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 쑥국과 택시비 2만원

by 생존창업



반갑지만 어려운 선배님들과의 술자리에서 넉다운이 됐다.
소맥을 열잔정도 받아 마셨더니 나도 모르게 졸음이 쏟아졌다.

술이 취하면 말이 많아지고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종종 하곤한다. 소주는 사람을 용기있게 만들어 주는 특효약이다. 만취할 정도면 장소를 불문하고 깜빡깜빡 조는게 나의 변치않는 술버릇이다.

4년만에 다시 찾은 광주 첨단의 계절음식전문점.
이곳은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술안주로 쭈꾸미숙회와 도다리쑥국이 나왔다.
오랫만에 맛보는 귀한음식들이다.

신선한 쭈꾸미는 미나리와 함께 나왔다.
쫄깃한 식감과 아삭하고 향기좋은 미나리는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먹물과 함께 톡톡 터지는 쭈꾸미 머리. 고소한게 별미다. 어렸을때는 징그럽다고 안먹었는데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다.

특히 도다리쑥국은 봄의 전령사와도 같다.
도톰한 도다리를 무와 각종 채소, 갓딴 쑥으로 육수를 냈다. 국물이 끝내준다. 취기가 올라오자 국물은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만다.

뽀얀국물에서 옛추억과 기억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한때 단골손님으로 자주 가던 음식점이다.
지금은 규모를 키워 맞은편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술잔을 함께한 선배들은 큰형님 같은 분들이다.
두분다 서로 다른 언론사에서 편집국장과 논설실장으로 은퇴하셨다. 한분은 국책연구소로 차리를 옮겼고 오는 6월 정년퇴직한다.

나를 많이 아껴준 분들이다. 한참 전성기를 달릴때 따끔한 충고와 격려를 잊지 않은 분들이다. 훌륭한 인품과 따뜻한 마음을 곁에서 지켜봤다.

자영업을 하면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연락드리지 못했다.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죄책감이 드는 이유다.

"그동안 연락이 없어 걱정되고 서운했다. 오늘 혼나야 겠다"
근 4년만에 만남에서 선배들께 혼구녕이 났다.

그런데 꾸중은 들었지만 기분이 하나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고맙다.
흰머리와 주름이 늘어난 선배들의 말씀 한마디에서 관록과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인주야. 급할것 없다. 아직 갈길이 멀단다"
술자리가 파할 무렵 주머니에 꼬깃한 만원짜리 두장이 손에 잡힌다. 택시비를 끝까지 쥐어주신다.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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