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Ve Festival' Day 1]에서 레드벨벳은 자신들의 과거 음악과 소녀시대, f(x)의 흔적까지 하나로 엮어내 폭발시켰다. 그들이 이 축제의 2일 차에 접어든 곳은, 그들이 계속해서 존재감을 뽐냈던 여름이다. 그렇다고 레드벨벳이 '빨간 맛'이나 'Power Up'의 흥행공식을 반복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The ReVe Festival' Day 2]은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앨범이다. 레드벨벳이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90년대 R&B 사운드는 디스코와 훵크, 소울로 폭넓게 확장되어, '빨간 맛'과는 전혀 다른 영역의 여름의 음악을 펼친다.
과거의 음악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The ReVe Festival' Day 2]는 지금의 레트로 대잔치에 합류하려는 목적의 앨범은 아니다. 타이틀 곡 '음파음파 (Umpah Umpah)'는 도입부에서 복고적인 신스 사운드를 통해 본격적으로 과거의 음악을 들려주려는 듯하지만, 반복적인 "음파음파"는 레드벨벳 특유의 코미컬한 분위기로 사운드를 잡아 이끌어간다. 경쾌한 사운드의 디스코 풍 댄스곡을 SM이 이전에 선보였던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적으로 소녀시대의 'Holiday'가 있다.) 레드벨벳의 강점인 화음이 강조된 코러스와 풍성한 보컬은 70년대의 디스코를 연상하도록 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전부터 코러스를 중요시해왔던 레드벨벳의 음악 덕분에 화음이 강조된 코러스는 이 곡을 레트로의 세계관으로 이끌지 않고 레드벨벳만의 세계관에 안착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70년대와 80년대의 블랙 뮤직을 모티브로 하는 흐름은 리드미컬한 베이스 사운드가 강조된 '카풀 (Carpool)'과 레트로적인 소울 팝 멜로디의 'Love Is The Way'와 'Jumpin''까지 이어진다. 어느 정도 레드벨벳의 기존 음악과 K-POP의 문법을 따르고는 있지만, 비슷한 정서의 곡들이 계속 이어지며 과거의 음악들이 지닌 정서를 점점 강하게 전달한다. 'Ladies Night'는 이 흐름을 80년대 훵크로 조금 방향을 튼다. 유키카의 '좋아하고 있어요', 태연의 'Let It Snow', 카라의 'Starlight'를 작업한 모노트리의 추대관이 작업한 곡인 만큼, 정교하게 구현된 레트로 사운드와 멜로우한 정서는 경쾌한 분위기의 앨범을 환기한다. 'Ladies Night'와 함께 블랙 뮤직의 다른 결을 보여주는 '눈 맞추고, 손 맞대고 (Eyes Locked, Hands Locked)'은 레드벨벳의 주특기인 R&B로 돌아오며 앨범에서 점점 고조되던 레트로 사운드와 정서의 잔향만을 남긴다. SM의 기존 음악에 블랙 뮤직을 수혈하며 변주하던 레드벨벳은 이제 굳건해진 자신들의 음악적 영역을 확장해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에 포함된 장르성과 사운드는 새롭지 않다. 디스코나 훵크뿐 아니라 뉴웨이브와 R&B 등 한 때 과거를 풍미했던 장르들은 수년 동안 계속되는 복고의 흐름에서 이미 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재현되거나 변주되고 있다. [‘The ReVe Festival' Day 2]가 그러한 작업물들 사이에서 가지는 차별점은, 레드벨벳은 과거를 재현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소녀시대와 f(x)의 음악적인 요소들을 계승하고 재조립하는 지난 시간 동안에도, 그들은 두 팀에 대해 향수를 자극하는 방향으로는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래 왔기에 레드벨벳만의 고유한 음악관과 세계관을 지키고 확장할 수 있었다. 70년대에서 80년대의 음악과 그 음악들이 가지고 있는 여름의 정서는, 레드벨벳과 레드벨벳이 구축한 여름에 집어삼켜졌다. 과거를 추억하고 복제할 마음이 없는 이들에 의해 변주된 과거의 음악은, 레트로로서의 생명력을 잃고 레드벨벳의 여름을 장식하고 음악적 역량을 넓히는 목적으로만 쓰인다.
이는 비주얼 컨셉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지금의 복고 트렌드를 대표하는 레트로 핑크와 70년대와 80년대를 오가는 패션이 적극적으로 쓰이고 있음에도 레드벨벳은 과거를 정면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Power Up'과 '피카부(Peek-A-Boo)', 'Bad Boy' 등 전작들이 교묘하게 뒤섞인 뮤직비디오 역시 과거의 플롯을 반복하지 않고, 인공적인 해변과 파도, 비 오는 여름의 일면을 새롭게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 브랜드의 의상 컨셉을 도용한 것으로 보이는 스타일링은 매우 아쉽다. 70년대와 80년대 레트로를 테마로 한 스타일링 레퍼런스는 매우 많은데 말이다.) [Perfect Velvet]이 레드벨벳 기존의 그로테스크한 컨셉과 벨벳 컨셉의 음악을 개조하고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듯, [‘The ReVe Festival' Day 2]는 레드벨벳의 여름과 음악을 크게 넓혔다.
레드벨벳이 연 축제의 1일 차에는 지금까지의 레드벨벳의 음악을 -그리고 SM의 음악을- 종합하고 기념했다. 그리고 지금 축제의 2일 차, 레드벨벳은 그들의 음악에서 중요한 키워드였던 여름 시즌 댄스 음악과 블랙 뮤직을 혼합하고 확장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그들의 음악적 성장에 집중한 셈이다. 이 축제의 마지막에 그들이 이번에는 '비주얼적' 실험을 시도하게 될지, 혹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다른 것을 보여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우리는 아직 이 축제의 시작과 마지막 사이, 큰 챕터의 마지막과 새로운 시작 사이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이 큰 페스티벌이 어떻게 끝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레드벨벳은 또 한 번 우리에게 만족스럽고 새로운 여름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