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야구대표팀에 대한 단상과 소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한민국의 2023년 wbc가 어제 끝났다. 마지막 중국전에서 wbc 역대 최다 득점 경기 기록(22점)을 세우며 경기를 마쳤지만, 중계하는 해설위원들도 대놓고 언급할 정도로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던 기록을 세웠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번 대회에서의 우리의 성적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마지막 중국전에서 양민학살을 했다고 하지만, 수준차이가 어마어마했으며, 소방관 및 교사, 마케팅 직원 등으로 구성된 체코팀에게 그렇게까지 학살하지도 못했으며, 한수 아래로 여긴 호주에게 역전패, 그리고 일본과는 실력의 격차를 절감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의 참사를 보고 정리하면서 크보 및 한국야구에 대한 몇가지 쟁점에 대한 생각들을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 대회 초반 호주전, 일본전만 하더라도 나는 대표팀의 세대교체는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체코전, 중국전을 보고 이 주제를 다룬 야구 컨텐츠 등을 보면서 100% 실패만은 아니겠다라는 생각은 들었다. 이번 대표팀은 2008 베이징, 2009 wbc의 황금시대를 이룬 고참들과 이른바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세대층인 베이징키즈(17~21드래프티 들)의 연결고리를 이어주기 위한 대표팀 선정이 이뤄졌다. 이번 대표팀의 선전을 위해서는 고참들은 리오넬 메시처럼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젊은 선수들은 젊은 패기를 발휘해서 대회에서 활약해주기를 내심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회 뚜껑을 열어보니 고참들은 이미 에이징 커브가 온 것처럼 귀신같이 부진했고, 젊은 선수들은 우물 안 개구리가 서울구경 온듯 얼어붙으며 부진했다. 어떻게 보면 신구조화의 실패라고 봐도 무방한 결과였던 것이다. 사실 고참 선수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이미 대표팀에 뽑힌 양현종, 김현수와 같은 선수들은 나이가 이미 30대 중반에 이르러 언제든지 에이징 커브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이르렀다. 대표팀에게 있어서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그보다 바로 밑 세대인 30대 초반의 선수들이었어야 옳았다. 그렇지만 우리 대표팀은 30대 초반(2010~2016년 드래프티 들)이 전무했다.
이 부분의 문제점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30대 초반 선수들은 대부분 1991~1997년생으로 어린시절이 2002 월드컵 전후에 겹치는 세대들이다. 결국 그 나이대의 많은 운동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축구로 넘어갔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나이대의 축구 선수들을 살펴보자면 손흥민, 이재성, 황희찬, 김민재, 황인범 등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선전했던 대표팀의 주축들이 모두 포함되어있다. 반대로 이 나이대에서 야구쪽을 돌아보자면 드래프트에서부터 이미 지명 실패작들이 많은데다 이번 대표팀에서도 김하성, 고영표, 박세웅 정도 외에는 전문하다시피 하다. 물론 이런걸 떠나 못한건 못한거지만 전성기 기량을 발휘해야하는 이 나이대의 선수들이 현 시점에서 전혀 대표팀에 올라오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긴 하다. 2002 월드컵에서 축구의 선전, 반대로 야구는 이 시기 프로야구 인기 추락과 각종 참사등을 겪으며 축구에게 밀리던 시기였던만큼 그 때의 위기가 20년이 지난 지금 댓가를 치루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요 시기를 지나게 된다면 다시 야구쪽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던 베이징키즈들이 전성기를 발휘하는 시기인 앞으로 5년후를 보자면 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그래도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이 눈에 보이는 야구에 비해 포스트 손흥민 이후를 걱정해야하는 축구의 상황을 보자면 이런 결과는 축구든 야구든 서로 상호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걱정이라고 봤다. 단지 지금은 아직 젊은 선수들의 역할이 좀 더 올라오지 못했고, 그를 받쳐줘야했던 고참들의 역할이 다소 아쉬웠다는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조금 더 국제대회에 대한 적응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 이번대회에서 가장 큰 과제로 남은 부분은 바로 강팀들과의 직면한 기량차이일 것이다. 특히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투타 모든 부분에서 일본과의 현저한 기량차이를 절감하고 크게 지고말았다. 개인적으로 일본전을 보면서 느꼈던 가장 아쉬운 점은 일본 선수들은 올라오는 투수들이나 타자들 족족 메이저리그를 준비하거나 포스팅 얼마를 받았다는 등 대부분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준비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기본적으로 150km는 우습게 던지거나 빠른공을 던지는데도 제구력도 안정화되어있는 등 전체적으로 높은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우리 선수들은 일본선수들의 빠르고 정교한 공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오히려 우리의 젊은 투수들은 일본의 타자들 앞에서 제 기량을 펴지도 못하고 사사구를 남발하는 등의 모습만 보여주었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데려간 투수들은 베이징키즈라고 하는 우리리그에서 알아주는 투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투수들은 일본 투수들과의 대결에서 완벽히 패배하고 말았다. 150km를 우습게 던지는 일본 투수들 앞에서 우리 투수들은 140km대의 어설픈 공들을 던지면서 일본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하는 일이 많았다. 경기 이후 커뮤니티나 의견을 논하는 곳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사실 맞는 말이다. 굳이 150km 대를 상회하지 않아도 140km대의 공을 던져도 리그를 평정할 수 있는 곳이 크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시즌 안우진이 빠른공을 바탕으로 리그를 완벽히 평정하기는 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굳이 150km 이상을 던지지 않는다. 설사 입단할 때 빠른 공을 던져도 코칭스태프들이 그 구속을 유지하게 놔두지를 않는다.
