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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RO Aug 07. 2019

Weekly Critics: 2019년 7월 넷째 주

세훈&찬열, 케빈, CIX, VAV, 공원소녀,  NCT Dream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세훈 & 찬열(EXO-SC) - What a Life

 [What A Life]가 지향하는 바는 매우 명확하다. 세 개의 타이틀 곡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개코와 그레이, 행주 그리고 최근의 힙합 아티스트들이 선보였던 스타일이 그것이다. 여유 있지만 조금은 날 것처럼 느껴지는, 남자들의 여유롭고 재미있는 일상. 파티와 놀이, 술, 클럽, 부의 과시 등으로 채워진 것들 말이다. 'What A Life'의 뮤직비디오에서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요트에서 몸을 드러내며 춤을 추거나 나른하게 누워있고, 그 가운데서 "나는 놀려고 일해"라고 말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매우 클리셰적이다. 그렇지만, 뮤직비디오 안에서 여성들의 몸을 적극적으로 성적 물화(物化)시키고 있는, 장르의 반동적인 편협함은 매우 문제적으로 보인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해당 장르나 컨셉과는 괴리감이 있는 멤버들의 색도 아쉽다. 'Stay With Me'나 'Freal Luv'와 같은 곡들에서 보여준 찬열의 매력은 절제된 호흡의 보컬이었고, 'Sing For You'부터 '전야', 'We Young'에서 들을 수 있는 세훈의 보컬 역시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개성이 있었다. 두 멤버가 처음으로 발표한 앨범이기에 시행착오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것보다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레퍼런스를 탐색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케빈(Kevin) - BEAUTIFUL DAY

유키스 활동을 마무리한 후, 일본 활동에 집중하다 오랜만에 발표하는 싱글이기에, 일단은 청아한 그의 보컬이 반갑다. 부드럽고 스위트한 멜로디와 편곡의 곡이 그의 보컬에 어울리지만, 최근 일본에서 발표한 곡들에서 보여준 시원하고 샤프한 창법이 그의 이전 활동에서도 돋보이던 모습이기에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일본에서 음반 활동을 병행하고 있기에 국내에서 앨범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은 더 나중의 일이 될 것 같지만 독특한 매력을 가진 아티스트이기에 정식 컴백을 기대해본다.


CIX - 'HELLO' Chapter 1. Hello, Stranger

이전에 아이돌 팀을 프로듀싱한 적이 없는 기획사임에도 확실한 재료와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NCT나 워너원 활동 후반의 미니멀한 아트워크를 배경으로 샤프한 섹슈얼함을 가지고 있는 배진영을 배치하고, SM의 앨범 크레딧에서 자주 볼 수 있던 스태프들이 참여한 만큼 깔끔하고 세련된 곡들을 채운 앨범이다. 상당히 공을 들인 앨범이지만, 오히려 완성도가 준수한만큼 배진영 외의 멤버들이 존재감을 내비치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 이미 잘 알려진 멤버를 영입한 팀들은 주로 메인 멤버의 이미지를 다른 멤버들에게도 이식하거나, 혹은 팀 전체가 소화할 수 있을만한 컨셉을 이용하곤 했다. 배진영의 보컬과 이미지에 집중되어 있는 비중을 이후 활동부터는 어느 정도 분배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균형감의 부족함이 아쉽지만, 최근의 보이그룹 데뷔 앨범 중에서는 가장 깔끔한 완성도의 앨범.



VAV - GIVE ME MORE

'Senorita' 이후로 다시 선보이는 라틴 팝 장르의 싱글이고, 멕시코 아티스트인  De La Ghetto와 Play-N-Skillz 팀과 콜라보레이션을 했다는 점에서 본격적으로 노선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아티스트들과 적극적으로 콜라보를 진행한 라틴 팝 컨셉이라는 점에서 슈퍼주니어의 'Lo Siento'와 'One More Time'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상당한 보컬의 기교를 필요로 하는 멜로디에 비해 심심한 보컬에서 못내 부족함이 느껴진다. -이것은 최근 라틴 팝을 시도했던 많은 그룹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장애물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장르 중 하나라는 점에서 청자들의 진입장벽이 낮을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 경험치를 쌓지 않으면 그만큼 표시가 나는 장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번 곡과 같은 힘을 준 라틴 팝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음악적 정체성과 스킬을 쌓는다면 어느 팀보다도 확고한 영역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공원소녀(Girls in the Park) - 밤의 공원(THE PARK IN THE NIGHT) part three

공원소녀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시리즈인 '밤의 공원'의 마지막 앨범인만큼 사운드적인 완성도만큼은 전작들에서 더 나아갔다.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공원소녀와 마찬가지로 감각적인 사운드와 서브컬쳐적인 이미지를 사용하든 다른 팀들과 어떻게 정체성을 (음악적으로든, 이미지적으로든) 달리 할지에 대한 것이었다. 공원소녀는 이 차별점을 '밤의 공원'이라는 키워드를 사운드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힘을 쏟는데, 여기서 레드벨벳의 흔적이 느껴진다. '밤의 비행(The Interpretation of Dreams)'와 같은 절제된 어반 풍의 댄스 곡이나, 레트로한 베이스 라인과 그루비한 멜로디의 'Black H●le' 같은 곡들에서는 서늘한 벨벳을 보여줬던 레드벨벳의 R&B 곡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우주소녀와 오마이걸, 레드벨벳과 같은 팀들이 가지고 있던 음악적인 장점을 흡수하고 재조합하는 것에 성공한 셈이다. 아쉬운 점은, 최근 씬에서 양산되고 있는 아니메 판타지적인 이미지를 아직은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후의 활동에서는 공원소녀의 이미지적인 서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NCT Dream - We Boom

청소년 멤버들로만 이루어지는, 가장 유동적인 시스템의 팀임에도 불구하고 SM은 NCT Dream의 지금 멤버들의 성장 서사를 꾸리는 것에 망설임이 없어 보인다. 김나지움적인 기숙학교에서 몰래 껌을 씹던 소년들은 미니멀한 비트 위에서 시니컬한 보이스를 툭 던진다. 근 10년간 SM의 음악에서 듣기 어려웠던, 야생적인 보이스와 베이스의 곡인 'STRONGER'와 '119' 역시 낯설다. 타이틀 곡인 1번 트랙부터 3번 트랙은 SM이 NCT Dream의 초기 음악을 통해 보여줬던 아기자기한 세계에서 h.o.t나 신화, 초기 동방신기 시절에 보여줬던 '소년'의 모습을 소환해낸다. 4번 트랙인 '사랑이 좀 어려워 (Bye My First...)부터 마지막 트랙 'Dream Run'부터는 기존의 드림으로 돌아오지만 여전히 초반 트랙들의 인상은 강렬하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기존 멤버들이 보여준 음악의 변화와 성장 서사는 매우 정석적이고 -SM의 기준으로.- 클리셰적이지만, 2000년생 멤버들이 '졸업'을 하고 새롭게 영입될 멤버들이 다음에 무엇을 보여줘야 할 지에 대한 숙제를 남기는 듯하다. 뚜렷하고 강렬한 변화를 보여온 만큼 이후의 NCT Dream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미지수이고, 여전히 우리 안에서는 'Chewing Gum'과 '마지막 첫사랑'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아직까지도 팀의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무한 확장'을 표방하는 NCT이기도 하지만,  '청소년'인 그들은 언제까지고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을지라도 그들은 원래 규범화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이다. 특히 그것이 '어른'들의 기대라면 더더욱 그 자리에 갇혀있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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