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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서기 Oct 30. 2021

사랑을 듬뿍 담은 수국 꽃다발

지혜롭게 잘 싸우는 비결



밤 9시가 넘어갈 즈음 공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한 청년이 공방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왔.
'혹시 꽃은 안 파시나요?'라고 묻길래 파는 꽃은 없다고 했더니 실망하는 느낌이었다.
되돌아가려는 청년에게 잠시 기다려보라고 하고서는 마침 활짝 만개한 수국을 보여주며 '이거라도 드릴까요?' 했더니 금세 얼굴 화색이 돌았.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말 들려주었다.
"실은 지난주에 여자 친구와 크게 싸웠거든요.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꽃집을 돌아다녔는데 전부 문을 닫은 뒤라 속상하던 차에 이곳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밤이 늦었지만 오늘 여자 친구와 꼭 화해를 하고 싶어서요."


알고 보니 작은 딸 또래였다.
조금 안쓰러운 마음에 아끼던 보라색 수국을 뚝 잘라서 드라이플라워와 함께 최대한 예쁘게 포장해주었다.
청년이 얼마나 감동을 하는지 머리를 조아리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포장지가 따로 없어서 한지로 예쁘게 감싼 다음 카디 페이퍼에 글씨도 써주었다.
'현지야, 네 옆에 항상 가까이 있을게'


'사랑해'라는 단어를 넣어줄지 묻자, 여자 친구가 오글거리는 것을 젤로 싫어한다하길래 그건 생략했.
그러면서 그 청년에게 꼭 싸워야 한다면 지혜롭게 잘 싸우는 비결을 알아가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청년에게 이 꽃다발에 내가 마법을 불어넣었다고 웃으며 말해줬더니 청년도 이빨을 보이며 활짝 웃어보였다.
비도 오는 주말 밤에 훈훈한 경험이었.


그 청년이 여자 친구와 잘 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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