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것처럼, 일본은 유럽의 Digital Markets Act (DMA)을 따라 스마트폰법(Mobile Software Competition Act, MSCA)를 도입했고 이제 곧, 2025년 12월 18일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지난번 법 내용을 소개하는 글(2024. 8)을 올린 뒤로, 2024년 12월 정령, 즉, 시행령(政令, 施行令, Cabinet Order)과 일본 공정거래위원회(JFTC) 시행규칙(施行規則 Enforcement Rules)의 공표 시행, 2025년 3월 26일 사업자들의 지정(애플(모바일OS, 앱스토어, 브라우저), 아이튠즈(애플 앱스토어), 구글(모바일OS, 앱스토어, 브라우저, 검색엔진)), 그리고 2025년 7월 가이드라인(指針, Guidelines)과 개정 정령, 규칙의 발표 등 여러 발전들이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 업데이트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서 글을 써본다.
이 글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10월 6일, Kluwer Competition Law Blog에 실린 Abla Ramirez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Alba의 작업에 나도 참여하긴 했었지만 일정 문제도 있었고 법(MSCA)*에 대한 시각 차이도 있었기에 이번엔 저자로 이름을 올리진 않았다. 사실 무엇보다 Alba의 Draft가 이미 단독으로 훌륭했었다. 그래도 계속 authorship을 권하고 마지막까지 acknowledgement로 배려해준 Alba에게 감사하다.
아무튼. 본격적인 검토를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히 두 가지를 언급해두면 좋을 것 같다.
첫째, 스마트폰법의 공식 영문명이 나왔다. 이전에 Albad와 Kluwer 글을 쓸 당시에는 법의 공식 영어 명칭이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원문(スマートフォンにおいて利用される特定ソフトウェアに係る競争の促進に関する法律)의 뜻에 가깝게 'SSCPA' (Smartphone Software Competition Promotion Act)로 표기했었으나, 이후 공식 명칭이 'Mobile Software Competition Act, MSCA'로 발표되어서 이후로 영어로는 줄곧 MSCA란 명칭을 쓰고 있다. 일본 법에 대한 영문 자료를 찾아보는 분들은 'SSCPA'와 'MSCA'가 모두 같은 법을 말하는 것임을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다.
둘째, 플랫폼투명성법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법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간략히 리뷰했었다. 스마트폰법과의 주된 차이는, 플랫폼투명성법은 금지보다는 정보 공개에 집중한 투명성 관련 법으로서 일본 공정거래위원회(JFTC)가 아니라 경제산업성(METI)이 집행한다는 것이다. 경제산업성은 투명성 의무 위반에 대하여 조치하고 그 외에도 반독점법(Anti-Monopoly Act, AMA) 위반을 확인하면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제13조). 이때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산업성의 판단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지난 2025 ASCOLA Asia 학회에서 Fuchikawa 교수님의 발표 후 질의응답 때 나온 내용). 동 제도는 현재 꽤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예컨대 지난 2024년 8월 애플과 아마존JP의 플랫폼투명성법 위반에 대해서 권고를 조치하는 한편, 2024년 11월 아마존JP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발견하고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에 처음으로 조치를 요청했으며,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혐의는 판매업체들에 대한 부당한 가격 인하와 자사 물류 서비스 이용 강제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 다시 스마트폰법 이슈로 돌아와서. 먼저 스마트폰'법'의 핵심적인 내용부터 간단히 정리해보자.
1. 이 법의 규율 범위는 모바일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한정된다. 즉,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서비스를 중심으로 규율이 이뤄지며 디바이스나 개별 앱 안에서의 일은 규율 범위를 벗어난다.
2. 이 법은 금지사항을 정한다. 즉,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지정된(designated) 사업자가 금지로 규정된 행위를 하면 경쟁제한효과 분석 없이 제재가 이뤄진단 것이다.
