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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막내(?)의 가출
반려동물로 본 무인숍의 무한변신
by
생존창업
Mar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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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막내가 가출했다.
전에도 집을 나간적이 여러번 있었는데 이번에는 5일이 넘도록 소식이 없다. 온가족이 노심초사다. 특히 지극정성으로 막내를 돌보고 있는 언니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다.
밤을 세워 온가족이 집안 구석구석을 수색한다. 오늘을 넘기면 큰일이 날 수 있다. 새벽 동이 틀 무렵 옷장 깊숙한 곳에서 막내를 발견했다. 녀석은 가시를 잔뜩 세운채 밤톨처럼 씩씩거렸다.
"왜 이제야 왔느냐"
잔뜩 화가 난 모습이다. 그리고는 말없이 물만 마셨다. 낼름낼름 작은혀로 물을 핧아먹는 모습이 영락없이 뿔난아이다.
우리를 탈출한 녀석은 6개월전 분양받은 고슴도치다.
딸들이 반려동물로 입양해 구찌라는 이름도 붙여주고 친동생처럼 대하고 있다.
밥주고, 물주고, 놀아주고, 똥 치워주고.
가끔씩 밀웜도 주는데 환장할 정도로 좋아한다.
이렇게 정이 쌓이니 구찌는 어느새 우리집 구성원이 됐다. 식구가 된 것이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다.
구찌는 위협이 느낄때는 송곳처럼 가시를 세운다. 야생에서는 포유류가 고슴도치를 우습게 보다 가시에 찔려 죽는 경우도 있다. 녀석은 우리에게 가시를 세우지 않는다.
20년전. 동생과 자취할때 처음으로 반려견을 키웠다.
황금빛 요크셔테리어다. 망치는 사람말을 잘 알아 듣고 참 영리했다. 집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니 발소리만 들어도 주인을 알아보며 반겨준다.
한번은 시골집에 갔다 망치가 쓰러졌다.
두꺼비와 시비가 붙어 한판 붙었다가 독에 물려 정신을 잃었다. 화물차에 망치를 싣고 동물병원이 있는 광주로 가면서 차안은 눈물바다가 됐다.
"니 에미가 죽어도 이렇게 울꺼냐"
함께 동행했던 어머니의 실제 워딩.
다행히 두꺼비독은 해독이 됐지만 이듬해 망치는 하늘나라로 갔다. 이빨치료를 받다가 마취가 풀리지 않아 무지개 다리를 건넌 것이다. 동생들은 또다시 눈물을 쏟았고 나도 같이 따라 울었다.
구찌와 망치를 보면 반려동물도 사랑을 주면 가족이 됨을 알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1인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 문화도 정착되고 있다.
집앞 공원만 가더라도 산책나온 주인과 강아지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적어도 동물은 사람을 배신하거나 뒷통수 치는 일은 없다. 먼저 배신하는쪽은 늘 인간이다.
얼마전 우리동네에 반려동물 무인샵이 오픈했다. 사료부터 과자, 껌, 옷, 샴퓨 등 없는게 없는 동물백화점이다. 점원이 없는 가게다 보니 손님들은 셀프로 물건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무인숍의 진화.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되는 만큼 자영업, 소비패턴도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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