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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May 30. 2024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하여

내가 기억하는 서울: 명동에 갔다가 받은 문화충격

한국의 서울에서 산 지 언 사십 년이 되어가지만 서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반복되는 자신의 일상을 충실히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내가 속한 지역과 공동체가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사람들의 전부인 것 같고, 그 사람들과 하는 대화가 나의 하루하루의 고민의 양과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내가 과거에 아무리 어떤 곳에 살았든, 아니면 나중에 어디에서 살 것이라 꿈을 꾸든, 일상생활을 함에 있어서는 내가 사는 공간 밖을 여간해서는 잘 나가기 어려운 것 같다. (조종사나 승무원의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말이다)


1990년대 후반이 그 시작이었을 것이다. 지금 AI나 N잡러 같은 말들이 보편화된 것처럼 세계화라는 단어도 현상도 한참 유행하기 시작했던 바로 그때. 연락 수단이자 업무 수단으로 이메일이 보편화되기 시작하고 해외여행 수요도 더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던 시점이었을 것이다. (물론 IMF로 회자되는 금융 위기도 있긴 했다) 내가 살던 압구정동은 해외에 다녀오는 가족의 수도 많았을뿐더러 온갖 유행의 대한민국 1번지이다 보니 길에서 외국인을 보는 일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당시 TV를 틀면 지금처럼 한국어 완벽 패치된 외국인 방송인이 이렇게 많았을까? 지금처럼 지하철과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을까? 대답은 No. 


얼마 전 상품권을 현금화할 일이 있어 명동을 찾았다. 명품에도 관심 없고 호캉스도 하지 않으니 여간해서 잘 갈 일이 없는 명동. 명동에 외국인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얼마 전 한국에서 MLB 한국 투어가 있어 메이저리거 선수들이 가족들과 명동을 찾았는데 뭐 그건 그렇다 치고 평일 오전의 명동은 동남아 여러 나라의 관광객, 일본인, 중국인, 국적을 알 수 없는 서양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K 화장품 유명한 건 알았지만 우리 어릴 때 먹던 한국 과자들을 신기한 눈으로 너도 나도 싹쓸이 사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보니 참 신기하기도 하고.. 얼마 전에 인왕산 근처에 갔었는데 내가 인왕산 근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계기가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만큼 종로 09번 마을버스에 설레는 얼굴 표정을 한 채 바깥을 바라보는 하얗게 머리의 서양인 노부부를 보는 이 뭔가 재미난 느낌.


나에게 외국은 자국인인 내가 공부나 유학이나 관광이나 이민으로 나가는 곳이라고 생각했지, 외국인이 한국에 이렇게 많이 포진해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알고 있던, 내가 기억하고 있던 한국과 서울의 모습이 이제 더 이상 아니구나 하고 느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에서. 한국이 경제적으로도 정말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문화나 인프라는 전 세계인들을 계속 끌어당기기에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어렸을 적 타던 서울지하철 4호선도, 명동의 모습도 내가 기억하는 수십 년 전 모습 그대로인데, 거기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풍경은 사뭇 아니 정말 많이 달라진 것이 참 묘하게 느껴졌다.


아들이 야구에 관심이 많아 김하성이나 이정후처럼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한국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해마다 배출하는 야구 선수들의 수가 몇 명이고, 그중 메이저리그에 입단하는 자국 선수의 비중이 몇 명이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미국에서 MLB 리그는 미국인에겐 자국 리그지만, 전 세계 야구인들의 꿈의 무대와도 같은 MLB리그는 타국 선수들도 가고 싶어 하는 목적지.. 그중 한국 선수들도 이름을 올리고 있고 말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미국의 야구 선수들에게도 이러한 외국인 선수들이 잠재적인 아니 꽤나 영향력 있는 경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지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어떨까.

아직 한국의 서울에 오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관광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물론 업무나 비즈니스 때문에도 많이 오지만. 유학이나 교환학생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어 보인다. 내가 학부에 다닐 때도 교환학생을 나가본 경험이 있지만 우리나라에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인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었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지는 않지만 다문화 가정도 있고..


유난히 정이 많은 한국인들은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들에게 무척 관대하다. 나 역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 일상생활에 어렵지 않게 보이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바뀐 한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우리나라의 모습. 옛날과는 참 다른 모습을.. 내가 이 글을 시작한 이유는 외국인들을 잠재적인 경쟁자라고 생각해서는 아니지만 과거와 다른 현재의 대한민국, 서울에 살고 있는 나는 앞으로 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새로운 경각심? 위기의식에서 나온 건 아닐까 싶다. (경제 활동이나 다른 분야에서도 모든 것에 얽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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