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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Critics] 2018년 1월 첫째 주

엔플라잉(N.Flying), 려욱, 해빈(구구단), 청하, 루나

by LRO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81144355_1546415793972_1_600x600.JPG ⓒ FNC Ent.


엔플라잉(N.Flying) - FLY HIGH PROJECT #2 '옥탑방'

프로젝트의 첫 번째 곡이었던 '꽃'부터 이번 신보에 이르기까지, 엔플라잉은 지금까지 그들이 보여줬던 밝고 에너제틱했던 노선과는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서정적인 가사와 어쿠스틱 사운드의, 비교적 전형적인 스타일의 곡이었던 '꽃'에 비해 '옥탑방'은 조금은 다른 스타일이다. 반복적이고 리드미컬한 멜로디가 특징적이고 이승협과 유회승의 보컬 믹스는 마치 한 사람의 것처럼 매우 유기적으로 엮여있다. 프로젝트의 키워드인 '청춘', '사랑'과 같은 서정성을 적절하게 담아낸 곡이기도 하다. 문제점은 프로젝트 방식 그 자체에 대한 아쉬움인데, 각 프로젝트와 곡들이 메세지적으로나 컨셉적으로 잘 묶여있는 반면 격월 발표라는 방식이 그 유기성을 단절시키고 있다는 감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특히나 이번 프로젝트는 멤버들의 자작곡을 발표하며 진행되고 있다. 차라리 긴 시간을 투자해 하나의 피지컬 앨범으로 완성되었다면 엔플라잉의 새로운 음악을 더 인상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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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욱 - 너에게 취해 (Drunk on love)

SM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작업물들이 그랬듯 좋은 질감의 사운드가 돋보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보컬 믹스가 눈에 띄는 앨범이다. 발라드 가수로서의 려욱의 특장점은 풍성한 음색을 내려 호흡과 감정을 과잉시키는 많은 남성 발라더들의 스타일을 답습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려욱은 솔로 앨범을 발표하기 이전에도 그러한 스타일을 지향하는 가수는 아니었지만.- 청아하고 감성적인 사운드의 곡들은 좋지만 뚜렷한 컨셉 없이 비슷한 곡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아티스트 본인의 의욕이 적지 않은 만큼 같은 회사의 규현, 태연과 같은 아티스트들의 앨범에서 보여줬던 기획력을 다음 앨범에서는 확인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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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빈 - 그때부터

해빈의 네 번째 OST 참여곡이고, 앞선 세 개의 곡에 비해 도입부의 저음으로 부르는 보컬이 새롭다. 부드럽고 발랄했던 'Forever Love'나 'Everyday'에서보다 해빈의 뚜렷한 음색이 돋보인다. 그리고 앞에서 무게를 잡은만큼 후렴구의 가성까지의 흐름이 가볍지 않고 드라마틱하게 들린다. 브릿지에서 좀 더 단단한 보컬을 보여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지만, 개인 활동과 그룹 활동에서 해빈이 보여줄 수 있는 보컬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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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 - 벌써 12시

곡의 시작을 장식하며 곡의 공백을 매워주는 유니크한 플루트 사운드와 감각적인 플럭 신스 사운드는 이전의 시원시원한 매력의 곡들과는 조금은 다른 컨셉과 의도로 채워져 있다. 반복적인 트랩 리듬 위의 청하의 고혹적인 음색 역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렇지만, 'Roller Coaster'부터 '벌써 12시'까지, 청하의 디스코그래피는 명확한 기획과 의도 하에 신중하게 이어지고 있다. 힘 있는 안무와 직관적인 가사, 그리고 청하 개인의 존재감에 묻히지 않는 감각적이고 사운드는 지금까지 그가 우리에게 보여줬던 곡들과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 곡 자체의 사운드와 아티스트의 존재감의 조화에도 불구하고, 초반에 고조되던 긴장감을 코러스에서 풀어버리며 '섹시 컨셉'의 전형성을 보여주는 이미지 컨셉에서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청하가 대중들에게 강한 존재감을 인식시킨 것에는 화려한 스테이지의 롤러코스터의 이전, 비욘세의 곡에 맞춰 힘 있는 즉석 안무를 선보였던 그의 카리스마에 있다. 그리고 아티스트의 존재감과 매력이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해, 그를 더욱 인상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기획사의 역할이다. 전형적인 컨셉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선미와 함께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젖힌 청하이니만큼 그의 취향과 생각이 묻어나는 작업물을 만나게 되는 것도 그렇게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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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 운다고 (Even So)

지난해 4월 [그런 밤]을 발표한 이후 또다시 루나의 자작곡들로 채워진 싱글 앨범이다. 깊은 감성과 잔잔한 피아노 반주가 인상적이던 지난 싱글에 비하면 비교적 밝고 따뜻한 장르의 세 곡은 사실 그렇게 독창적인 곡은 아니다. 그렇지만 장르와 사운드에 대해 기준 이상의 완성도를 고집하는 SM답게 좋은 완성도와 질감은 인상적이고, 시원시원한 고음과 극적인 표현으로 주로 기억되는 루나의 보컬은 훨씬 섬세해졌다. 2016년의 'Free Somebody'와 f(x) 활동에서의 루나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그런 밤]과 이번 싱글 앨범에 아쉬움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루나가 자신의 이름을 내고 선보인 대부분의 솔로곡들은 서정적인 곡들이었다. 우리들이 덜 주목하고 덜 환호하는 영역에서 루나는 그다음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리고 지금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루나의 정체성은 다른 모습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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