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농부가 사준 두부김치

술취한 형의 손은 거칠었지만 따뜻했다

by 생존창업

집앞 작은 통닭집은 만원이다. 근 일년은 빈자리가 훨씬 많았는데 최근에는 제법 손님이 몰린다. 문을 열고 들어 가려다 화장실로 발걸음을 돌린다.

"자리를 금방 만들어 드릴께요. 손님 가지 마세요"
축구로 치면 페인트 모션인데 사장님이 번개처럼 붙잡는다.
소변이 급했지만 결국 순한양처럼 사장님의 인도를 받았다.

그렇게 오늘도 술한잔을 마신다.
빈속에 살짝 얼음이 언 소주가 식도를 타고 위 점막을 자극한다. 짜릿짜릿.

배가 고프니 소주도 맛있다.
두부김치를 한입 털어 넣는데 기가 막힌다.
담백한 두부 한조각과 잘익은 김치는 환상궁합.

그렇게 소주한병쯤을 비워갈때쯤 대학시절 두부김치에 막걸리를 마시던 형과의 추억이 방울방울 떠오른다.

형은 고기를 잘 구워줬다. 차에는 항상 가스, 버너, 불판이 들려있다. 경치좋은 곳에 가서 한번씩 고기 파티를 여는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추억이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우리는 각각 방송과 신문으로 진로를 정했다.
형은 케이블방송PD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다 몇해전 뜻밖에 참숯구이 고깃집을 열었다.

고기를 구워주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벌건 참숯에 구운 돼지 뒷고기는 쫄깃하면서도 고소했다. 그후로 오랫동안 10평 남짓 고깃집은 우리들의 아지트가 됐다.

내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연락이 뜸해졌다.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서로의 안부를 나눌 여유마저 사라진 것이다.

2년전 형은 가게를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갔다.
농부가 된 것이다. 토마토를 좋아하는 형은 대추방울토마토를 키우며 살고 있다.

직거래로 토마토즙을 파는데 한달에 200~300만원 가량 수입을 올리고 있다. 정성스럽게 키운 토마토를 양심적으로 팔다보니 입소문을 탄 것이다.

땅도 샀다. 900평 농지를 귀농자금으로 구입해 어엿한 토지주가 됐다. LH 임직원들의 투기로 국민들의 분노와 상실감이 커져가는 상황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형이 미안하다며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 술에 취한 것이다.
농장에서 일하느라 거칠어진 손에는 따뜻한 온기가 있다.

집에 가는길.
편의점에서 딸기우유와 바나나우유로 해장을 한다.
신문과 방송을 선택한 것처럼 서로의 취향을 달랐지만 마음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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