3. DMA의 핵심 플랫폼 서비스(core platform services)나 플랫폼투명성법의 서비스와 달리, 스마트폰법 규율 대상인 서비스는 지정되는 게 아니라 이미 법정되어 있다(제2조 제7항). 비교할 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제2조 제7항: 모바일OS, 앱스토어, 브라우저, 검색 엔진
4. 법정 의무사항들(obligations)은 금지사항들(prohibitions)과 준수사항들(compliance requirements)로 나뉜다. 전자는 제5조부터 제9조까지에 규정되어 있고, 후자는 제10조부터 제13조(혹은 제14조도 포함)에 규정되어 있다. 핵심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제5조 (모바일OS, 앱스토어, 브라우저 사업자의) 데이터 남용 금지
제6조 (모바일OS, 앱스토어 사업자의) 앱 사업자 차별 등 금지
제7조 (모바일OS 사업자의) 앱스토어 강제(제1항), 모바일 기능의 제한(제2항) 금지
제8조 (앱스토어 사업자의) (앱 사업자들에 대한) 결제시스템 이용 강제(제1항, 제2항), 브라우저 엔진(애플의 Webkit 등) 이용 강제(제3항), 이용자 식별 서비스 강제(제4항) 금지
제9조 (검색엔진 사업자의) 자사우대 금지
제10조 (모두의) 데이터 취득조건 공개 의무
제11조 (모바일OS, 앱스토어 사업자의) 데이터 이전 조치 마련 의무
제12조 (모바일OS, 브라우저 사업자의) 기본 설정 변경 보장 의무
제13조 (모바일OS, 앱스토어, 브라우저 사업자의) 사양 설정, 변경, 이용 등에 관한 (앱 사업자, 웹사이트 사업자 등에 대한 배려 조치) 의무
제14조 (모두의) 보고서 제출 의무
5. 예외 사유들(exceptions)이 법정되어 있다. 제7조와 제8조(제4호 제외)의 경우 예외 사유로서 정당화 사유(justifiable reasons)를 인정한다. DMA와 비교하면, 문언상으로는 '사이버 보안의 확보,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 청소년 보호 등'을 규정하며 꽤 폭넓게 예외를 두고 있는 부분으로서 일본 스마트폰법의 특징으로 자주 언급된다. 한편 제9조에서는 정당한 이유(legitimate reasons)를 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6. 위반시 제재는 금지사항들을 위반하는 경우 위주로 규정되어 있다. 배제조치명령은 제5조부터 제9조까지의 규정 위반시 가능하고(제18조), 과징금 부과는 제7조와 제8조(제1호, 제2호만 해당. 제3호, 제4호는 제외) 위반에 가능하다(제19조, 제20조). 준수사항들 위반에는 권고, 이후 권고 명령만 가능하다(제30조).
참고로 배제조치 명령 위반과 권고 명령 위반에는 약하지만 형사 제재가 따를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2년 이하의 구금형 또는 300만 엔 이하의 벌금(제50조), 100만 엔 이하의 벌금 (제52조)이 가능하다.
7. 공식 제재 전의 조치도 가능하다. 제5조부터 제9조까지의 규정 위반시 현저한 손해(著しい損害)가 예상되거나 긴급한 필요(緊急の必要)가 있는 경우 피해 당사자(제31조)나 공정거래위원회(제40조)는 법원에 해당 행위를 임시적으로 중지하도록 명령(injunctions)해줄 것을 청구·신청할 수 있다.
8. EU DMA 제5조 위반의 경우와 달리,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혐의 사실의 통지를 받은(제22조, 제26조) 지정 사업자들은 확약(commitments)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제23조, 제27조).
9. 여전히 불확정 개념들이 등장한다. 제7조와 제8조의 '방해하는 행위' 정도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제6조의 '부당하게 차별적인 취급 또는 다른 불공정한 취급 행위'는 해석의 여지가 비교적 크다.
10. 플랫폼투명성법과의 일부 중복이 보인다. 예컨대 제13조는 지정 사업자가 OS, 앱스토어, 브라우저 관련 사양 변경 등에 관하여 이용 사업자들이 그러한 변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리 미리 정확한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은 스마트폰법으로 일원화된 규제를 하는 것이다.
11. 제5조부터 제9조까지의 규정 위반에 따라 배제조치 명령 또는 과징금 부과 결정이 있는 경우(필요적 전치주의) 사업자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며 이는 시효 3년의 무과실 책임이다(제32조).
