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10개 매장을 뛰어다닌 이유

김포공항점에서 배운 감정 회복 리더십

by Ham

새벽 5시, 김포공항 근처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나는 차를 몰았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시간, 10개 매장의 불빛을 찾아 하나하나 들렀다. 그날의 시작은 여느 날처럼 바빴지만, 평범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2005년 무렵, 내가 스타벅스 점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김포공항점은 특성상 아침 시간대에 유독 바쁜 매장이었다. 비행기를 타기 전 들르는 고객들에게 커피와 빵은 필수였다. 그런데 그날 아침, 부점장이 실수로 이틀 후에 들어 올 빵 주문을 누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순간, 상황의 심각성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동시에 화부터 내선 안 된다는 것도 분명히 알았다. 그 부점장은 신입이었고, 무엇보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려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지금은 문제를 지적할 때가 아니야. 어떻게든 해결하자.”

문제는 결국 ‘해결되지 않으면 결과로 남는다.’ 그렇기에 리더는 지적보다 먼저, 회복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우리는 인근 10개 매장을 직접 찾아가 빵을 빌려와야 했다. 배송 경로를 검토하고, 새벽 5시부터 한 매장씩 들렀다. 나는 그날 아침 근무가 아니었지만, 현장에 함께 있었다. 점장이기에 함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동행은 단순한 책임이 아닌, 신입에게 한 번쯤은 옆에 있어줄 수 있다는 리더의 태도였다.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그땐 본인의 몫이겠지만, 첫 실수는 곁에 있어주고 함께 짊어지는 게 나의 방식이었다.

우리는 함께 포장했고, 차가 없던 부점장을 위해 내 차로 움직였다. 각 매장에서 도움을 준 파트너들에게는 작은 감사의 마음으로 김밥 두 줄을 건넸다. 그것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당신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감정의 표현이었다.

아침 7시, 모든 빵은 제시간에 스타벅스 김포공항 1호점과 2호점에 도착했다. 매장은 평소처럼 정상 오픈할 수 있었다. 하루를 무사히 마친 뒤, 그 부점장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혼났을 줄 알았는데… 덕분에 제 실수를 만회할 수 있었어요. 저도 다음엔 누군가의 실수를 이렇게 덮어주고 싶어요.”

실수를 한 사람이, 그 실수를 통해 더 나은 리더가 되겠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확신했다. 감정 리더십이란 누군가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일으켜 세우는 기술이라는 것을.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 순간 가장 괴로운 사람은, 바로 그 실수를 한 사람이다. 다른 이들은 잠시 불편했을 뿐이지만, 그 일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은 오롯이 자신이다. 그래서 나는 리더로서, 그 실수를 꾸짖는 대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경험을 설계해 주기로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경험은, 실수를 교훈으로 남기고 책임감과 자기 확신을 동시에 심어주는 자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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