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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Jul 30. 2021

당신이 생각하는 ‘고급 음식’이란 무엇인가요?


사람들에게 물었다. 


맛있지만 건강을 생각하지 않은 음식과
맛은 없지만 건강한 음식 중에 무엇이 더 좋나요?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똑같았다. 


“맛있는 음식이 더 좋아요.”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게 음식이란 단순히 맛을 전달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졌기 때문이다. 나의 삶 한편에는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실제로 식단을 바꾸며 건강 개선 효과를 느껴왔기에 건강식에 대한 나의 열정은 더욱 커지는 중이다.


뭘 먹느냐의 중요성


난 음식에 대해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함께 쌓아온 음식에 대한 따스한 추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늦겨울에서 초봄까지, 딱 그 시점에 땅속에서 꺼낸 어머니의 김장김치라든가, 맷돌로 직접 콩을 갈아 갓 만든 두부를 남몰래 받아먹던 기억들이 여전히 생생하다. 


 또 한 가지, 음식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를 꼽으라면 바로 건강이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니, 미디어에서 음식과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3대 백색 가루라는 흰 밀가루, 소금, 설탕이 몸에 좋지 않다고 해서 최소한으로 줄였다. 육류도 끊었다. 일찍이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신 아버님의 가족력도 있고, 혈액순환 질환을 비롯한 성인병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몇 년 간 하루 한 끼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샐러드와 시리얼 등으로 해결했다. 다른 메뉴를 먹어도 최대한 채소를 많이 먹으려 노력했다. 채소를 먹을 때마다 ‘이게 바로 혈액순환 약이다.’라고 생각하니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 채식을 꾸준히 유지하다 보니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향상되었고, 혈액순환 나이도 평균 나이보다 3세 어리게 나왔다.



직접 몸의 변화를 보니 더욱 흥미가 불타올랐던 것 같다. 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어 졌다. 육류가 아니더라도 이 세상엔 여전히 해로운 음식들이 많았다. 조미료나 채소에 남아 있는 농약 성분 등이 있었다. 이런 음식을 모두 거를 수 없으니 내 손으로 직접 농약 하나 치지 않은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해 먹으면 어떨까 싶었다. 


텃밭에서의 추억


나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밭을 일구며 자랐다. 염소를 데려가 풀을 뜯도록 한편에 메어 두고, 감자와 고구마를 캐고 옥수수를 심었다. 그때 경험해본 밭일은 쉽고 재미있었다. 어릴 때도 했던 일이니 어른이 된 지금은 더 쉽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추억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나만의 텃밭 만들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한 농사는 대차게 실패했다. 나름대로 초보용이라는 양배추, 고추, 토마토, 옥수수를 골라 심었건만 내가 심은 작물들은 키도 작고 볼품없는 모양새였다. 사실 심기만 하면 잘 자라는 줄 알았다. 하지만 농사란 매우 심오한 작업이었다. 식물이 자라는 원리를 파악하고 종류마다 알맞은 방법으로 돌봐줘야 우리 식탁에 오르는 건강한 채소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수한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고 사람들의 충고를 들었다. 감자와 고추는 거름이 필요하고, 무와 배추, 양배추는 유독 해충이 많아 농약을 안 주면 벌레에게 죄다 뜯기게 된다고 했다. 무성한 잡초가 자라지 않기 위해서 햇빛도 적당히 막아줘야 했다.


 차마 농약까지 주진 못했으나 퇴비를 주는 것으로 나름의 합의점을 만들었다. 비록 벌레가 먼저 먹었지만, 이제는 제법 괜찮은 채소가 나의 식탁에 오른다. 내가 직접 키운 건강한 음식들.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고급 음식이었다. 


 그러다 이번 건강검진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내가 빈혈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3년 전부터 전혈로 계획적인 헌혈을 지속하고 있었다. 1년에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횟수를 꼬박꼬박 채우며 혈액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랐다. 이러한 나의 헌혈과 맞물려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식습관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미디어에서 말하는 건강한 식단을 무조건적으로 따랐다. 그러나 진짜 내 몸을 생각하고, 건강한 고급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 몸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채소 뷔페였던 나의 식단에 육류가 추가되었다. 기름기는 최대한 줄이고, 육가공류는 제외한 오로지 건강을 위한 고기만 먹는다. 내가 생각하는 고급 음식의 기준도 덩달아 살짝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건강과 웰빙

 

 우리 회사는 분기별로 식당운영위원회를 개최한다. 식당 음식의 장단점을 피드백하고 기타 선호 음식, 환경, 이벤트 등 나아갈 방향을 논의한다. 나는 이 자리에서도 늘 건강과 웰빙을 제안한다.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식생활에 대한 자세도 이와 같은 피드백의 시간이 필요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맛있는 음식을 아예 먹지 않을 순 없다. 나도 도수 높은 담금주만은 포기할 수 없어 종종 마신다. 하지만 과음하지 않고, 적당한 양을 지키려 늘 노력한다. 이처럼 맛있지만 건강을 해치는 음식은 조금씩 섭취하도록 조절하고, 몸에 좋은 다양한 음식으로 평소 식단을 구성한다면 훨씬 건강한 삶을 만날 수 있다.


 집에서 작은 텃밭을 꾸며 친환경 채소를 길러 먹는 것도 좋다. 요즘은 실내 재배 세트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맨땅에 헤딩하던 나보다 훨씬 쉽고 간편하게 채소를 키울 수 있다. 쑥쑥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도 차올라 쏠쏠한 재미도 느껴진다. 


  오직 음식의 맛만 중요시 여기는 풍토가 자극적인 프랜차이즈 식당의 유행을 부추기는 것 같다. 때문에 사 먹는 음식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건강을 해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좋은 ‘고급 음식’을 선호했으면 좋겠다. 음식에게 맛 이상의 가치를 발견한다면, 고급 음식의 기준을 바꾼다면 아프지 않고 행복한 삶을 즐길 수 있다. 


 “당신에게 고급 음식이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누군가는 나와 같은 대답을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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