스마트폰법의 핵심 내용은 대강 이렇게 11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이제 법문언만으로는 이해가 부족했던 내용들에 대해서 가이드라인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먼저 스마트폰법과 반독점법과의 관계다. 두 법이 모두 적용 가능한 경우 이 사안은 어떻게 처리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가이드라인은 스마트폰법이 우선 적용된다고 한다. 영문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2면에서 언급되는 부분이다(이하 가이드라인 인용은 영문을 기준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 일본어 표현을 병기한다). 가이드라인은 구체적으로 스마트폰법 제5조에서 제9까지의 금지행위 위반은 반독점법 위반이 될 수 있으나 법의 취지(intent)를 고려해서 그러한 중첩에는 원칙적으로 스마트폰법이 우선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분법적 접근은 지적재산권의 행사의 경우엔 스마트폰법상의 특별취급이 아닌 반독점법상의 일반취급을 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수긍이 가는 설명이다. 당국은 스마트폰법 입법 과정 초기부터 스마트폰법의 도입을 반독점법적 개입의 필요성과 현 집행 체계의 한계로 정당화하면서 스마트폰법상 금지 행위들을 마치 목적상 경쟁제한(by object restrictions)이나 당연위법(per se illegal)처럼 취급해왔기 때문이다. 둘이 중첩되는 경우 합리원칙(rule of reason)이 작동하는 반독점법보다 당연위법이 작동하는 스마트폰법을 우선한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다만, 이전 글에서도 지적했듯이 일본 반독점법은 경성 카르텔 등 경쟁제한성이 뚜렷한, 즉 위법성이 높은 행위들에 대해서는 확약(commitments) 제도를 적용하지 않는데 스마트폰법 하에서는 이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접근에 논리적 흠결이 보이긴 한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다음은 스마트폰법상 금지 사항들의 예외들이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언제 인정되는가?
가장 먼저 검토해볼 부분은 가이드라인에 나오는 "합리적 이유(reasonable grounds)"다. 이는 제7조와 제8조(제4호 제외)의 예외 사유와 제9조의 정당한 이유와는 다르게 법문에 근거를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아할 수 있는데 흥미롭게도 가이드라인상에는 제6조, 제7조, 제8조, 제11조, 제13조에 관한 설명에서 이 요소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제5조, 제9조, 제10조 제외). 대체 뭐길래 이런 표현이 계속 나오는 걸까?
'합리적 이유'의 뜻은 제6조의 (모바일OS, 앱스토어 사업자의 앱 사업자에 대한 금지행위로서) '부당하게 차별적인 취급 또는 다른 불공정한 취급'을 구체화하면서 처음 등장한다(14면). 가이드라인은 '부당한 차별 취급'을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필요성 또는 합리성 결여)로 구체화하면서 합리적 이유 여부는 차별의 목적, 스마트폰 이용자들이나 앱 사업자들에 대한 영향,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대안들의 가능성, 제3자 앱 사업자들에게 발생한 피해의 내용과 정도 등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운영상의 합리성 추구나 이용자들 또는 앱 사업자들에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비용 절감은 합리적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기준은 '불공정한 취급' 판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이드라인 16면-17면에 따르면, 불공정한 취급은 '합리적 이유 없이, 다른 앱 사업자들의 사업활동을 제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필요성 또는 합리성 결여)'를 의미하며(예컨대 사례 17에서 보듯, 최혜국대우로도 불리는 가격 동등성 의무 부과 등), 이때 합리적 이유의 판단 기준은 차별 취급에서와 같다. 이전 글에서 혹시 불공정성의 의미를 구체화할 때 독점금지법에서의 불공정성(예컨대 경쟁감쇄 등)과의 관계는 어떨까 생각했었는데 적어도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명시적 입장은 둘을 전혀 다르게 보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른 경우들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지는 알 수 없다. 예컨대 제7조와 제8조(제4호 제외)의 경우, 여러 사례(想定例, Hypothetical Scenario)에서 합리적 이유가 고려 요소로 언급되고 있지만(예컨대 사례 25, 26, 28, 34, 55, 60, 87) 이때 합리적 이유의 뜻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맥락상 이때도 합리적 이유는 대체로 비슷한 의미로 이해될 것으로 짐작할 순 있다. 왜냐면, 제6조와 제7조, 제8조의 관계에 대해서 가이드라인은 이들을 마치 일반법(제6조)-특별법(제7조, 제8조)의 관계처럼 보면서 모바일OS, 앱스토어 사업자의 행위가 이들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 제7조 또는 제8조의 규정을 먼저 적용하고 그 외의 경우에, 예컨대 제7조와 제8조 규정을 우회하는 행위들의 경우에 제6조를 적용한다고 설명하는데(12-13면), 이처럼 다루는 행위들이 본질적으로는 같다면 '합리적 이유'의 판단 기준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하나 유의할 부분은, 일반-특별 관계라고 해서 특정 행위가 후술하는 제7조 또는 제8조(제1, 2, 3호)의 예외, 정당화 사유를 만족하면 다시 제6조로 가서 원칙적인 위법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예외, 정당화 사유를 만족하면 그걸로 끝이다. 가이드라인 13면.)
