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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창업 Jan 30. 2022

무혐의

학폭사건 명예훼손 소송 당해보니

혐의없음. 무혐의.

지난 9월. 명예훼손으로 고소되어 무겁게 날 짖누르는 억압감에서 해소된 건 등기우편 하나에서다.


경찰서에서 날아온 우편물 한통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의 빨간딱지와도 비슷한 위력감이 느껴진다.


숨죽여 봉인을 해제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가슴은 조마조마.

그동안 마음을 심란하게 괴롭히던 송사의 최종 결과물을 개봉하자 지난 반년간의 성가심이 해소됐다.


법정다툼. 형사소송.

소송은 거는자나 받는자 모두의 마음을 피폐하게 한다.

그래서 대화로 잘 푸는것이 중요하다.


기자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명예훼손으로 소송이 걸린건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에는 호기있게 큰소리쳤지만 시간이 지나고 혼자있을때면 경찰조사에 대한 부담감이 산처럼 다가왔다.


그래도 무너질수가 없었다.

이번 소송은 8대1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중2 여중생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해학생들은 00아빠, 부자아빠를 내세우며 어린 여학생에게 위압을 가했다. 지속적인 금전착취 등 학폭사건의

폐해가 드러나는 정황도 파악됐다.


하지만 초기 경찰은 쌍방폭행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상황이었고 핵심 증거물인 휴대폰 압수수색도 생략했다.

교육청 학폭위 사건이 경찰에서 뒤집힌 것이다.


봐주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특히 비슷한 또래의 딸을 키우는 아버지 입장에서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약자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보도했다.

지난 여름. 폭행현장을 찾아 곰곰히 생각했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는데 당시 피해학생이 느낄 공포심을 생각하니 한기가 돌았다.


한줄 한줄.

기사에 공력을 집중했다.

한줄 한줄.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었다.


관련기사는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메인뉴스에 게재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경찰도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재수사에 나섰다.

결국 가해학생은 다수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과정에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 고소인은 재력가로 알려진 가해자측이다. 기사를 더이상 쓰지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마음이 심란했다.

크게보면 학교폭력 당사자는 모두가 피해자다.

판단력이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은 어릴적 누구나 실수와 잘못을 한다. 문제는 잘못을 잘못으로 알지 못하는데 있다.


돈이나 빽을 이용해 한두번은 막을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큰걸 잃을 수 있다.


헤럴드는 법무팀을 가동해 법률대응에 나섰다.

형사사건 전담 변호사를 선임해 정면대응에 나선 것이다.


불현듯.

부메랑이 떠오른다.


이녀석은 던지면 다시 돌아온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사필귀정도 있다.


변호사가 무고에 대한 법리분석을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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