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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 플랫폼 경쟁 거버넌스: SCiDA 인터뷰

by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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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CiDA 인터뷰


얼마 전 SCiDA 라는 디지털 경쟁정책 관련 리서치 플랫폼에서 한국, 일본 플랫폼 경쟁법, 규제 등을 주제로 팟캐스트 인터뷰를 했습니다. 솔직히 처음 초대를 받았을 땐 영어와 긴 인터뷰 시간 때문에 부담이 되어 망설였지만, 지금 조금이라도 ‘주니어’ 대우가 남아있고 실수가 용납될 때(즉, 교수같은 타이틀이 붙기 전), 이런 경험을 한번이라도 더 해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용기를 내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잘한 것 같습니다. 지난번 BeFM 인터뷰처럼,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하고 나니 느낀 부분도 많고 잘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경험 몇번으로 부족한 실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진 않겠지만, 공적 말하기에 대한 마음 속 두려움이 조금 더 사라진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한번, 거듭 초대해준 Anush Ganesh 박사께 감사 인사를 남깁니다.


My episode’s link: https://open.spotify.com/episode/07r0XsqwSTzO1wGWLk8JdY



2.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들


경험은 경험이고. 내용에 있어서는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크게 들었습니다. 좀 더 이른 시기에 그러니까 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중반에 이런 학술적, 공적 말하기에 대한 훈련을 받았었으면 참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렇게 뒤늦게 맨땅에 헤딩하듯 부딪히는 것도 좋지만... 이런 자리들에서 좀 더 능숙하게 잘 훈련된 모습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면서요.


예를 들어서, 이번에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예상치 못한 질문들이 여러번 나왔는데,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서 답변하면 될 것을 당황해서 중언부언 한 적들이 많아 부끄러웠습니다. 영어가 서투니 능청스러운 수습도 어려웠고요. 또 준비해 간 부분은 너무 준비한 그대로만 했던 점도 창피했습니다.


다행히 녹화방송이라서 너무 어색한 부분은 편집이 가능했지만 생방송이었으면 정말 많이 참담했을 것 같습니다. 영어도 문제지만 그보다 이번 경험을 통해 제가 참 학술적 말하기 훈련이 안되었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분들의 팟캐스트 내용들과 비교하면서, 제 자신이 참 부끄럽고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3. 단순한 개인 역량 부족 이상의 문제


조금 조심스럽지만..., 제 역량 부족은 단지 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법학자 양성 시스템의 부재 문제란 생각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은 현재 과정이 로스쿨 중심 실무 교육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까요. 염치 없게 들릴 수 있지만, 그래도 제도주의적 방식으로, 시스템 탓을 좀 해보았습니다ㅋ


다른 분야에 있는 분들은 잘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국내 법학과엔 이제 학자 양성을 위한 시스템이 없습니다. 물론 많은 로스쿨 설치 학교들이 대학원을 유지하곤 있지만, 지금 고려대학교가 하고 있는 것처럼, 실무가들에게 야간, 주말 교실을 제공하는 것 외에 학자 양성 과정으로서 대학원엔 별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법학'을 학문으로, '법학자'를 학자로 생각하지도 않고요.


이런 배경에서 한국 대학원의 원생들은, 등록금은 비싸게 내는데, 아무런 훈련도 받지 못하고 ‘실무가들’ 위주로 점점 저질이 되어가는 급조한 발표들이나 들으면서 잉여인간화 되어가는 게 현실입니다. 저도 겪었고요. 잉여로서의 소멸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에서, 학술적 사고방식을 기른다거나 국외에서의 학술 토론 훈련까지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겠죠...


그래도 저는 개인적으로 운 좋게, 지도교수님의 ‘개인적’ 배려 하에서 큰 경제적 어려움 없이 공부했고, 또 ‘개인’ 역량이 뛰어났던 법학과, 행정학 선배 몇몇으로부터 거의 과외를 받다시피 하면서 많은 기회를 받으며 대학원을 다녔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 개인적 삶에는 불만 없습니다만...


학교의 시스템이 있었다면 정말 뛰어난 분들이, 적어도 몇몇은 지금쯤 세계 곳곳에서 젊은 학자로, 법학계 논의를 주도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전체적인 학계의 역량은 한국의 논의가 미국이나 유럽 논의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 담론에 참여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을 것이고요. 물론 한국 법체계가 지금처럼 외국 법 베끼기나 급한 불 끄기로 엉터리가 되는 일도 많이 줄었겠죠.


개인이 아닌 전체적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의 지금 상황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앞으론 이 문제가 더 심해질 것 같고요. 그래서 이런 저런 생각을 주절거려보았습니다.


사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죠. 바꿀 수가 없어서 그렇지.



4. 맺음말


다시 이번 인터뷰 관련 이야기로 돌아와서.


인터뷰 내용에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었습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 정부의 일방적이었던 플랫폼 규제 추진 과정에 대한 비판과 당시 규제 도입 실패가 다른 나라들에 주는 시사점, 간략한 현재의 상황, 그리고 일본 스마트폰법의 준비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 등을 다뤘습니다. 다 제가 링크드인이나 이곳에 올리고 때론 학회 발표문으로 공유했던 내용들이라 평소 글들을 자주 접하셨던 분들은 팟캐스트를 확인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연구 내용에 새로움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고 이들을 남기기 위해 글을 써보았습니다.


항상 부족한 글에도 관심 갖고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스크린샷 2025-11-23 211121.png (Source: Anush Ganesh's LinkedI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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