종합해보면 합리적 이유(의 결여)는 가이드라인이 만든 새로운 표지라기보다는 차별성 또는 불공정성을 구체화한 표현 중 하나로서 제6조, 제7조, 제8조 금지 위반의 기저를 이루는 요소라고 이해하면 맞을 것 같다.
다음으로 실제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제7조, 제8조(제4호 제외)의 예외 사유와 제9조의 정당한 이유는 어떤가?
일단 제7조와 제8조(제1호부터 제3호까지. 제4호 제외)의 예외 사유부터 보자. 법은 '사이버 보안의 확보,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하여 취득되는 이름, 성별 기타 스마트폰 이용자의 정보 보호,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된 청소년 보호 기타 정령으로 정하는 목적'을 예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에서는 모바일OS, 앱스토어 사업자들의 특정 앱스토어, 결제시스템, 브라우저 엔진 등의 강제행위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는 것이다. 시행령에서는 여기에 '(1) 스마트폰 동작의 현저한 지연 및 기타 스마트폰의 비정상적인 동작 방지, (2)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행해지는 도박, 기타 범죄행위의 방지'의 경우를 추가하면서 내용을 보충하고 있다(시행령 제2조).
이들 예외 사유는 비교적 명확히 규정되어 있으며 또 가이드라인에서 다양한 사례(想定例)를 통해 보충되고 있기 때문에(25-29면) 특별히 이들의 구체적인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한 가지 상기하면 좋을 부분은, 법문과 가이드라인 모두에서 명시되고 있듯이, 예외로 인정되려면 비례성 원칙, 즉 다른 덜 경쟁제한적인 수단으로는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려워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25면). 이 점은 지정 사업자의 비용같은 요소들을 고려해서 실제 이용 가능한 대안들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판단된다(30면).
한편 제9조 자사우대 금지의 정당한 이유는 가이드라인 76면 이하에서 자세히 구체화되고 있다. 위의 예외 사유로서 정당화 사유와 구조는 비슷해 보인다. 가이드라인은 정당한 이유를 크게 자사우대의 '목적'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덜 경쟁제한적인 수단이 가능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이때 목적은 단지 사업 운영상 바람직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제9조의 규정 취지, 즉, 지정 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서비스와 다른 상품·서비스의 경쟁을 촉진한다는 취지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비슷해보여도 제9조의 정당한 이유는 분명 제7조, 제8조(제1, 2, 3호)의 예외 사유보다 상당히 완화된 모습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법에 정당한 이유가 한정적으로 열거되고 있지 않은 점도 그렇고, 가이드라인이 정당한 이유의 범위를, 이용자 안전을 위한 비례적 조치로서의 특정 웹사이트 차단이나 순위 조정 등에 더하여 (78-79면), 응답성이나 정확도(即応性や的確性) 등 검색 서비스 품질 개선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물론 이때의 개선 효과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具体的かつ詳細に) 설명되어야 하고 경쟁자 배제 의도가 있거나 합리성 및 필요성이 결여되어 있어선 안된다는 조건이 붙지만(77-78면) 이를 고려해도 앞선 제7조, 제8조(제1, 2, 3호)의 예외 사유에 비할 때 분명 완화된 접근이다.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사실 검색엔진의 자사우대의 정당한 이유가 모바일OS, 앱스토어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의 경우보다 넓게 인정되는 것은 '자사우대'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볼 수도 있다. 왜냐면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플랫폼에서 자사 상품·서비스를 우대한다'는 것은 비즈니스의 본질인 이윤추구 행위로서 그 자체만으로는 스마트폰법, 독점금지법의 금지행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업행위를 포괄할 수 있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경쟁법상 규율 대상으로 하기 위해서는 금지 범위를 정말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되는 범위로 좁힐 필요가 있는데, 일본 스마트폰법은 이러한 범위를 '검색엔진 사업자'의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자사우대로서(74면) '배제 의도'가 있는 '합리성과 필요성이 결여된' 행위 또는 '비례적이지 않은' 이용자 안전조치로 설정한다고 볼 수 있다. '타깃형 규제'라는 테두리 내에서는 균형감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금지사항들에 더하여 준수사항들의 기능은 무엇인가?
