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매장용 머그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
정확히 몇 년 전이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대략 15년에서 20년쯤 전쯤이었을 겁니다. 한국 스타벅스에서 조용한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매장에서 사용하는 머그컵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한 거죠. 하루에 한두 개씩 없어지는 수준이었지만, 전국 수백 개 매장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전체 수량으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규모가 되었고, 결국 지원센터 팀장회의까지 열릴 정도로 상황은 심각해졌습니다.
머그 도난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몇몇 매장은 수시로 수량을 점검하고, 감시카메라 위치를 조정하기도 했죠. 그러던 중, 한 팀장이 회의 중에 이런 말을 남깁니다.
“우리는 광고비를 들여 브랜드를 알립니다. 그런데 지금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우리 브랜드를 퍼뜨리고 있는 셈인데, 그걸 막아야 하나요?”
이어진 말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설마, 훔쳤다고 자랑하겠습니까?”
그 말에는 묘한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머그를 가져간 고객들이 집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나 스타벅스 간다’는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전하게 되고, 그것이 일종의 자발적 브랜드 홍보가 되었던 겁니다.
하지만 스타벅스 코리아가 선택한 해결책은 조금 달랐습니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머그에 “매장용 머그입니다”라는 문구를 새겨 넣기 시작한 것이죠. 의도는 도난 방지였지만, 이 문구는 디자인의 조화를 깨뜨렸고, 그 결과 사람들 사이에서 ‘훔친 스타벅스 머그를 자랑하고 싶다’는 욕구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따라오던 자발적 홍보 효과도 함께 사라졌죠.
그런데 이 예상 밖의 문구가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인기를 끌게 됩니다. 특히 외국인 고객들 사이에서는 한글이 새겨진 머그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던 겁니다. “매장용 머그입니다”라는 문구가 이국적인 기념품처럼 보였던 걸까요? 어떤 외국인들은 그것을 사고 싶다며 매장에 요청했고, 일반 상품과 바꿔달라는 부탁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몇몇은 몰래 하나쯤 챙겨가는 일도 있었다고 하니, 브랜드 입장에서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죠.
결국 스타벅스는 이러한 반응을 반영해, 공항 매장이나 외국인이 자주 찾는 지역 매장에서 한글이 적힌 머그를 정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문제로 보였던 일이,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기회로 전환된 셈입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지금은 그 ‘매장용 문구’조차 머그에서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디자인과 소비자 경험의 균형을 다시 고려한 결과일 겁니다. 그걸 보면 기업의 정책이라는 건 한 번 정하면 고정되는 게 아니라, 시대 흐름과 시장 반응에 따라 충분히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혹시 다른 나라의 스타벅스도 이런 비슷한 경험을 겪은 적이 있을까요?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는, 생각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예측 불가능한 영역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