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캐쳐, 라붐, 빅스, 엠버, 카드, 핑클, 트와이스, 제시카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악몽' 시리즈의 완결판인 [The End of Nightmare]는 드림캐쳐 특유의 일본 락 사운드와 K-POP,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절묘하게 조합해 완성해낸 앨범이었다. 그렇기에 모바일 RPG 게임과 세계관을 함께하며 커머셜 뮤직으로서의 성격을 띠게 된 '데자부(Deja Vu)'는 어쩌면 아쉬운 전환점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PIRI'의 예측할 수 없는 편곡과 다양한 사운드 소스의 조합을 떠올린다면 '데자부(Deja Vu)'는 'Chase Me' 같은 초기 곡들처럼 '애니메이션 주제곡 같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운 곡이다. 그렇지만 이전의 어느 곡들보다 매끄러운 곡의 흐름은 어느 때보다 좋다. 피아노와 보컬로만 이루어진 전반부와 메탈과 오케스트레이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코러스의 강렬한 대비를 서로 이어주는 변주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다음을 예측하기 쉬운 구조는 아쉽지만, 완성도 높은 클리셰는 그저 클리셰로만 남진 않는 법이다. [Raid of Dram]이 전작들과 가지는 차이는 타이틀 곡보다는 수록곡들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메탈과 서브컬처 뮤직, 힙합, 댄스 같은 장르들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하며 그 무게감과 태도를 바꾸던 전작들과 달리 [Raid of Dream]의 트랙들은 본격적으로 하나의 방향성을 향해 질주한다. 거친 신스와 코러스에서 몰아치는 밴드 사운드의 조합이 강렬한 '거미의 저주(The curse of the Spider)'나, 몽환적인 트랜스와 리드미컬한 보컬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Silent Night' 등은 언뜻 다른 지점을 향한 곡인 듯 하지만, 게임 OST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스타일의 곡들이다. 뮤직비디오 역시 RPG 게임의 트레일러나 시네마틱 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스토리와 스타일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도 서늘한 오컬트적 이미지의 전작들과 달리 액션 판타지를 지향하는 곡과 비디오 안에서도 멤버들은 어색하지 않다. 어두운 실험들로 가득했던 악몽 시리즈였지만 기본적으로 메탈을 기반으로 한 음악으로 경험치를 쌓아왔기에, 해당 장르를 기반으로 한 다른 스타일에도 핏 하게 적응한다. 오히려 여러 요소들이 깔끔하게 빠져나간 만큼 시연과 유현은 물론이고 멤버들의 탄탄한 보컬이 무겁게 자리 잡는다. 특히 '데자부(Deja Vu)'에서 거친 코러스로 나아가기 전, 유려하게 흐르던 벌스의 분위기에 포인트를 찍는 한동의 청아한 고음이 인상적이다. 거친 에너지로 가득한 곡에 걸맞는 힘찬 퍼포먼스가 부재하다는 점이 여전히 아쉽기는 하지만, [Raid of Dream]은 목적성과 메세지, 그리고 -음악적인 의미로든, 게임 장르적인 의미로든- 장르성 전부가 하나의 세계관에 충실한 앨범이고, 본래의 역량에 경험치까지 더해진 멤버들에 의해 준수한 완성도로 그 목적을 이룬 앨범이다. 클리셰를 따르면서도 그 안에서 여러 조합과 실험을 행해온 행보와 달리, 이번에는 클리셰만이 남아있다는 점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분명히 K-POP 내에서는 독보적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팀이고, 그동안 보이그룹들이 독점해온 사운드와 메세지를 걸그룹의 영역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드림캐쳐는 진취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킹스 레이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발매한 스페셜 미니앨범이기는 하지만, 드림캐쳐가 새로 발을 내디딘 액션 판타지적인 세계관과 호전적인 음악에 K-POP의 피를 수혈한다면 새로운 시리즈로도 이어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Between Us]부터 이어온 이미지 변화에 마지막 점을 찍는 앨범이자, 6년 만의 첫 정규 앨범이다. '불을 켜(Turn It On)'에서 시도한 라틴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좀 더 본격적으로 멜로디를 구성한 'Firework (불꽃놀이)'는 라붐이 지켜온 절제된 태도와 더불어 격정적인 멜로디 라인의 조합의 곡이다. 그 절제된 태도 때문에, 보컬과 함께 세션 사운드가 폭발해야 하는 코러스에서 사운드가 부재한 것은 아쉬운 점. 폭발적이고 열정적으로 텐션과 에너지를 터뜨려야 하는 장르이기에, 라틴 팝 장르를 지속하고 있는만큼 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타이틀 곡과 방향성은 다르지만 '잡아줄게'는 최근의 트렌디한 K-POP 곡들이 따르는 기조를 따른 'Love Game'과 함께 라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하는 곡이다. 라붐의 최근 행보에서 작사, 작곡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소연의 역량이 기대되는 트랙이기도 하다. 더불어 소연이 작곡에 참여한 솔로곡 'Two Of Us' 역시 라붐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듣기 어려웠던 퓨처 베이스와 무거우면서도 시원한 베이스가 신선하다. 그 외에도 진예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미디엄 템포의 레트로 소울 풍의 곡인 '사실 이 얘기는 비밀인데', 해인이 참여한 소울풀한 퓨처 베이스 팝 곡 'HUSH' 등 다양한 장르와 레퍼런스가 돋보이는 수록곡들이 주목할 만하다. [Between Us]부터 멤버들의 제작 참여가 활발해지며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앨범. 정규 앨범임에도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쉽다. 그런 만큼 멤버들의 구상과 컨셉을 좀 더 정교하게 구체화시킬 수 있는 프로듀서와의 협업이 필요해 보인다.
