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69호점에서 배운 위기 돌파의 기술
2004년, 스타벅스에서의 첫 점장 발령지를 받았다.
그곳은 부천의 LG백화점 1층. 입지는 최고였지만, 상황은 최악에 가까웠다.
당시 백화점 업계는 롯데, 현대, 신세계가 장악하고 있었고, LG백화점은 존재감조차 희미했다.
현대백화점이 새롭게 문을 열자 고객들은 우르르 그리로 향했다.
LG백화점은 조용했고, 우리 매장도 덩달아 한산했다.
매일 30만 원 남짓한 매출. 스타벅스 기준으로는 초라하고도 막막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한두 잔만 더 팔아도 매출이 10%씩 오를 수 있는 매장이잖아.” 가능성을 보기로 했다.
파트너들을 한자리에 모아 말했다. “한가한 시간 동안 커피 공부를 해봅시다. 모두 커피 마스터가 되어보는 거예요. 오시는 고객 한 분 한 분께 진심을 다합시다.”
그때 한 파트너가 조용히 말했다. “점장님, 30분에 한 분 오시는 고객인데, 안 반가울 수가 없어요. 정말 고마운 분들이에요.”
그 한마디는 우리 매장의 문화가 되었다.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다하는 매장, ‘친절한 매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장으로서의 책임은 더 무거웠다. 매출이 이대로라면 함께한 파트너들을 다른 매장으로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한 공지를 보게 되었다. 연말 다이어리 시즌을 맞아 전사적으로 판매 순위를 정해 포상한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머릿속에 전구가 켜졌다. “이거다!”
나는 기획서를 작성했다. 내부 유동인구가 적은 우리 매장은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 판매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로선 모험이었지만, 승인되었다.
내가 활동하던 오디오 커뮤니티 장터에 판매를 시작했다. 전략은 명확했다.
지방엔 스타벅스가 드물다.
배송료를 감수할 만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작고 센스 있는 선물이었다. 특히 가정에서 오디오 취미로 눈치 보던 이들에게는 뜻밖의 '변명거리'가 되었다.
판매량이 올라가자 회사의 순위 발표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형 매장들 틈에 ‘LG백화점 스타벅스’가 등장한 것이다. 모두가 놀랐다. “이건 누구지?”
나는 파트너들에게 솔직히 말했다. “이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들 다른 매장으로 발령 날 수 있어요. 함께 포장하고 발송해야 해요. 도와주세요.”
다행히 손님이 많지 않아 근무 중에도 포장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 매장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포장은 그냥 물건을 싸는 일이 아니었다. 정성을 담기 위한 창의적 전략이 필요했다.
스타벅스 박스에 충격 방지재
폐기 예정 원두를 동봉해 향기를 더함
상자를 열면 커피 향이 먼저 퍼지도록 설계
포장자 이름이 들어간 감사 편지까지
“LG백화점 스타벅스 **[파트너 닉네임]**입니다. 정성스럽게 포장해 드렸습니다.”
이 작은 디테일이 큰 감동을 만들었다. 온라인 게시판엔 칭찬이 이어졌고, 파트너들은 자부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엔 불만도 있었지만, 이젠 자발적으로 포장에 나섰다.
결국, 우리는 전국 판매 순위 5위 안에 들었다. 매출은 매주 경신되었고, 그 달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파트너들은 큰 성취감을 느꼈고, 우리는 진정한 팀이 되었다.
이 성공을 통해 나는 더 큰 매장으로 승진했고, 이후 다양한 전략으로 적자를 흑자로 돌릴 수 있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장에서 나누겠다.
지금도 문득 궁금해진다. 그 시절, LG백화점 나중에 GS스퀘어 라고 이름이 바뀐 스타벅스를 기억하는 고객이 있을까? 고객 한 명, 한 명이 그토록 반가웠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