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연기에 이끌려
갓 구운 군고구마를 집어 들었다
손바닥이 서서히 데워지자
시린 가을바람이 조금 물러섰다
껍질을 벗기고,
노란 속살이 김을 뿜자
불쑥 기억 한켠에
할머니가 마주하셨다
어렸을 적 밭둑에서 흙을
장난감 삼아 놀고 있노라면
구덩이 속에서 잘 구워진 고구마를
검게 그을린 손으로 건네던 할머니
삼 년 전, 장례식장에서
나는 그날 울지 못했다
"너무 맛있어서 우냐?"라고 묻는
군고구마 아저씨의 농담에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어느 가을날
군고구마를 먹으며
비로소 할머니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