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세속적이다

고백하기 부끄럽지만(?) 취업 문만 두드리기를 한 8년째 하는 중이다.

취업과 사회생활이 자아실현과 생계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이라면 아마도 최소 둘 중의 하나에 대한 결핍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참 고집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자존심 때문에 취업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다.

나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싶은 그런 욕망일까?

아마도 인사담당자는 이런 "불순한" 동기를 가진 나 같은 사람을 원천 스크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겠지. 소위 말하는 "허수"를 파악하고 제외하기 위해..

서류와 이력서상으로는 늘 합격이다.

만들어 내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이력도 멋지게 보이게 꾸밀 자신도 있다.

인터뷰해보면 늘 들어오는, 어찌 보면 가장 핵심적이고 파이널 한 질문. 우리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기를 기대하냐. 편하게 지내다가 조직 생활을 하고 싶은 이유는 뭐냐?

결국은 내 동기의 문제로 수렴되는데 이 지점에서 우물쭈물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왜 우물쭈물하게 되는가?

결국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를 파악하고, 주어진 직무 플러스알파를 해내기 위해 자신을 갈아 넣을 의지와 성실성이 분명한데도 "현실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들 앞에서 이런 일들에 드는 "최소한의 비용"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조건을 만나기 쉽지 않다.

내 능력에 대한 기대치도,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꽤 높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내 능력은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일에 쓰인다고 늘 생각해 오기도 했다.

근데 막상 생활전선에서는 "돈이 되는 일"이면 내가 그리 자부심을 갖고 살았던 "고차원적인' 능력이 아무 상관도 없는 느낌.....

나보다 잘날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사회성 하나로 잘 비벼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낙담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런 커뮤니티를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 쳐 보니 이젠 월급쟁이 버는 돈 뻔하다며 무시하는 사람, 배움에 대한 존중 없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워 보인다. 현재는 내가 그런 분위기의 커뮤니티 속에서 살면서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

막상 대학 졸업장도, 전공도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을 돈 된다고 그럼 죽자 사자 덤벼서 해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특출 난 브레인을 요구하는 직무나 경력, 적당한 수준 이상의 학력과 능력 플러스 사회성 탑재된 사람들을 이 사회는 요구하는 것 같다. 그럼 그 사이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고,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는 다 어쩔 수 없는 것?

Down-to-earth 되라고 회유하는 듯한 인생 먼저 산 지인들의 훈수를 들을 때면 속으로는 난 당신과 달라하는 스탠스를 취하며 나를 지켜왔는데 현타가 오는 요즘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들 이렇게 살고 있겠지.

나의 가치도 지키면서 현실에 치이지 않기 위해 다들 발버둥 치는 노력을 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