해외야구 컨텐츠를 다루는 방송에서 사사키 로키의 퍼펙트게임을 잡기 위한 성장일화를 보았는데 일본에서는 고시엔에서 혹사를 당하고 온 어린 투수들을 입단시키면 1군에 출장시키지 않고 정확한 로케이션에 공을 던지는 것과 직구를 정확히 던지는 것부터 다시 트레이닝을 시킨다고 한다. 사사키 로키 또한 그런 과정을 통해 빠른 공을 정교하게 다듬는 연습을 했고, 2년 정도 체계적으로 2군과 3군에서 시간을 보낸 결과 지난시즌 1군에 올라와 퍼펙트 게임을 완성하는 등 일본 최고의 영건투수로 성장했다. 이 부분을 보고 느꼈던 것은 코칭스태프의 역할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보다 인스트럭터, 또는 개인 교습을 통해 기량을 향상시키는 일이 많은 만큼 아마, 프로에서 지도를 하는 지도자들부터 제대로 지도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춰야 그게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이번 wbc에서 참가한 국가들의 출전선수들을 면면에서 보자면 우승을 논하는 국가들은 대부분이 메이저리거이다. c조 미국은 말할것도 없고,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도미니카와 같은 d조의 숨겨진 강호들은 메이저리거만 20명 이상이 되는 초호화 군단을 갖추고 있다. 하물며 일본도 5명 이상의 메이저리거를 갖추고 있는데에 비해 우리는 겨우 김하성과 토미 에드먼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 하나 조차도 저렇게 버겁게 상대했는데 도미니카,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 멕시코와 같은 강호들은 어떻게 상대를 하겠는가 싶었다. 결국 우리 선수들이 메이저리거 급들과 상대할 수 있는 범국가적 기량을 갖추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는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보면 우리 야구에서 그나마 기량과 잠재성이 무궁무진한 베이징키즈들이 이제 점차 대표팀의 주축이 되어가야하는 만큼 이번 대회를 통해 실패를 겪은 투수들이 범국가적 기량성장을 해야 그래도 다른 대회에서 선전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또한 선수들 자체적으로도 조금 기량 향상에 대해 느끼는 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wbc 대회 이후 재평가를 받기 시작하는 추신수가 한 말 중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외국에 나가보셨던 분들은 알겠지만 한국에만 있다 보니 시야가 너무 좁다. 여기가 다 끝인 줄 알고 있다. 미국 같은 경우 여기서 아무리 야구 잘한다고 해도 5~10분만 가도 나 같은 선수가 또 있다. 30분을 가면 3~4명 더 있다.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많다”며 “한국에선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오면 자기가 정말 야구를 잘 하는 줄 안다. 그걸 봤을 때 조금 불편하다”라는 말이 있다. 정말 메이저리그난 다른 리그에서는 지금 선수들이 몇배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수두룩하지만 우리 리그는 아직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많이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은 정기적인 외국리그와의 경기나 경험을 통해 체득하지 않으면 개선될 수가 없다. 예전 한일슈퍼게임과 같은 것들이 상설화되고 많아진다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선수들이 자각해서 발전해야 기량이 올라가는 만큼 그런것을 좀 생각해야한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 이번 대회의 실패에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이강철 감독의 경기 운영실패를 꼽는다. 이강철 감독이 이 조의 결과에서 가장 중요했던 호주전을 간과한 나머지 총력전을 펼치지 않고 경기를 운영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패착이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당초 일본전 선발 계획이 없던 김광현 선수가 갑자기 일본전 선발에 등판한다던가, 가장 컨디션이 가장 좋은 박세웅을 일본전 뒷처리에 쓰고 바로 체코전 선발로 등판시킨다는지, 연속 등판으로 이미 지칠대로 지친 원태인을 중국전 선발로 등판시키게 하는 등의 2021년 kbo리그를 우승시킨 감독이 맞는지 의심이 들정도의 알 수 없는 경기운영을 보여주었다.
