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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 날 뻔한 날 소주한잔
무한리필 돼지갈비를 먹다 치킨을 주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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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창업
Mar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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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3명이 소주를 마신다. 알코올이 식도의 점막을 자극하며 체내에 흡수될 때쯤 소주의 효과가 나타난다. 직장동료 사이인 사내들은 불과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의견 대립으로 주먹다짐을 할 뻔했다. 충혈된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왔다.
목표는 같았지만 업무추진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한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예민하다. 사실 여유가 없다 보니 작은 일에도 흥분하고 폭발하기 일쑤다. 갈수록 높아지는 실업률과 자살률, 이혼율이 이를 방증하는 데이터 같다.
오늘따라 유난히 소주가 쓴 이유다.
고민 끝에 돼지갈비 무한리필 집을 선택했다. 1인분에 15000원인데 배가 부를 때까지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고기의 질이 한결같은 게 좋은 부위를 사용하는 집이다. 빈자리가 없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글지글 숯불 위에 갈비는 노릇노릇 익어간다.
숯불 화력에 잠깐 방심하면 고기는 금방 타버린다. 가위와 집게로 현란한 드리블을 시작한다.
소맥이 한순배 돌아가고 분주한 젓가락질 몇 번에 금방 동이 난다.
평소에는 말이 없는 남자들과 소주가 만나자 화학적 변화가 나타난다. 대화가 끝없이 이어진다.
평소 꺼내지 못한 고민들이 육즙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형수님은 대상포진에 걸렸고 후배 아이는 폐렴으로 입원했는데 열 때문에 코로나 검사까지 했다.
남자들은 단순하다. 고기로 배를 채우고 소주잔을 주고받으 니 오해는 눈 녹듯 풀린다.
비 온 뒤에 땅은 굳기
마련이다.
과일 한 꾸러미를 몰래 사 왔다. 면역력이 떨어진 형수와 조카의 깜짝 선물이다. 양손에 쥐어주니 내가 더 행복해진다.
때로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좋다.
맛있는 갈비를 먹고 나니 가족 생각이 난다.
혼자만 먹고 집으로 들어가기가 미안하다. 요기요 배달앱을 켜고 애들이 좋아하는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을 주문한다.
늦은 밤이지만 애들은 우걱우걱 잘도 먹는다.
녀석들은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다.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아들과 올해 중학생 교복을 입은 둘째.
특히 초등학교 2학년 막내는 지금 모습 그대로였으면 정말 좋겠는데 쑥처럼 자란다.
늦은 밤 치킨파티.
곁에서 지켜보니 가만히 있어도 배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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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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