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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횟집, 빈익빈부익부 여전
아들만 빠진 가족여행, 서운한 뒷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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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창업
Mar 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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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세게 쏟아진다. 봄비 치고는 쎄다. 강력한 허리케인 마냥 여수가는 자동차에는 비와바람이 거세게 달려든다.
곳곳에서 사고 소식을 접한다.
빗길에 미끄러져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이런날은 아랫목이 최고다.
이불 뒤집어 쓰고 과자를 씹으며 영화한편 보면 그만이다.
가는날이 장날이다. 모처럼 가족과 떠난 여수여행은 시작부터 난관이다. 성난바다는 연신 짠내가득 비바람을 토해냈고 반강제로 샤워를 하게됐다. 흠뻑 젖은 게 생쥐꼴이다.
이번 여행은 여수의 한 특급호텔 후원으로 시작됐다. 살다보니 이런날도 있다. 유튜브에 여수여행 체험기를 올리는 조건이다. 취재나 출장으로 종종 호텔을 찾는데 가족들은 갈일이 거의 없다. 폭우를 뚫고 여수에 온 이유다.
이곳에는 24층 옥상에서 여수바다를 가르는 스릴안점 집트랙이 있다. 5층 테라스에는 바다가 보이는 멋진 수영장도 있다. 하지만 오늘 모두가 그림의 떡이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하니 좋다.
소문으로 듣던 여수낭만포차를 찾는다.
폭풍속에 포차는 청춘남녀로 인산인해. 빈자리가 없다. 조용히 자리를 피해 인적이 드문 조용한 횟집을 찾는다.
유명 관광지는 손님으로 북적이지만 돌산읍내 횟집은 우리 말고는 손님이 없다.
빈익빈부익부는 여전하다.
회 한점을 초장에 찍어 먹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돌산갓김치, 쌉싸름한게 뒷맛이 개운하다. 매운탕에 밥까지 말아먹고 소주한잔 하니 배가 터질것 같다.
회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들만 빠져 서운하다.
사실 여수로 떠나기 전 아들과 큰 다툼이 있었다.
시험준비와 숙제때문에 가족여행 불참을 갑자기 통보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결국 큰소리를 쳤다.
아들이 쓴 반성문을 보니 할말이 없어진다. 5분간 침묵.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죄송해요.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정말 잘해보고 싶었어요"
빽빽한 반성문은 논리정연하다.
어느새 이렇게 컸는지 자기 주장과 가치를 글로 담아낸다. 기승전결로 사연을 풀어내니 그시절 고민이 이해가 된다.
내가 고등학생일때도 그랬던것 같다.
아들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 공부에 전념해보겠다고 했다. 눈에는 뭔가 해보겠다는 결연한 투지가 보인다.
그러고 보니 수학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했던게 떠오른다.
욱하는 마음에 큰 소리를 쳤지만 내심 미안해진다.
조용히 배달앱을 켜고 아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주문한다.
치즈가루와 시즈닝이 뿌려진 치킨은 또다른 형태의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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