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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미홈 Apr 18. 2022

남편과 거리두기 방법

남편과 나는 주말부부이다. 이사가 5월 25일인데 이사하게 되면 이제 주말부부가 아닌 매일매일 보게 된다.

사실 걱정이고 두렵지만 남편과 최대한 싸움을 피하기 위해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남편에 대한 섭섭한 마음과 분노 등 다 내려놓기에는 시간이 꽤 걸리기에 나는 최대한 남편과 거리두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남편과 있으면 일단 신경이 쓰이고 내가 육아로 인해 지쳐있으면 남편의 사소한 말에 과민반응과 짜증이 먼저 튀어 나온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아빠한테 안가고 나한테 엄청 달라붙으니 진짜 죽을 맛이다.

그래서 나는 주말이 더 괴롭고 나의 모습은 항상 퀭해져 있다. 

지난 주말에도 딱 한 번 말싸움이 있었다. 토요일 오전만큼은 내가 최대한 쉬게 해주려고 아침밥도 내가 얘들에게 먹여주고 설거지도 내가 다 했다. 밥도 내가 다 차려주었다. 그러면 최소한 남편이 점심이라도 설거지 해주면 뭐를까 자기 배만 딱 채우고 침대에 누운 순간 그때부터 열받기 시작했다. 최소한 설거지 하려는 시늉이라도 하면 덜 힘든데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기만 하니까 욕이 막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최대한 감정 누르고 설거지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알겠다고 대답만하고 계속 누워있는 채로 핸드폰 하고 있다. 진심 때리고 싶었다.

다시 남편을 향해 얘기했다. 설거지 지금 해달라고. 그랬더니 나중에 하겠다고 말하는 남편.

결국 나는 세 번 말하고 나서야 폭발했다. 설거지가 그렇게 어려운 부탁한거냐고 내가 막 쏘아붙이자

왜 화를 내냐는 것이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내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내가 최대한 아침 쉬게 했는데

최소한 점심만큼은 설거지라도 해줘야하는거 아니냐고 했다. 그랬더니 하는말이 명령조로 말하지 말란다.

그리고 좀 내버려두라는 말에 나는 당장 나가라고 했다. 나는 처음부터 명령조로 얘기하지 않았고 세 번이나 참고 기다리며 얘기했다. 근데 자기 배만 딱 채우고 침대에 핸드폰 하며 누워있는데 당신같으면 열 안 받겠냐고 내가 소리 고래고래 지르니까 남편이 '아씨..' 라고 증얼거린다. 나가라고 했다. 꼴도 보기 싫다고.

주말에 최소한 노력이라도 해야되는거 아니겠냐고 하니까 남편은 힘들다고 말을 한다. 회사스트레스때문에 그렇다고. 너는 평일날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서 그동안 쉴수 있지만 자기는 그게 없다며..

나참.. 나는 얘들 어린이집 안 보냈던 신생아때 시기에는 거의 쉬지 않고 잠도 거의 못 잤는데 .. 

설거지 하기도 싫고 만사가 귀찮으면 본가에 아예 지내라고 했더니 남편은 끝까지 안나가고 마지못해 설거지 했다. 내가 좋게 얘기하면 좀 바로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왜 이렇게 서로 기분 상한채로 주말을 보내야하는지.. 지난 토요일 점심 때 일어났었지만 그 이후로 안 싸우고 일요일까지 잘 보냈다.

예전보다는 덜 싸우지만 참 이상하게 남편에 대한 감정들이 오락가락한다.

밉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때론 아니기도 하고..

우울한 이 감정들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니 코로나 거리두기 방법처럼 남편 거리두기를 실천중인데..

주말부부도 싸우니..참 미치겠다.

이사하게 되면 매일 보게 되는데 나는 어떻게 남편을 거리두어야 할까..

남편이 일찍 퇴근 하는 날에는 저녁밥 얼른 차려주고 아이들과 함께 방으로 들어가 책 읽어주며 재우고,

남편이 늦게 퇴근 하는 날에는 이때다 싶어 여유롭게 시간 보내 아이들이 잠들면 나도 얼른 자서 남편과 최소한 평일에는 안싸우고 잘 보내지 않을까 싶다. 주말에는 지금처럼 오전까지 남편 쉬게 한 다음 아침밥까지 먹여주고 최대한 주말에 나가 아이들과 뛰어놀게 해야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아이들이 주말에 낮잠을 안 자게 되면 일찍 저녁에 재워 나도 그 시간에 산책하다가 조용히 방에 들어가 자는 등 지혜롭게 남편과 거리두기를 해야겠다.

남편에 대해 점점 내려놓고, 남편과 싸우는 것도 쓸데없이 에너지 낭비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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