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앨범과 무대를 통해 독창적이고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팀은 많지 않다. 설령 성공했다 해도, 그 스타일과 에너지를 수년간 꾸준히 이어간 팀은 더욱 적다. 그렇기에 펑키하고 건강한 에너지를 오랫동안 어필하면서도 성공적인 작업물을 만들어낸 세븐틴은 아이돌 씬에서 보기 드문 경우이다. 그렇지만 팀의 정체성을 구축한 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팀들은 스스로에게 변화를 강요하기 마련이다. 세븐틴에게는 그 시점이 올해인 듯하다. 1월에 발표한 여섯 번째 미니앨범 [YOU MADE ME DAWN]부터 세븐틴은 팀의 새로운 장을 만들기 위한 시도들을 해오고 있다. [An Ode]은 고민의 흔적들이 본격적으로 묻어나는 앨범이다.
지난 8월 선공개한 싱글 'HIT'은 세븐틴 특유의 힘찬 랩과 코러스로 가득한 EDM곡이었다. 그렇지만 '울고 싶지 않아'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 곡은 '거짓말을 해'로 넘어가면 전혀 다른 사운드와 정서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깔끔하고 넉넉한 공간감의 신스 사운드와 베이스, 정적인 선율, 흩뿌리듯 터지는 가성 등은 1번 트랙에서 (혹은 세븐틴의 이전 행보들에서) 쌓은 에너지와 긴장감을 풀어낸다. 풀려버린 텐션은 3번 트랙이자 타이틀 곡인 '독 : Fear에서 다시 한번 높아진다. 묵직하고 둔탁한 사운드와 어두운 R&B 팝 스타일의 멜로디는 새롭지는 않지만 분명히 세븐틴을 통해서는 처음으로 보는 스타일이다. 세븐틴과 오랫동안 함께한 BUMZU, 박기태 등이 멤버들과 함께 작곡에 참여해, 거칠고 날카로우면서도 기존 세븐틴이 가지던 힘찬 랩과 코러스를 최대한 살려낸 구성의 곡을 만들었다. 연차가 쌓인 만큼 보컬을 샤프하게 사용하거나 안무나 제스처를 통해 컨셉을 소화해내는 멤버들의 역량 또한 준수하다.
이후 트랙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가 풀어내는 것을 반복한다. 퍼포먼스 팀 멤버들의 보컬을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담은 '247', 초기 보컬 팀의 곡들을 연상시키면서도 세련되고 미니멀한 사운드로 보컬을 최대한 살려낸 'Second Life', 다양한 소스들이 정교하게 편집된 'Network Love' 등 [An Ode]에서는 기존 세븐틴 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이 연속되고 있다. 데뷔 5년 차에 접어드는 팀이기에, 다양한 장르와 사운드를 소화하고 자신들에게 맞게 조절하는 능력은 여느 팀보다도 안정적이다.
그렇지만, 세븐틴의 새로운 장을 여는 정규 앨범으로서는 어딘가 아쉽다. 타이틀 곡인 '독 : Fear'은 최근의 보이그룹 음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미지 컨셉과 곡 구성이지만, 세븐틴 특유의 펑키한 에너지를 적절히 조합해 나름대로 독자적인 스타일을 꾸려낸 곡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n Ode]의 수록곡들에서 타이틀 곡에서 만들어낸 예민함과 날카로움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두려움'을 테마로 한 앨범이라는 점에서 수록곡들에서 이전과는 달리 섬세한 감정과 가사를 담아내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는 세븐틴이 최근 2년 동안 이미 발표했던 곡들과 유사한 구성과 정서를 반복하거나, 아예 관련이 없기도 하다. 각 곡들의 사운드나 스타일이 지향하는 바가 제각각이라면 앨범 전체에서 일관된 컨셉이나 음악 스타일, 메세지를 읽어내기란 어려워진다. 전작인 [YOU MADE MY DAWN]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을 이미 시도했기에, 정규 앨범에서 장르와 컨셉을 일관성 있게 정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세븐틴의 디스코그래피에서 [An Ode]가 변화의 분기점과 같은 위치에 서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다양한 장르와 콘셉트를 시도하고 있는 만큼 이후에 집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 것 역시 사실이다. 이후에 세븐틴이 어느 방향을 향해 나아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지금은 세븐틴의 본격적인 2막이 시작되기 전 단편적이면서도 스케일이 큰 예고편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