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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서기 Oct 14. 2021

자폐 수강생

사슴 눈을 닮은 그 아이




2주 전쯤 어떤 고객분이 캘리를 배우고 싶다며 문의를 해.

이것저것 물어보 본인이 아니라 아들이 배울 거라 그날 저녁 아들을 데리고 방에 다시 .

그분 말에 의하면 아들이 학업은 잘 못 따라가지만 미술 쪽으로 관심이 있다 말을 다.

소년에게서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으나, 알고보니 자폐다.


첫 수업이 있던 날, 우려와는 달리 다행히 말도 잘하고,  다소 느리긴 지만 수업도 잘 따라와 주어서 마음을 놓고 있었다.

문제는 수업하는 내내 옆에 앉아서 일일이 지도를 해주어야 한다는 점이었.

같은 질문을 계속하고 일분 전에 했던 말을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수업이 끝나고 나면 에너지가  급격히 소진이 되었.


솔직히  자신이 없.

나는 캘리를 지도하는 지도자일 뿐이지, 특수아동을 관리하는 전문강사가 아니다 보니 뭘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살짝 멘붕이 왔.

그런 아이를 일반 수강생과 똑같은 수업료만을 받고서 지도한다는 게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




그 아이를 보면서 예전 힘들었던 나 자신을 떠올.

남보기엔  역시 겉만 멀쩡지 마음으로는 장애를 앓고 있다고 생각했었.

런 까닭에 어떻게든 그 아이를 맡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이 방면에 아는 것도 별로 없었기에 더 이상의 진행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


더 좋은 지도자를 만나면 교육면에서나 인성면에서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솔직히 지도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는 수강료는 환불해드리겠다는 메시지를 보냈.


두어 시간 지나서 답 톡을 보내왔데, 아들이 너무 좋아한다면서, 캘리 수업은 계속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는 것이었.


특별하게 해 준 것도 없었고 다만 계속 칭찬을 해준 것이 전부였는데, 그것이 그 아이에게 큰 위로가 되었보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갑자기 예전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다.

오랫동안 정신줄을 놓다시피 삶을 거반 포기했었던 지난 시간들.

힘들고 지쳐있었던 나를 이해하며 사랑으로 안아주셨던 교회 사모님 내게 있어서 생명의 은인라해도 과언이 아니.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헌신해주셨던 우리 사모님!

모두 다 외면하고 냉정하게 치부했을 때 바보 같았던 나를 받아주셨던 사모님을 만나면서 평범한 삶을 살게 된 것 생각하면 눈물다.


                                              일러스트 '반서기'



사모님과의 인연이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극도로 심한 우울증에서 벗어나면서 그림과 캘리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공방까지 운영하게 된 데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고백이 나다.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일도 많아졌다.


얼마 전에 개인적으로 감사한 일이 있었는,

유관순열사순국 101주년 기념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일이다.

서대문형무소 깃발전에서


*그날*


유구한 반만년의 정기가

함성을 쏟아내던 날

천년의 백송

터 진설 움

만고강산마저

울음을 쏟았습니다

침묵하던 한민족의

뜨거운 심장

온 우주를 휘감았습니다.

숭고한 빛이시여,

거룩하신 그 외침이

땅 곳곳에

대한의 심장에

고귀함이 되셨나이다.



마감을 이틀이나 넘기고 접수한 터라, 사실상 떨어졌다고 포기하고 있었.

심사도 이미 끝난 상태였.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었는데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내 작품을 보는 순간 그제야 수상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이번 행사는 약 한달가량 진행이 되었는데 내 작품은 서대문형무소쪽에 설치가 되었다.


담당분 말에 의하면, 마감을 넘기지 않고 미리 접수했더라면 최우수까지도 받을 수 있었다는 말씀을 들었.

그래도 우수상 수상도 실로 과분한 상이다.

자작시에 직접 그린 그림이 행사의 의도와 100% 맞아서 뽑았다는 소식을 해들었다.



눈빛이 사슴 같 그 아이!

마스크를 벗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일단은 키도 크고 잘생긴 모범생 스타일다.

쉽지는 않겠지만,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볼 생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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