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by 카밀리언

길모퉁이 연기에 이끌려
갓 구운 군고구마를 집어 들었다
손바닥이 서서히 데워지자

시린 가을바람이 조금 물러섰다


껍질을 벗기고,
노란 속살이 김을 뿜자
불쑥 기억 한켠에

할머니가 마주하셨다


어렸을 적 밭둑에서 흙을

장난감 삼아 놀고 있노라면

구덩이 속에서 잘 구워진 고구마를

검게 그을린 손으로 건네던 할머니


삼 년 전, 장례식장에서

나는 그날 울지 못했다


"너무 맛있어서 우냐?"라고 묻는

군고구마 아저씨의 농담에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어느 가을날

군고구마를 먹으며
비로소 할머니를 잃었다.

월요일 연재
이전 07화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