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세 돌아가신 할머니의 첫기일

제사, 장례 등 전통문화의 종말(?)

by 생존창업


100년을 넘게 장수한 할머니는 작년 설 무렵 돌아가셨다.
큰병 없이 생활하시다 요양원에서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동네 어르신 모두 '화순댁'을 조문했다.
할머니는 평생을 '화순댁'으로 불렸는데 아직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작년 이맘때 많은 가족과 친지들이 선산에 모였다.
올해라면 꿈도 못꿀 일이다.
5인이상 집합금지는 새로운 명절 풍속도를 만들었다.

자식, 며느리, 손자, 증손주까지 합하면 손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숫자가 애도행렬에 동참했다. 호상이다.

칠순의 아버지가 장례를 주관했다.
장남인 아버지는 70년 넘게 고향집을 지켰고 말그대로 흙에 살았다.
반면 고모나 삼촌들은 서울로 나가 대기업, 공무원, 사업으로 모두 성공했다.

시골의 부모님은 수십년동안 참 많은 제사를 모셨다. 장손이다 보니 어릴적부터 제사를 지켜봤다. 제사가 있는날이면 밤, 오징어, 삶은계란 등을 참 맛있게 먹었다.

지금은 특별할것 없는 음식이지만 어릴적에는 귀하고 소중한 존재였다.
동생들과 오징어 몸통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던 추억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올해는 암것도 장만 안했어야..."
엄마의 말은 거짓이었다.

올해도 정성껏 제사상을 준비했다.
가족과 친척들이 아무도 안왔기 때문에 혼자서 그많은 음식을 장만했다. 종부로서 책임감과 사명감 같은걸 느낄수 있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음식을 마련하고 생전 할머니의 모습을 그렸다. 생선에 나물에 하나라도 더 챙기다보니 제사상은 풍성해졌다. 옆에서 지켜보니 정성이 느껴진다.

내년부터는 제사를 통합해서 보내기로 했다.
힘에 부쳐서다.
제사 과정을 사진으로 남기고 가족들과 SNS로 공유했다.
잠시후 가족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제사, 장례같은 전통문화는 확 바뀔 것 같다.
제사는 배고프던 시대에 일가친지가 모여 영양을 보충하는 의미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본질은 조상들에 대한 감사함이다.
이를 기리는 방법과 형태는 변화될 것이다.

비대면 성묘, 온라인 세배, 세뱃돈 자동이체.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비대면 문화는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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