항간에서는 일부 프로팀 감독들이 시즌 중의 선수 운영을 위해 투수 운용에 대해 역할을 발휘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강철 감독 또한 자신의 팀인 kt위즈 선수들을 지나치게 아끼고 다른 선수들을 혹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결과까지 좋지 않다보니 더욱 비판의 여론이 거세다. 개인적으로는 이런부분 때문에 현재 리그의 감독을 맡는 사람이 대표팀을 맡는 일이 없어야한다고 본다. 그래서 지난 2018년 이후 시행했던 대표팀 전임감독제를 우직하게 밀고 갔어야했는데, 하필 선동렬 감독과 김경문 감독 두 사람의 아쉬운 결과로 인해서 전임감독제를 밀고가지 못하는 현실이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프로팀 감독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과 범 크보적 운영을 해낼 수 있는 전임감독을 선임해서 경기에 전담시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운용이 맞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할수만 있다면 대표팀 감독도 외국인 감독을 쓰는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야구 랭킹도 높은 야구 강국에서 무슨 외국인 감독이냐는 말도 있을수 있지만, 오히려 리그에 있는 감독들과의 커넥션 없이 우직하게 대표팀을 맡을 수 있는 감독이 지금으로서는 더 필요할 수도 있으며, 축구에서도 잉글랜드 같은 강국들도 자국 감독이 아닌 외국 국적의 감독을 데려와 월드컵 출전시키고 하는 사례가 꽤나 많았다. 리그의 발전과 대표팀 성적 향상을 위해서라면 어느 것인들 못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 물론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현저히 적은 부분이 컸었다. 개인적으로는 선발을 할 때 안우진을 뽑지 않은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물론 안우진은 학교폭력 전과로 만인에게 평가가 좋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대표팀의 선발에 있어 실력보다 우선한것은 절대 없다고 본다. 우리 대표팀은 13년, 17년 wbc에서 연속으로 참사를 당했고, 21년 올림픽에서 또 한번의 참사를 당했다. 이렇게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대체 뭐를 또 검증하고 따질것을 따진단 말인가? 일단 성적과 위상을 올리는 것이 우선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안우진을 뽑는다고 결과가 달라졌겠냐는 의견도 많다. 그렇지만 투수 운용에 있어 잡을 수 있는 선택지가 한개 더 있다는 점은 좋은 부분인것은 맞다. 당장 일본전 선발로도 쓸 수 있었을거고, 김광현에 대한 활용폭이 넓어졌다면 호주전의 참사도 나지 않았을거라는 결과론도 나올수 있는 만큼, 실력을 고려하지 않고 사회 분위기를 따진 결과는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든 우리 대표팀은 3개 대회 연속 참사를 당하며 이제 국제 야구에서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물론 일본도 2006~2008 이 시기 우리에게 당하며 자존심을 많이 긁힌 경력이 있다. 일본은 소프트뱅크 팀의 자본력과 혁신적 행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슈퍼스타들을 만들어냈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가대표의 자부심화, 브랜드화를 만들어내며 모두가 떳떳하고 당당한 국가대표가 되기를 자랑스러워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우리 대표팀도 참사에서 교훈을 얻어야한다. 절대적인 것은 선수들의 기량향상과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지금 크보가 해야하는 것은 팬마케팅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닌 선수들의 기량향상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줘야하는 것이다. 코칭스태프부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기량향상을 위한 그 무엇도 아껴서는 안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관중의 감소는 필연적인 부분이다. 그런데 이 관중 감소는 우리가 못해서 기인한 것이다. 팬 마케팅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보지만, 그것은 성적이 잘나오면 자연스레 들어오는 것이다. 팬 서비스가 다소 부족해도 성적이 좋고 잘하면 관중들은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다. 다소 가는길이 멀고 험하고 오래걸리지 모르지만 지금 세대를 바탕으로 조금 더 나은 기량과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리그를 휘젓고, 또 그를 바탕으로 국제대회에서도 전혀 밀리고 주눅듬 없이 당당하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되어보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