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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는 돼지고기까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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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창업
Mar 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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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3월 첫 시작을 봄비는 한시도 쉬지 않고 전국을 강타했다. 흡사 한여름 장마가 몇 달 먼저 찾아온 느낌이다.
강원도 일부지역은 비가 폭설로 바뀌면서 도로가 멈춰섰다.
고속도로에서 고립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출근해야 하는데 애가 탈것이다.
연휴를 맞아 속초나 강릉을 찾은 관광객은 그렇게 눈속에 파묻혔다.
97년 강원도 최전방 부대에 배치됐다.
100일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그날도 오늘처럼 눈이 쏟아졌다.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스무살 첫휴가 복귀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와 다를 바 없었다. 생전 처음으로 가위를 눌렸다.
화천읍 버스정류장 인근 중국집에서 짬뽕을 먹었는데 무슨맛인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알고봤더니 이집은 꽤 유명한 맛집이었다.
군대가 주는 심리적 부담감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식당중에서 가장 맛없는 곳은 훈련소앞 음식점이란다.
눈이 발목만큼 쌓이자 버스는 거북이가 됐고 언덕을 오르지 못했다. 승객들이 내려 버스를 미는 촌극이 벌어졌다.
눈이 더 내려 아예 복귀를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대복귀 시간은 가까워지고 버스속 연락방법은 없고 그대로 시간은 흘러갔다. 이대로면 미복귀. 즉 탈영이다.
가까스로 집합지에 1시간 늦게 도착했다. 부대는 난리가 났다
그날 함께 복귀한 김상병에게 죽도록 얻어 터졌다. 눈길속 오리걸음으로 자대로 복귀한 그날의 추억이 갑자기 떠오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상 3월의 첫날이다.
군대시절의 날선 군기와 긴장감이 느껴지는 시즌이다.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초등학교 2학년인 막내도 상기된 표정이다.
지난 일년은 잃어버린 시간과 같았다.
거의 20년만에 또다시 가위에 눌려보고 밤잠을 이루지 못한 날들이 이어졌다.
리셋. 새롭게 시작한다.
아이들처럼 다시 이등병의 자세가 되어 볼란다.
좀 더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책도 봐야한다.
말수는 줄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더 들어볼 생각이다(생각처럼 쉽지 않음)
이번달 다이어리에는 아직 빈공간이 많지만 31일에는 의미있는 시간들로 채워볼 생각이다. 결과보고는 말일에 서면으로 보고드릴 계획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갑자기 이말이 떠올라 다이어리에 붉은색으로 써놓았다.
노력없이 되는게 없고 뭐라도 시도하지 않으면 돌아오는게 없다.
선의는 돼지고기까지다.
소고기부터는 반드시 댓가를 치러야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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