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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추가 된 날
부모님의 낡은 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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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창업
May 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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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운동화 있응께. 쓸데없는 돈 쓰지 말아라. 다있다 잉~~"
어버이날 선물로 운동화를 샀다.
그러고보니 엄마, 아빠 발 사이즈도 모르고 있었다.
대부분 아들들은 무심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 운동화 산 날이다.
묘한 기분이 든다. 살면서 부모님께 받은 게 참 많다. 살과피를 물려받았고 수십켤레의 운동화도 당연한듯 선물 받았다. 고마운 줄 모르고 지냈다.
일흔을 넘긴 아빠, 흰머리 가득한 엄마.
한해한해 늙어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니 여러 생각이 폭풍처럼 떠오른다.
명품 브랜드는 아니였지만 담양5일장에서 산 새운동화를 신는날, 날아갈 듯 기뻤다. 야광스티커가 붙은 운동화를 친구들에게 자랑할때는 세상 모든걸 가진 기분이다.
새 운동화는 마루위에 모셔두고 학교에 갈때 신성한 의식처럼 하루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만해도 고무신을 신던 시절이다.
한번은 아끼던 운동화를 키우던 백구가 물어 뜯은적이 있다. 산산히 찢겨나간 운동화를 보며 펑펑 울던 기억이 떠오른다. 백구는 복날에 사라졌다.
특별할것 없는 운동화에 얽힌 기억.
이때문에 올해 어버이날 선물로 운동화가 떠올랐다.
그동안은 아이들 운동화만 줄곧 사줬는데 갑자기 엄마, 아빠의 낡은 운동화가 떠올랐다.
발사이즈를 묻자 엄마는 한사코 거절한다. 운동화가 많이 있으니 엄한돈 쓰지 말란다.
하지만 이말은 일년내내 듣는 말이다.
지난 설에도, 추석에도, 생일에도...
"다있다"
아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엄마의 마음이다.
아마 전국의 부모님이 이와 다를바 없을것이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봄날.
부모님은 감자를 신고 있었다. 수십년을 흙에서 살았고 땀흘려 일한 돈으로 운동화를 사주고 가르쳐줬다.
이만큼 살수 있었던 것도 다 부모님 덕이다.
운동화 사기를 참말로 잘했다.
새운동화를 받은 엄마, 아빠가 함박웃음을 지었기 때문이다.
살면서 돈을 벌어야할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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