많은 논의들이 금지사항들에 집중되고 있고 이들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제10조부터 제13조(또는 제14조)까지 규정된 준수사항들에도 관심이 필요하긴 하다. 이들은 밑바탕에서 지정 사업자들에 정보 공개 등 적극적인 작위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금지사항들이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제10조다. 해당 규정은 지정 사업자들이 데이터 취득 조건 등을 앱 사업자, 웹사이트 사업자, 그리고 이용자 등에 공개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제5조의 데이터 남용 금지 규정이 실질적으로 준수될 수 있도록 한다(82면). 또한, 비록 가이드라인에 직접 관계가 명시된 것은 아니나, Alba Ramirez는 제12조의 기본 설정 변경 보장 의무가 제8조 제3항의 브라우저 엔진 이용 강제 금지와 기본적인 전제를 공유한다고 분석한다.
작위 의무 관점에서 한 가지 특기할 부분은, 가이드라인이 금지사항들에 있어서도 이른바 '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바람직한(望ましい, desirable)" 조치, 대응' 등의 형식으로 지정 사업자들의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 은근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제5조와 관련하여 외부에서 데이터 남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부적인 컴플라이언스 메커니즘을 구축하도록 권한다든지(10면), 제7조 제1항과 관련해서는 모바일OS 사업자가 수수료 등을 부과할 때는 관련 내용을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대체 앱스토어 또는 앱 사업자들에 해당 수수료 등이 어째서 (그들이 모바일OS로부터 얻는 이익과 비교하여) 합리적인 수준인지 설명하도록 한다든지(34면), 제9조 관련해서는 알고리듬의 주요 파라미터와 중요도 차이 등의 설명을 권하는 식이다(80면). 비록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이러한 제안들은 준수사항들 및 연례보고서 작성의무(제14조)와 함께 스마트폰법 전체의 실효성을 담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다룬 내용들 외에도 가이드라인에는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다만 대부분 상식 선에서 예측할 수 있는 내용들이기에 이 글에서는 간략하게 일부 특징적인 부분들만 살펴보았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좀 더 세세한 코멘트를 읽고 싶은 사람들은 Abla Ramirez의 글을 읽어보길 바란다.
다행히도 전면 시행을 앞둔 스마트폰법은 최근 애플 등 사업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현재까지는 잘 안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좋은 일이다. 특히나 한국 공정거래법과 다르게 일본 독점금지법은 집행의 빈도와 강도가 높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사실 단독행위, 사적독점 규율에 있어서 일본의 법집행은 제도적 실패 상황에 가깝다) 규제 도입의 필요와 정당성이 한국보다 좀 더 높았고 이렇게라도 정책 성과를 낸 것은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정책 논의와 입법 과정을 돌이켜봤을 때 과연 일본의 선택이 좋았는지 계속 의문이 남는다. 솔직히 말해서, 2020년대 초반 플랫폼 독과점 담론이 휩쓸었던 경쟁 정책 강화에 있어서는 더 없이 좋은 그 기회를, EU식 DMA를 모방하는 타깃형 규제 도입으로 흘려보냈다는 게 난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든다. 지금까지 일본 경쟁 당국이 보여준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법원에서 패소하더라도 과감히 실험적 법 집행을 하면서 오히려 여론을 환기시키고 정책 변동의 창을 열어갔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건강한 선례들이 남아 장기적으로 일본의 경쟁법과 정책 발전에 도움이 되었을 것은 물론 더 넓게는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쟁 당국간 협력도 더 효과적으로 두터워졌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타깃형 규제의 정책 효과는 아무리 좋아도 스마트폰 생태계에 한정되지 않나…
아무튼 과거의 아쉬움은 아쉬움이고, 앞으로 EU DMA의 집행 상황과 함께 일본 스마트폰법의 시행 경과도 계속해서 주시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