은 간지러운 곳을 긁듯이 부리로 온몸을 쑤신다. 그 모습은 마치 정해진 기도 시간에 행해지는, 혹은 행해야만 하는 신성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거기에는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와 평온이 도사리고 있다.
벤치에 누워 있던 남자가 느닷없이 몸을 일으킨다. 그러고는 광장으로 냅다 뛰어가서 무리를 헤집어 놓는다. 비둘기 떼가 허우적거리며 도망친다. 잠시 허공을 맴돌다가 남자를 피해 다시 숲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거지 같은 녀석들.” 남자가 중얼거린다.
그는 벤치로 돌아와 다시 가방에 베고 눕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늘을 바라본다.
나는 어쩌면 방금 일어난 일련의 과정이 이미 몇 번이고 반복되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한다. 공원에서 일어나는 질서 같은 것이다. 일정 시간이 되면 비둘기가 햇볕 아래로 모여들고, 남자는 달려가 내쫓는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다. 거기까지가 루틴이다.
공원은 금세 고요를 되찾고, 햇볕은 점점 기울고, 나뭇잎은 춤춘다. 나는 그 속에서 특별히 할 일도, 할 말도 없다는 걸 체감하고는, 새로 추가된 규칙처럼 그들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