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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창업 May 06. 2021

나이키, 아디다스, 퓨마, 리복의 전쟁

광주 충장로 상권, 심상치 않다.

# 충장로 우체국 인근 4층 건물은 통째로 비어 있었다.
대형 임대현수막은 유리창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새 주인을 구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주변 건물에도 비슷한 문구의 현수막이 나붙고 있어서다.

# 저녁 9시. 2층 일본식레스토랑 사장님은 기진맥진한 모습이다. 비교적 저렴한 돈카츠, 덮밥 메뉴를 판매하는 곳인데 50대로 보이는 사장님은 혼자서 동분서주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일하는 시간을 늘렸는데 힘에 부치는 모양이다.

광주에서 공시지가 1위 타이틀을 놓치지 않던 충장로 상권이 위태롭다. 노른자땅에서 상가 공실이 수십여곳 발생했고 폐업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어린이날인 5일 저녁 9시 충장파출소에서 우체국 거리에는 의류, 휴대폰판매점 등 공실상가가 눈에 띄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어버이날 선물을 사기위해 운동화판매점을 찾았다. 여러 브랜드를 모아 파는 곳인데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오프매장이지만 온라인과 가격을 맞춘 컨셉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결제를 하고 나오니 인근에 이런 가게만 5곳이다.
운동화 전쟁이다. 아디다스, 나이키, 리복, 퓨마, 아식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혈투를 펼치고 있다.

이곳은 충장로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대형 쇼핑몰을 비롯해 대기업 직영점,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즐비한 곳이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 인건비 등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곳이 점점 늘고 있다.

20여년전 이곳에서 삐삐장사를 한적이 있다. 좌판을 펼쳐놓고 당시 최첨단 통신기기인 삐삐를 팔았다.

장사는 잘 됐다.
하루종일 이곳에 있다보면 가족과 친구 등 아는사람을 10명도 넘게 만난다. 그만큼 충장로는 만남의 랜드마크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은 곳이었다.

세월이 흘렀다.
과거의 모습은 사라지고 있다.
주말마다 붐비던 인파의 행렬은 급격하게 줄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하던 이곳은 현재 10대와 20대만 찾는 다. 주머니 사정이 얇다보니 가성비를 앞세운 아이템만이 버틸수 있는 시장이 됐다.

충장로 상권의 쇠락 이유는 무엇일까?
온라인소비패턴의 변화와 신도시 상권 분산, 코로나 여파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매출에 비해 높은 임대료, 시급 1만원에 달하는 최저임금도 걸림돌이다. 자영업, 소상공인의 한숨이 커져가는 이유다.

충장로가 과거의 영예를 되찮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스토리텔링과 리브랜딩, 볼거리, 즐길거리의 다양화, 주차공간 확대, 비대면 판로개척 등이 떠오른다.

전남도청이 이전하고 도심공동화 현상이 나타난 영향도 크다.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왔지만 상권을 살리는데는 큰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깝게는 건물주와 임차인 사이에서 원만한 임대료가 책정돼야한다. 그렇치 않으면 둘다 힘들 수 있다.

추억과 활력이 넘치는 충장로.
제2의 르네상스를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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