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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Aug 27. 2021

연예인 한 명 없이 매니저만 있는 회사

조직문화에 변화를 주고 싶은 사장님 그리고 인사 담당자들에게


직장 생활을 한 지 어느덧 8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세 개의 조직에서 각기 다른 조직문화를 경험해왔다. 한 회사는 ‘군대 문화’가 당연하던 곳이었고 또 다른 회사는 회의 중 막내가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경험 없는 네가 발언을 함으로써 회의가 지체됐다’는 구박을 하는 ‘불통 문화’가 있는 곳이었는데 두 경험 모두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그런데 현재의 조직은 달랐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막내의 의견이라도 무시하지 않고 경청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 차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출근길에 이전의 회사들과 지금의 회사의 차이점 3가지를 생각해 봤다.


1. 매니저만 있는 조직

- 직급 체계 개편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는 2019년부터 기존 5단계 직급 체계를 3단계 (Associate Manager, Manager, Senior Manager)로 통합하여 계층 간의 경계를 줄이고, 연차가 적은 구성원이라도 보다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이어지는 기존 직급 체계는 직급, 직책뿐만 아니라 직위의 의미도 포함해 여러 단계의 상하관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새로운 직급 체계는 모두에게 매니저라는 직책을 주고 단계를 축소시킴으로써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유도했다.


처음 제도를 도입할 때는 어색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구성원이 매니저라는 직책으로 전환되었기에 서로에 대한 호칭을 통일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직급을 통일하는 과정을 통해 직급에 따른 호칭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아래를 세부적으로 나누지 않아도 구성원끼리 상호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기만 한다면 업무에 있어서 평등한 호칭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호칭의 단계를 줄이고 팀의 막내까지 매니저라는 직함을 주니 서로 존대하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2. 비난이 아닌 칭찬이 오가는 문화

- 백만 송이 장미 프로그램


장미 쿠폰은 또 다른 사람에 칭찬을 한번 더 해서 전달해줄 수도 있다

‘백만 송이 장미 프로그램’은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상호 칭찬을 독려하는 제도이다. 회사에서 지급한 장미 쿠폰에 칭찬하고 싶은 상대에 대한 칭찬을 적어 전달하면 된다. 조직 내에서 특히 어려운 업무를 부탁했을 때나 도움을 받았을 때 감사 인사를 주로 적어 전달하는데 이렇게 받은 장미 쿠폰으로 사내 매점과 카페에서 5천 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가끔 진심 어린 칭찬이 적힌 장미를 받을 때는 한 잔의 커피로 교환하지 않고 수첩 안에 고이 보관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쑥스러워 말로 전달하기 어려운 감사 인사나 친해지고 싶다는 손길을 내밀 때 이만한 것이 없다. 이미 수년째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장미 쿠폰을 살짝 내밀며 ‘차 한잔하시죠’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되었다. 실패를 용인하고 칭찬을 독려하는 문화는 신입들이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3. 컬처인컬처 : 우리 팀의 문화는 우리가 만든다

- 커뮤니케이터 제도


의사소통 활성화를 위해 회사에서는 팀별로 커뮤니케이터를 선정하여 지속적인 교육과 활동 지원을 하고 있다. 커뮤니케이터는 업무 외 조직 생활의 관점에서 내부 의견 취합 또는 구성원의 복지 증진을 도모하고 각 팀별로 구성원 중 대표를 선정하여 회사의 교육, 지원을 받아 활동한다. 또, 야유회 장소와 방법을 결정하거나, 신규 제도 도입 후 건의 사항을 취합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주로 적극적이고 활발한 기질을 가지고 있거나,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이 선정된다. 


기억에 남는 건 내가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할 때 시행했던 ‘커피프렌즈’ 제도였다. 커뮤니케이터에겐 팀 안에서의 새로운 문화를 제안하고 팀원들이 동의할 시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데 난 그 우리 팀 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이 커피 프렌즈 제도를 제안했었다. (60명이 넘는 큰 규모의 팀이었기에 같이 일해본 경험이 없는 사이라면 서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 제도를 시행했을 땐 서로 모르는 사이라 커피숍으로 함께 내려가는 모습이 참 어색했었다. 그렇지만 팀원들은 금방 이 제도에 적응하게 되었고 서로를 알아가는 데에 집중했다. 특히 티타임 중에는 의도적으로 업무 외적인 대화를 나누도록 독려하였는데 이 덕에 추후에 일을 함께 진행하게 되어도 더 편하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친해진 매니저님과 한 컷




위에서 소개한 3가지 차이점은 문화를 바꾸었고 사람을 바꾸었다. 대단한 제도는 아니지만 임직원들이 변화하려 노력했고 그 진심과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아직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가 완벽하다 할 수 없다. 부족한 점이 있고 지금도 계속 개선하려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길 원하고 노력한다면 결국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난 우리 동료들이 충분히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기에 가능하다고 믿는다.

철도인프라 엔지니어링팀 화이팅!



*MZ 세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인 Z세대를 통칭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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