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RO Jul 04. 2019

청하, K-POP의 중심의 중심

복고적인 사운드와, 강렬한 색감의 비디오의 'Rollercoaster', 플럭 신스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EDM 곡 '벌써 12시'는 웰메이드를 추구하거나 실험적인 진보를 추구하는 곡들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청하 특유의 해석력과 캐릭터성, 그리고 무대를 장악하는 스킬로 두 곡을 모두 성공시켰고, 현재 가장 보편적인 스타일의 곡들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가장 K-POP스러운 것들을 가장 생동감 있게 해석해내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것이 청하의 가장 큰 스킬이고 또 정체성이었다. 그렇지만 [Flourshing]'Snapping'은 그런 행보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조금은 다른 곳을 향해 가고 있다. 

1번 트랙 'Chica'은 강렬한 라틴 팝 멜로디와 사운드로 가득한 곡이지만 청하가 이전에 발표했던 곡들과 가장 명확히 맞닿아있다.  글래머러스한 리듬과 귀에 확 꽂히는 가사, 보컬을 강조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코러스까지 이전 곡들의 흔적과 특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Offset]을 함께한 스태프들이 참여한 만큼, 'Chica'는 지금까지 청하가 발표한 대표곡들의 클라이막스와도 같은 곡이면서도, 청하의 성장 서사를 의미하는 가사까지 여러 의미에서 기념비적인 곡이다.


그렇지만, 타이틀 곡이자 마지막 트랙인 'Snapping'은 'Chica' 혹은 청하표 댄스 음악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다. 샤키라와 같이 열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던 1번 트랙과는 달리, 2000년대의 댄스 곡들을 재해석하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음악에 더욱 가깝다. 힙합에 기반한 비트와 킥들, 그루비하면서도 촘촘한 멜로디는 우리에게 익숙한 근과거의 것들이다. 'Snapping'의 앞에 배치된 곡인 'Flourshing'은 앨범이 지향하는 바가 어디인지를 더욱 분명하게 나타낸다. 영어만으로 이루어진 가사와 리드미컬한 트랩 비트, 팝 댄스 지향적인 보컬튠까지, 매우 뚜렷하게 근과거와 현재의 팝을 묘사한다.


1번 트랙으로 시작해 백예린이 제작한 미디엄 템포의 팝 곡인 '우리가 즐거워'나 풍부한 사운드의 발라드 'Call It Love'까지 초반의 세 곡들을 청하가 지금까지의 앨범들에서 조금씩 선보인 스타일들을 극대화한 곡들이다. 그렇지만 가장 K-POP적인 곡들로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오던 청하는 자신의 성공 공식에 안주하지 않고 더 '번영'하기를 원한다. 'Flourshing'과 'Snapping'으로 청하는 이미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귀를 사로잡는 벌스와 에너제틱한 훅의 구조를 고수해오기는 했지만, 사실 청하는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2 동안 시도해왔다. 전형적인 트로피컬 하우스 곡이었던 'Why Don't You Know'와 'Love u', 레트로적인 'Roller Coaster', 고혹적인 '벌써 12시'까지 그는 장르와 사운드들을 최대한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냈다. 클라이막스로 화려한 'Chica'를 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청하는 고정된 영역 안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몰입하기보다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 더 정확하게는,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를 원한다. "대중음악은 공감대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청하의 생각대로, 청하의 음악은 오히려 가장 보편적이고 트렌디한 스타일의 것들과 맞물려있다. 그리고, 오히려 그렇기에 청하의 음악이 새로운 영역으로 조금씩 확장되는 것은 의미를 가진다. K-POP의 가장 보편적인 공식과 트렌드를 갖춘 그의 디스코그래피의 확장은, 전체의 확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대담한 실험성으로 K-POP의 가능성을 개척해내는 아티스트들이 있다면, 청하는 개척된 방향으로 씬과 다수의 리스너들을 이끌어간다. 대중성과 참신함 사이에서 선택을 하거나, 균형을 잡는 이상의 역할을 지금의 청하는 해내고 있다.


하나의 완성된 피지컬 앨범과 아티스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일관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Flourshing]은 아쉬움이 남는 앨범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청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리스너든, 스태프든)을 포용해 나아가기를 원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이 가능한 능력을 갖춘 아티스트이다. 많은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 음악을 해오면서도 자기만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강조하는 것이 가능했던 아티스트는 몇 되지 않는다.  K-POP의 중심의 중심에 있는 청하는 새로운 미지의 영역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 나가거나 청하만의 폐쇄된 영역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래도 청하는 나아간다. 그리고 그가 한 번 움직이면,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매거진의 이전글 Weekly Critics: 2019년 6월 넷째 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