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RO Jul 07. 2019

아이들, 새로운 기준선

에스닉과 라틴 팝, 그리고 올드 스쿨 힙합이라는 일련의 키워드들에서 90년대를 떠올리지 않기란 쉽지 않다. 일련의 장르와 사운드들은 한 때 팝 시장과 한국 대중 음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그리고 레트로 트렌드로 인해 다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들을 데뷔부터 지금까지 재료로 삼고 있는 팀이 있다. 아이들은 과거의 음악과 지금의 음악, 트렌드와 독창성, 과감함과 절제 사이를 매우 균형 있지만 과감하게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도로 만들어지는 것들은 과거를 재현하는 복고 그 이상의 존재감과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올드스쿨 힙합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Uh-Oh'는 과거를 추억하거나 재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곡은 아니다. 전소연의 프로듀싱 아래 언제, 누구에 의해 불려질지 철저하게 계산되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 멤버들은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 별개의 스타일을 소화하려고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된다. -레트로 작업물에서 이 점은 특히 중요하다.- 쫀득하고 강렬하고 소연의 인트로에 연이어 깔끔한 음색의 수진, 거친 코러스가 나오기 직전의 강하고 무게감 있는 미연과 우기의 브릿지 등에서 멤버들은 각자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멤버들에게 맞춰진 K-POP의 곡 구조 덕에, 올드스쿨 비트와 사운드 소스들은 과거의 스타일을 재현함과 동시에 매우 강한 생명력을 가진다. 전소연의 이런 프로듀싱 능력은 에스닉 또는 샤크라를 연상하게 했던 '한'이나 브라스 사운드가 적극적으로 쓰였던 90년대 라틴 팝에서도 곡과 팀의 색이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성을 지니게 했다. 


눈에 띄는 또 다른 점은 안무다. 강렬하고 구조적이지만 몸의 곡선을 강조하던 전작들의 안무와는 다르게 'Uh-Oh'의 안무에는 강하고 힘 있는 동작들이 많다. 몸을 숙이고 어깨를 흔드는 동작이나 팔다리를 거칠게 뻗거나 접는 것들은 걸그룹보다는 보이그룹들의 안무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던 것들이다. 보이그룹들이 걸그룹 못지않게 진한 메이크업과 화려한 스타일링을 하고도 강한 분위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안무와 에디튜드 덕이었다. 주로 보이그룹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요소들을 회복한 'Uh-Oh'의 안무는 시니컬하고 공격적인 가사, 멤버들의 강렬한 에디튜드와 어우러져 아이들 특유의 거칠고 어두운 분위기를 더욱 진하게 연출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어떻게 보이기를 원하는지를 가장 잘 드러낸다.

지금의 K-POP 씬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선별해 자신들만의 틀에 맞추는 팀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아이들은 가장 독보적이고 또 남다른 길로 나아가고 있다. 과거를 재현하거나 트렌드를 따라가는데 급급하지 않고 취할 것만 취하면서도, 그 손길을 과감하게 뻗는다. 그리고 장르와 스타일을 넓혀나가던 포미닛과 2NE1 시대가 갑작스럽게 끝나고 잠시 주춤했던 걸그룹 씬의 가능성을 다시 회복하고 확장한다. 남성 프로듀서의 의견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팀의 방향과 목적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팀이기에 더욱 이런 면모는 두드러진다. 아이들에게서 베이비복스나 샤크라, 혹은 같은 소속사인 포미닛, 그리고 걸스 힙합을 테마로 활동하는 동시대의 다른 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더라도 그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두 장의 미니앨범과 두 개의 싱글을 발표한 아이들이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은 많고 가야 할 길은 아직도 길다. 그만큼 아이들의 앞에는 아직도 큰 가능성이 열려있다. 과거와 현재를 재료로 자신들만의 색을 구현해내는 아이들이 팀을, 그리고 걸그룹 씬의 영역과 기준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기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청하, K-POP의 중심의 중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