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도 고량주에 취한날. 홍상병이 떠올랐다

탕수육, 짜장면, 고량주의 추억

by 생존창업

"캬~~~ 좋다"
고량주 한잔에 탕수육 한점을 입에 넣는다. 오물오물 주방장의 손맛을 천천히 느낀다.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기분좋게 그리고 편안하게 만든다.
부먹으로 나온 탕수육을 보니 한잔으로 그칠수 없다. 한잔 더.

달근한 짜장면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역시 짜장은 현장에서 먹는 맛이 일품.
검정색 소스위에 초록색 채썬 오이가 탐스럽다.

익숙한 중국집을 갈때마다 오감이 자극된다.
56도 고량주의 취기가 후끈 올라올 무렵 짜장면은 깨끗하게 비어져 있었다. 좋은사람과 함께하니 더 좋구나.

흐드러지게 핀 연분홍 벚꽃.
주말 비소식에 2021년 살아있는 수채화는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마흔다섯번 봄과 벚꽃잎을 날려 보냈다. 이 봄이 아쉬워 마신 낮술한잔에 잠시 시인이 됐다.

후배들과 봄꽃으로 물든 공원을 걷는다. 남자 4명이 모이니 자연스레 군대 이야기가 나온다. 울고 웃던 추억담이 봇물처럼 터진다.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의 전형적 습성.

불현듯 지난 97년 강원도 화천 81m 박격포부대 근무시절이 떠오른다.
바로 윗 선임인 홍상병은 모두가 두려워 하는 존재다. 거구의 체격과 험상궂은 외모의 홍상병은 우릴 참 많이 괴롭혔다. 자꾸 맞다보니 오기가 생긴 것도 이즈음이다.

한번은 함께 배식당번을 한적이 있는데 "짜증난다"며 이유없이 밥주걱을 휘둘렀다. 밥알이 머리와 뺨에 맞으며 춤을 췄다. 참고 있던 분노가 이글이글 터져 나온다
나보다 머리 하나반이 더 큰 홍상병에게 주먹을 휘날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나 모르겠다.
이 장면을 목격한 후임병들은 놀란 토끼눈이 됐다. 이 사건은 한동안 부대이슈로 회자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됐다.

그렇게 10분이 지났다.
연거푸 담배를 피어대며 놀란가슴을 진정시키니 두려움이 몰려온다.

" X됐다. 무서운 홍상병이 가만두지 않을텐데..."

내무반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그렇게 멀고 험하게 보이기는 처음이다.

"야. 따라와"
죽었다고 복명복창을 하고 있을때 그는 말없이 담배한개비를 내밀었다. 지금까지 부대에서 대든 사람이 한명도 없었는데 내가 처음이라 놀랬다고 했다.

"니가 남자다" 그 후로 홍상병과 가까워졌다. 외박때 그와 읍내 중국집서 탕수육, 짜장면에 고량주를 나눠 마셨다.
그때는 목이 탈듯한 이런 술을 왜마시는지 이해가 안됐다.

하지만 지금 그 시절이 눈물나게 그립다.
전역이후 한번도 만나지 못한 홍상병도 보고 싶다.
노량진에 살았던 그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잘 살고 있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