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천천히 골목을 적신다돌 틈마다 흘러내리는작은 강들이 모여내 발끝을 떠나간다
나는 오래 서 있다네가 기댔던 벽돌 담장에무너져가는 이름 하나를손끝으로 더듬는다
자꾸만 지워지는 글씨를
붙잡으려 하지만
촉감은 자꾸만 흘러내린다
그사이 어둠만 물기를 품어 깊어진다
물웅덩이에 비친 얼굴그것이 나인지,아직 남아 있는 너인지
분간하지 못한 채나는 끝내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