오랜만에 발표하는 완전체 곡인만큼 포지티브한 멜로디 라인과 가사의 곡이다. 벌스와 코러스를 연결하는 지점에서는 거칠고 노이지한 빅스 특유의 사운드를 고조시키다가도 본래의 흐름으로 유려하게 다시 돌아온다. 팬 서비스의 목적으로 나온 트랙이지만, 차갑고 거칠던 기존 빅스 음악이 앞으로 가지게 될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곡.
믹스 테이프 [Rogue Rouge]에서 보여줬던 폐쇄적이고 풍부한 감성의 곡의 연장선에 있지만 트렌디한 팝 곡으로서의 형식을 좀 더 갖추게 되었다. 엠버가 기존의 발표곡들에서 보여줬던, 어둡고 우울한 감정과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메세지의 대비가 정규 앨범의 형태로 갖추어진다면 어떠한 퀄리티로 완성될지 기대되는 트랙. 'CLOSED DOORS'의 동어반복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규 음반을 통해 엠버라는 아티스트를 다시 한번 제대로 노출시키고 강조할 필요가 있으니까.
전매특허였던 트로피컬 하우스와 뭄바톤을 벗어나 공격적인 트랩 비트와 사운드 이펙트를 두른 곡임에도 카드의 기존 이미지나 음악들과 서로 위화감을 가지지 않는다. 몇 개의 활동곡에서 보여줬던 야생적인 보컬과 래핑이 새로운 사운드와 잘 어우러지며 멤버들의 존재감을 부각하는데, 멜로디가 정면에 드러나지 않는 흐름인 만큼 개개인의 어필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특히 곡의 인트로를 장식하는 지우의 씹는 듯 한 발음과 발성이 인상적이고, 뮤직비디오와 퍼포먼스에서 보여주는 진하고 자연스러운 표현 역시 주목할만한 포인트다. 본격적인 힙합 댄스 장르의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면 멤버들이 얼마나 더 자신들의 역량을 증명하게 될지 기대하도록 만드는 싱글.
복고적인 신스 사운드와 김현철 특유의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하는 인트로에서 알 수 있듯 본격적으로 추억을 자극하는 곡이다. 2017년에 데뷔 20주년 앨범을 발표한 S.E.S가 활동기 당시의 곡들을 모던하고 트렌디하게 재해석했다면 핑클은 담담하게 정석적으로 가기를 택했고 사실 이런 면모가 핑클의 본래 태도이기는 하다. 수수하고 직선적이던 멤버들 간의 화음도 그동안의 경험치와 변화 덕인지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져 정서를 자극한다. 멤버들이 직접 작사한 가사는 핑클의 활동기를 함께했거나 <캠핑클럽>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들이라면 그 감성에 더 푹 빠져 들을 수 있는 곡.
기존의 정체성과 변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보였던 [FANCY YOU]에서 더욱 앞으로 나아간 앨범이다. 가장 큰 변화는 멤버들이 목소리를 내는 방식의 변화인데, 'FANCY'의 초반 벌스에서 보여줬던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간 호흡과 무게감을 'Feel Special'에서는 곡 전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멤버들 본연의 음색과 편안한 발성으로 곡 하나를 채우다 보니, 발랄함과 경쾌함을 과장스럽게 표현하던 기존 타이틀 곡들과는 다른 방향성과 결을 가지게 된다. 타이틀 곡뿐 아니라 'RAINBOW', 'Get Loud', 'LOVE FOOLISH', 일본 활동곡에 한국어 가사를 붙인 보너스 트랙 'BREAKTHROUGH'에 이르기까지 수록곡 전체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간 호흡과 발성이 돋보인다. 가사에서도 그동안 JYP의 걸그룹들이 유구하게 표현했던 건강한 수동성의 틀을 벗어나 트와이스의 힘들었던 순간들과 극복의 메세지가 반영되어 이전보다 생기 있고 입체적인 내용이 되었다. -아예 멤버들에게 전부 작사를 맡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트와이스의 연차에 반드시 사랑의 이야기를 풀어낼 필요는 없었을 텐데.- 수록곡들에서 역시 멤버들의 작사 참여가 돋보인다. 긍정적이고 건강한 메세지를 가사에 담아낸 나연의 'RAINBOW', 시니컬하게 어미를 반복하며 긴장감을 이끌어가는 지효의 'GET LOUD' 등 모든 멤버들이 작사에 참여하며 개별적인 곡은 물론이고 팀의 서사를 앨범에 담아냈다.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팀만의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쌓아가는 그룹이 늘어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대형 기획사의 정해진 프로듀싱 틀 내에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아오던 트와이스는 어느덧 활동 5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트와이스의 가능성과 진짜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이제부터일지도 모르겠다.
솔로 앨범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로 제시카는 꾸준히 2000년대의 밝은 팝들을 레퍼런스로 삼은 곡들을 선보여왔다. 그렇지만 이번 싱글은 기리보이와 함께하며 국내의 소프트한 힙합 곡에 가깝다. 청명하고 독특한 음색을 가진 만큼 보컬은 부드럽고 달달한 멜로디와 사운드와 잘 어울리면서도 부각되고, 기리보이의 프리한 랩핑과 대비되며 더욱 존재감을 가진다. 본래도 한국 대중음악적인 선율과 장르를 준수하게 소화해온 아티스트인 만큼, 다양한 작업들을 시도한다면 더욱 범용적인 보컬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