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의 역설

가장 인간적인 연결이 가장 어려운 이유

by 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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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 차를 알아보고 있다. 한 모델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그 차가 거리에서 자꾸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 없던 것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친다.

사실 그 차는 늘 있었던 거다. 달라진 건 세상이 아니라, 내 관심이다.

이걸 심리학자들은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부르고 싶다: 관심의 마법.

관심이 생기는 순간, 세상이 재편집된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선명해지고,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관심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맞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관심이 죽어가는 순간들

1) 내가 너무 비어있을 때

화요일 오후 3시. 회의가 연달아 4개 끝났고, 점심도 못 먹었다. 그때 동료가 다가와서 말한다. “요즘 너무 힘들어요. 잠깐 얘기 좀 들어주세요.”

머리로는 안다. 이 사람이 힘들어한다는 걸. 가슴으로도 안다. 내가 들어줘야 한다는 걸.

하지만 몸이 말한다: “지금은 안 돼.”

이건 냉정해서가 아니다. 그만큼 내가 비어있는 것이다. 빈 컵으로는 다른 컵을 채울 수 없다.


2) 관심의 무게가 너무 클 때

작년에 한 후배가 있었다. 처음엔 정말 도와주고 싶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코칭하고, 피드백을 주고, 격려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1년이 지나도 같은 자리에서 맴돌았다.

그때 깨달았다. 관심은 변화를 약속하지 않는다. 관심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나의 관심만으로는 그 사람을 바꿀 수 없다. 그 사람 스스로 변하고 싶어해야 한다.


3) 관심이 오해받을 때

“왜 자꾸 간섭해요?” 진심으로 걱정해서 물었던 질문이 상대방에게는 감시로 느껴졌다.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도움을 주려던 손길이 상대방에게는 불신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관심은 때로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형태로 전해진다. 그리고 그 순간, 관심을 준 사람은 상처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의 진짜 힘


관심은 ‘발견’이다

진짜 관심은 상대방을 바꾸려는 게 아니다. 발견하려는 것이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행동할까?” “이 상황에서 이 사람은 뭘 느끼고 있을까?” “이 사람만의 고유한 패턴은 뭘까?”

이런 궁금증으로 시작하는 관심은 판단보다는 이해를 낳고, 조언보다는 공감을 만든다.


관심은 ‘시간’이다

어떤 부장님이 있었다. 회의 중에 누군가 발표를 할 때, 휴대폰을 보거나 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고, 질문도 했다.

그게 전부였다. 특별한 조언도, 드라마틱한 해결책도 없었다. 하지만 그 팀의 사람들은 말했다. “부장님은 우리 말을 들어주는 분이에요.”

관심은 시간을 주는 것이다. 나의 시간을, 나의 주의를, 나의 현재를 그 사람에게 온전히 주는 것이다.


관심은 ‘질문’이다

“요즘 어때요?“는 관심이 아니다. “요즘 일하면서 가장 에너지가 빠지는 순간은 언제예요?“가 관심이다.

“힘들겠네요”는 동정이다. “그럴 때 보통 어떻게 견디세요?“가 관심이다.

진짜 관심은 구체적인 질문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답을 정말로 듣고 싶어한다.


불완전한 관심이라도

작년에 한 친구가 말했다. “너는 항상 다른 사람들 챙기려고 하지만, 정작 너 자신은 챙기지 않잖아.”

맞는 말이다. 나도 때로는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나도 때로는 내 일로 가득 차 있다. 나도 때로는 실망하고, 지치고, 포기하고 싶다.

하지만 그래도.

완벽한 관심이 아니어도 괜찮다. 때로는 관심을 가질 수 없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순간, 진짜로 궁금해하는 마음이다.

“지금 이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관심의 새로운 정의

관심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하지만 관심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관심은 변화를 보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결을 만든다.

관심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치유를 시작하기도 한다.

관심은 때로 거부당한다. 하지만 때로는 삶을 구원하기도 한다.

관심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완성품이 아니라 원재료다. 마법이 아니라 연습이다.

그리고 그 연습은, 불완전해도 괜찮다.

오늘 하루 중, 누군가에게 진짜로 궁금해했던 순간이 있었나?

이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 관심은 거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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