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존창업 Jul 12. 2021

노래하던 무명가수 과태료에 눈물

삶의 치료제 음악이 소음으로 들릴 때

초복을 하루 앞두고 친한 형님과 몸보신에 나섰다.

대상포진 초기증세로 고생하는 그와 삼겹살과 장어를 먹기로 한 것이다. 대상포진에는 고단백 음식이 특효약이란다.


육십을 앞둔 형의 오른팔에 3곳의 붉은 수포가 생겼다.

잦은 음주와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지자 바이러스가 그 틈을 노린 것이다.


숙성 삼겹살과 바닷장어를 시켰다.

벌겋게 달아오른 참숯에 굽는다.

마치 육지와 바다의 화합을 상징이라도 하듯 절묘한 케미를 이룬다.


양념소스는 입맛을 사로잡는다.

함께 나온 번데기는 고소한 게 입맛에 딱 맞는다.

인심 좋은 사장님.

3번이나 번데기를 리필해준다.


빈 위장이 채워질 때마다 포만감은 밀물처럼 밀려왔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도톰한 장어한점.

깻잎과 상추, 마늘 특제소스를 얹으니 예술이 된다.


제대로 된 한 끼는 약이다.

두 시간가량 이어진 식사자리에서 거짓말처럼 형님의 대상포진은 대부분 사라졌다.


대신 복부는 팽팽한 럭비공이 됐다.

모든 일에는 빛과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소화도 시킬 겸 인근 풍암호수공원을 걷기로 했다.

산들바람이 머리칼을 샤워하듯 지난 간다.


가슴을 뻥 뚫어주는 호숫가.

여기에 비친 달빛이 아름답다.

호수에서 바라본 광주는 호반의 도시를 연상케 했다.


야자수 잎으로 역은 산책로를 걷는다.

사뿐사뿐 한발 내딛을 때마다 몸이 가벼워진다.


멀리서 음악이 잔잔히 울려 퍼진다.

늦은 밤. 호수의 정취와 통기타 연주는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먹고살기 바쁜 데다 코로나로 문화와 예술을 놓고 지낸 지 오래다 보니 감수성에 흠뻑 취했다.


공원 벤치에서 무명가수는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노래했다.

중저음 보이스는 물결 위 수제비를 그리며 귀가에 파고들었다.


두곡을 공짜로 듣고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축제와 행사가 모두 사라지면서 무명가수는 무대를 잃었다.

그는 풀벌레 소리를 반주삼아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불렀다. 음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흥을 던져줬다.


잠시 후.

생각지 못한 불청객이 찾아왔다.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허가를 받고 공연을 하시는 건가요?"


"..."


제복의 경찰관. 낮고 건조한 목소리로 법집행에 나섰다.

스티커가 발부되고 과태료가 부가됐다.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멘트와 함께.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음악이 다른 쪽에서는 소음이 된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위치와 자세에 따라 180도 다르다.


여유와 정서가 말라 가는 각박한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무명가수는 오늘도 슬픈 노래를 부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무당이 말했다. "9월까지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