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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RO Jul 15. 2019

Weekly Critics: 2019년 7월 둘째 주

여자친구, 하성운, 리미트리스, 네이처, 백현, 홍빈&형원, 원팀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여자친구 - FEVER SEASON

서브컬처 감성적인 멜로디와 건강하고 격정적인 에너지의 공존은 여자친구의 음악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었다. 앨범마다 디테일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 기조는 데뷔 곡인 '유리구슬(Glass Bead)'부터 '시간을 달려서(Rough)', '너 그리고 나(NAVILLERA)', '혜야(Sunrise)'까지 유지되었다. [FEVER SEASON]은 기존의 여자친구 음악과는 매우 다른 스타일을 취하고 있는 앨범이지만, 그 기저에는 여자친구 본연의 음악과 스타일이 강하게 깔려 있다. 타이틀 곡 '열대야'에서 이 경향은 가장 두드러진다. 이제는 트렌디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만연한 트로피컬 하우스를 여자친구 특유의 멜로디 라인을 표현하는 사운드로 활용해, 이전에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낸 곡이다. 여자친구의 힘찬 비트와 스트링 사운드에 트로피컬한 느낌을 담은 사운드를 활용한 'Mr.Blue'에서도 새로운 결을 확인할 수 있고, 여자친구의 음악에서 자주 들을 수 있던 신스 사운드를 레트로한 밴드 세션과 도회적인 베이스에 녹여낸 'Paradise' 역시 신선하다. 트로피컬 하우스와 뭄바톤이 한참 아이돌 팝 씬을 휩쓸던 2~3년 전 여름에 발표했더라면 더욱 주목받을 수 있는 앨범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여자친구의 이후 행보에서 보여질 다른 변화가 기대된다. 여자친구는 원래 자신들만의 길을 가는 그룹이니까.


하성운 - BXXX

'BLUE'라는 강렬하지만 추상적인 키워드를 곡마다 장르와 사운드의 차이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레드와 여름을 직관적으로 풀어낸 레드벨벳의 [THE RED SUMMER]를 떠오르게 한다. 감각적이고 복고적인 신스 사운드의 '블루메이즈(Bluemaze)'와 깔끔하고 세련된 'BLUE', 드라이빙에 어울리는, 청량하고 부드러운 '라이딩(Riding)' 등 다양한 이미지와 질감의 곡들로 채워진 다섯 곡들의 연속이 재미있다. 비교적 자유롭고 넉넉한 구조의 곡이다 보니 하성운의 보컬 역시 곡 안에서, 혹은 앨범 전체에서 다양한 톤과 호흡을 오가며 생동감을 준다. 청량하고 감각적이지만 일상성에 초점을 맞췄던 [My Moment]와도 사운드적으로, 또 이미지적으로 이어지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비교적 안전한 선택을 한 것 같은 타이틀 곡은 아쉽지만, 하성운만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이 앨범이 어떠한 시작점으로 여겨지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리미트리스(LIMITLESS) - 몽환극(Dream Play)

시원한 신스 사운드와 브라스 사운드, 라틴팝적인 비트의 조합을 새롭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많은 기대를 받았던 팀의 데뷔 곡으로는 무난하고 깔끔한 구성과 스타일이지만, 잘 알려진 멤버인 장문복에 대한 어떠한 '선입견'을 깨려는 시도로 이해한다면 아주 있을 수 없는 시도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많은 곡들에서 쓰인 요소들을 절제하며 깔끔한 만듦새를 추구하다 보니 기억에 남는 구간이나 사운드, 이미지가 부재하다. 팀의 데뷔곡이니만큼 더 과감한 모험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네이처(NATURE) - I'm So Pretty

보아와 샤이니, 빅스 등 세련된 사운드의 곡들을 만들었던 이력이 있는 스태프들의 이름이 무색하게 2010년대 초 걸그룹들의 스타일이 매우 강하게 묻어난다. 윤상과 노영심의 곡으로 채워진 트랙이 놀랍고, 곡을 구성하는 사운드 요소들의 구조에서 신경을 쓴 부분들이 보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멤버 개개인의 음색을 살리지 않고 애교스러운 연출에 집중하는 보컬 디렉팅과 적어도 8년 이상 이전에나 쓰였던 가사와 사운드가 몹시 아쉽다. 그렇다 보니 트렌디한 컬러감과 스타일로 꾸려진 이미지 컨셉과의 괴리 역시 크다.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많은 팀이고 기획사이지만, 지금의 아이돌 팝 씬의 흐름을 잡아내는 훈련이 프로듀서들에게 필요하다.


백현 - City Light

빈티지한 이펙트를 시작으로 투박하면서도 세련된 비트와 백현의 글래머러스한 보컬의 조합이 강렬한 'UN Village'의 존재감은 상당히 독특하다. 딘을 대표로 하는 어반 힙합과 R&B를 레퍼런스로 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재즈나 라운지 뮤직의 흔적 역시 묻어나는 곡이다. 수록곡들 역시 비슷한 결의 장르성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Stay Up'의 그루비한 멜로디와 코러스, 'Betcha'의 복잡하면서도 날 선 사운드, 익숙한 선율 구조의 'Ice Queen' 같은 곡에서는 EXO의 음악의 짙은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백현이 추구하는 장르와 EXO 활동을 통해 보여준 장르의 두 방향성이 새로우면서도 익숙하게 공존하는데, EXO의 곡들이 누구의 보컬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보통 발라드나 댄스로 나뉘는 보이 그룹 솔로 앨범들 중에서 본격적인 R&B를 시도한 솔로 데뷔라는 점에서도 눈에 띈다. 그렇지만 특정한 사운드스타일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빛과 도회성이라는 키워드가 다양하게 표현되지는 못한 점은 아쉽다. 2019년의 SM엔터테인먼트에서 발표된 솔로 앨범들은 특정한 구상에 집중한 나머지, 힘을 실을 수 있는 지점들을 다소 놓치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City Light] 역시 그렇다. 태민이나 태연의 앨범에서 있던 섬세한 A&R과 기획다른 솔로 아티스트들의 앨범에서도 찾아볼 있기를 기대해본다.


홍빈 & 형원 - THE LOVE OF SUMMER : THE PERFORMANCE

옹성우와의 프로젝트에서 보여줬던, 전형적인 청량함과는 다르게 샤프하고 섹슈얼한 분위기의 곡인데 두 그룹의 멤버들이 보여주는 합이 나쁘지만은 않다. 두 팀 모두 파워풀한 섹시를 컨셉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공교로운 조합이다. 활동이 없는 커머셜 프로젝트이지만 무대에서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는, 기분 좋은 아쉬움이 남는다.


 1TEAM - JUST

[HELLO!]에서 보여줬던 프리한 그루비함을 여름 시즌 스타일로 풀어낸 듯 한 앨범이다. 퓨처 사운드와 느린 템포, 트로피컬한 신스 조합의 '롤링롤링'은 곡 자체도 뮤직 비디오도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특유의 느긋한 에디튜드만큼은 눈에 띈다. 최근의 아이돌 팝 씬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요소들을 원팀만의 해석으로 풀어내려는 일관된 행보(혹은 그런 행보에 대한 예고)는 나름대로 새롭지만, 이를 감상자가 음악적으로 혹은 비주얼적으로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듀싱적인 연구는 필요해 보인다. 아직 데뷔 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인이기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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