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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리 Jul 20. 2019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 류시화

No.2

퇴사가 갑자기 절실한 소망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던 시점에 막막한 심정을 붙들고 서점으로 갔다.


내가 찾아보려던 책은 “나도 퇴사했고,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너도 해도 좋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본격 퇴사 조장 도서였다. 그런데 막상 관련 책을 뒤적이다 보니 금세 흥미를 잃었다. 대신 류시화 작가의 신작이 눈에 띄었다. 이 작가의 시집은 읽어봤지만 수필을 접해 본 적이 없기에 눈길이 간 것 같다.

자기 계발서에 별 관심이 없던 내가 요즘 들어 찾아 읽기 시작한 건 분명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고집스러운 습관 하나를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첫 몇 장을 읽다 보니 어느새 난 계산대에 서 있었다. 작가의 인생관이 아주 다채로운 우화와 경험담 속에 어우러졌고 그 속에서 뭔지 모를 특별함이 느껴졌다. 소설을 읽는 듯한 전개와 작가가 한 여행과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깨달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용기를 주는 메시지로 집결되어서 짧은 챕터를 이루고 이것들이 모여 이 책이 되었다.

책 곳곳에 밑줄 칠 일이 많아서 펜을 항상 옆에 두고 읽었다. 바쁜 일상 가운데 잠들기 전 읽는 단 몇 줄의 글로도 위안을 받았고, 작정하고 몇 시간 동안 읽을 때는 밑줄 치랴 웃으랴 울으랴  정신없었다. 이렇게 묵직하면서도 철학적인 조언을 자신이 겪은 일화들과 엮는 그의 필력에 감탄했다. “인생 만트라” ,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 등등 두고두고 마음에 와 닿는 글귀들이 참 많았다. 결론적으로 뭔지 모를 답답함에 밤잠을 설치던 나에게 그 문제의 원인과 해답 또한 알려준 책이다. 지금의 힘듦과 고통이란 존재에 naming 하는 방법을 배웠고 잠시 머무르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마음가짐에 자극을 받기도 했다. 몇 년째 즐겨하는 요가 시간엔 명상을 할 기회가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명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한 번 더 곱씹으며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난 많이 치유됐다. 그리고 류시화 작가의 글과 사랑에 빠졌다. 그의 책뿐만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그에게 영향을 미친 다양한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나에게 그가 말한 메시지는 너무도 희망차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2019.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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