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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창업 May 07. 2021

참새가 박씨를 물고 온 날

막내가 치료해준 어린 참새 한마리

"아빠. 큰일났어. 아기 참새가 나무에서 떨어졌어..."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 막내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잔뜩 상기된 표정과 어투다.
처음에는 무슨 큰일이 난 줄 알고 한동안 가슴을 조아렸다.

시골에 내려간 녀석이 바들바들 떨고있는 참새한마리를 발견했다. 날개짓도 못하는 어린참새는 둥지를 잃은채 차가운 바닥에 움츠리고 있었다.

이대로면 개나 고양이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다행이도 크게 다친곳은 없어 보인다.
막내는 나뭇잎으로 보금자리를 만들고 어미가 데려가길 조심스레 기다렸다. 생명은 소중하다.

"짹짹짹"

애타게 엄마를 찾는 참새에게 쌀죽을 내어준다.
할머니를 졸라 얻어낸 귀한 식량이다. 태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참새는 이유식처럼 잘 받아 먹는다. 오물오물.
그리고 눈꼽만큼 똥도 쌌다.

나도 어릴때 비슷한 경험이 있다.
털도 나지 않은 새한마리가 길바닥에 떨어져 있었는데 자꾸 눈에 밟혔다. 가던길을 돌아와 새를 돌봐줬다.

따뜻하게 집을 지어주고 밥도 주고 했는데 결국은 죽었다. 땅에 묻어주니 굵은 소금같은 눈물이 나도 모르게 쏟아졌다. 동심으로 소환된 기분이 드는 이유다.

끝내 어미는 나타나지 않았다.
참새는 방안으로 거처를 옮겼다. 새로운 보금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동물유치원 선생님이 꿈인 막내는 동물을 끔찍이 좋아하고 사랑한다.

시골에 갈때마다 동네 소밥은 모조리 주고 다닌다.
한번은 들고양이를 길들여 애완묘로 키우기도 했다.
노인들이 많은 시골 농촌에서 막내가 인기를 독차지 하는 이유다.

어릴때 읽은 흥부와 놀부가 떠오른다.
부러진 제비의 다리를 고쳐주니 박씨를 물고 왔다는 이야기다. 착한 흥부에게 보물이 욕심많은 놀부에게는 도깨비가 나타났다.

선한행동은 선한영향력으로 돌아온다.
남에게 베풀면 내가 더 행복해지는 이치와도 같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현실과 타협할 일이 많다보니 선뜻 마음열기가 어려운것도 사실이다.

막내가 카톡으로 보내준 참새 사진을 보니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덕분에 오늘 박씨 하나 얻을것 같다.
뭐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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