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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서기 Nov 01. 2021

생일선물

멀리서 날아온 떡케이크

생일을 맞아  캐나다 사는 큰딸이 떡케이크를 주문해서 보내왔다.
현지 한국지사를 통해 보내온 터라 배송료 걱정이 살짝 들었지만, 그냥 고맙게 받았다.


떡도 너무 맛있었고 게다가 예쁘기까지 했다.


꽃 모양은 앙금이라 그런지 입에 넣는 순간 그냥  녹아들었다.


하단에 백설기는 양이 상당해서 작게 소분해서 랩으로 씌운 다음 냉동실에 넣었는데, 아침을 안 먹는 신랑에게는 식사대용이자 좋은 간식거리가 됐다.



같은 것으로 서울 계시는 시어머니께도 주문해 보내드렸는데, 문득 오래전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이가 들고 보니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얼마나 감사한지, 십 년 전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실 나는  그닥 착한 딸이 아니었다.
생전에 단 한 번도 마음을 열지 못했었고 나의 진심을 나누지도 못한 체 그렇게 어머니를 보내드렸다.
치매와 암으로 투병하다가 돌아가실 때까지도 나는 사랑한다는 단 한마디도 못 해드렸었다.




어머니 나이가 되고 보니 어머니의 사랑의 방식이 조금 남달랐을 뿐 그것 역시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나의 시행착오 덕분인지 두 딸은 다행스럽게도 남편과 나의 진심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늘 말해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수십 년 동안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실수를 하고 실패를 되풀이했지만 타고난 성향 때문에 단단히 여물어지지 못했었다.

그런 가운데 언제부턴가 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올무들이 조금씩 틈이 벌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내 안, 작은 아이에게 작게 속삭여주었다.


"인생  뭐 있나!

이제 좀 편하게 놓아줘. 고마 들볶고~

어느새 60고개를 넘을 나이가 되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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