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by 카밀리언

비가 천천히 골목을 적신다
돌 틈마다 흘러내리는
작은 강들이 모여
내 발끝을 떠나간다


나는 오래 서 있다
네가 기댔던 벽돌 담장에
무너져가는 이름 하나를
손끝으로 더듬는다


자꾸만 지워지는 글씨를

붙잡으려 하지만

촉감은 자꾸만 흘러내린다

그사이 어둠만 물기를 품어 깊어진다


물웅덩이에 비친 얼굴
그것이 나인지,
아직 남아 있는 너인지

분간하지 못한 채
나는 끝내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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