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게이트 이후의 K-POP (4)
승리 게이트에 관련된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던 상반기, 의미심장한 글들이 올라왔다. YG엔터테인먼트 전 대표이사이자,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전 멤버인 양현석이 운영하던 클럽인 'NB' 역시 해외 VIP들의 성매수 접대 장소로 이용되거나, 마약 유통이 있었다는 이야기들이었다. 현재 양 전 대표는 해당 의혹들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다. 만약 일련의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소속사의 대표 프로듀서와 대표 아티스트가 동일한 수법으로 범죄 카르텔을 조직하고 운영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최근에는, 빅뱅의 다른 멤버인 대성이 소유한 건물에서 성매수 알선 업체들이 불법 운영을 자행하고 있었고, 건물주인 대성 역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해당 건물을 둘러싼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 탈세와 마약 판매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해당 업소들이 무엇을 팔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대해 대성의 건물 관리인은 "몰랐다"라고 해명했지만, 대성의 빌딩에서 영업장을 운영하던 업주들은 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해당 업소들과 관련해,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점에서 '정말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앞선 두 사건과는 달리, 대성은 각 업체들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업주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버닝썬-승리 게이트와 양현석 전 대표 관련 사건들, 그리고 대성의 사건을 평행선에 놓아본다면, 매우 눈에 띄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성들에 대한 성매수 알선이 그것이다. 업주들의 진술대로, 대성이 해당 업소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법률적으로 성매매 방조죄에 해당하게 된다. 그렇지만 성매매 방조라는 행위에 대한 법률적 책임을 지기 이전에, 여성들의 신체를 재화로 거래하는 행위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느냐는 도의적 책임에 대해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대성이라는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질책이나 비판을 위함이 아니다.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와, 대성의 성매매 방조죄 파문은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온, '폭력'과 '방관'이라는 두 형태의 악(惡)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성은 승리 혹은 정준영처럼, 여성에 대해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거나 그에 준하는 행위를 주도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러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사람들과 장소에 경제적인 관계로 관련되어 있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업주들의 진술대로- 대성이 모든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심지어 그러한 행위들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입장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성매수라는 인습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를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양현석의, 승리의 범죄 행위들과 의혹들 역시 이렇게 주변인들의 묵인으로 보호되어 왔을 테다. 승리 게이트와 대성 소유 건물의 성매수 업소 파문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건은 분명히 아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비밀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느슨한 '장'으로 연결되어 있다. 위에서 아래로, 서로가 서로에게 전달하며 학습되는, 어떠한 소승(紹承) 혹은 연대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성매수를 하는 남성과 포주인 남성, 그리고 그러한 이들을 보고도 침묵하는 남성들은 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이들은 대성 역시 그런 무수한 '사회 분위기'를 세뇌적으로 받아들인 피해자일 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어떠한 범죄 혹은 악, 혹은 뿌리 깊은 여성혐오적 인습이 지속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 주체 이외에 그 행위를 묵인하거나 간섭하지 않는 존재들이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특히나 승리 게이트, 혹은 성매수 알선 업소와 같은 공공연한 성격의 범죄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행위들에 있어 제삼자의 침묵은 단순한 중립이나 소시민적 선택으로 남아있지 않고, 말 그대로 범죄 행위의 존속을 지탱해주는 하나의 동력원으로써 작용한다. 대성의 방관 (혹은 무지)가 이 시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거대하고 느슨한 구조의 가장 전형적인 모델이기 때문이다.
남성 사회에서 여성을 단순히 성적, 상업적 대상으로 규정하고 강요해온 거시적인 구조에서, 강대성은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해당 업소들로부터 금전적인 이득을 취해온 입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폭력적인 구조에서 온전히 '무관한 개인'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중립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소란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침묵일지라도 그 침묵으로 분명한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있는 한. 이번 사건이 법적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성매수 시장의 거대한 판에서 일정 부분 이득을 취하고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대성의 도의적 책임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같은 자리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그 책임을 뒤늦게나마 질 것인지, 혹은 계속적인 침묵으로 이 모든 것을 외면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