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MARINE 2025 전시장 참관기록과 함께
‘선박’ 하면 거대한 선체와 엔진의 굉음, 바다 위를 가르는 웅장한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선박 산업은 디지털·전기·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자동차가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고, 공장이 스마트팩토리로 진화했듯, 선박 역시 이제 스마트선박(Smart Ship), 디지털선박(Digital Ship)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환경규제 강화와 디지털 전환(DX)이라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해운·조선업계 역시 “친환경 기술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인식 아래 탈탄소화(Decarbonization)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동시에 센서, 자동화, 데이터 분석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선박의 운영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지능형 제어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선박이 주목받는 이유
‘스마트선박’이란 단순히 첨단 기계가 탑재된 선박을 의미하지 않는다.
선박이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운항을 최적화하고, 연료 효율을 높이며,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지능형·친환경 운항체계를 갖춘 선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선박 내 센서가 엔진·추진장치·전력시스템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항 조건을 자동 조정하거나 유지보수를 예측하며,
•전기·수소·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을 적용하고,
•통신망을 통해 원격 제어 및 사이버보안 체계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술 발전을 통해 선박은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해양의 디지털 플랫폼이자 친환경 에너지 운송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IMO 규제와 탈탄소화 흐름
IMO는 전 세계 해운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 및 해운 기업들은 연료 효율 개선, 대체 연료 기술 개발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존의 ‘디젤 엔진 + 중유’ 중심 구조로는 더 이상 규제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업계는 전기 추진선박, 하이브리드 전기+디젤, 수소 및 암모니아 추진선 등 다양한 친환경 연료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
또한, 단일 선박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화물–선박–항만–운송망’ 전 과정의 탈탄소화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결국, 해운산업 전체의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혁신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코마린 2025’에서 본 스마트선박 기술의 현재
지난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코마린 2025(KORMARINE 2025)’ 전시회에서는 스마트선박과 친환경 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외 주요 조선·해양 기업들은 전력변환, 자동화, 보안, 연료 절감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며 스마트선박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예고했다.
LS ELECTRIC – 선박 자동화·전력변환·보안을 통합한 토털 솔루션
LS ELECTRIC은 이번 전시에서 ‘선박 자동화 + 전력변환 + 사이버보안’이 통합된 솔루션을 공개했다.
특히 9대 선급 인증을 획득한 PLC, HMI, AC Drive 등 자동화 제품군과 2MW급 전기추진 선박용 전력변환장치 ‘모듈러 드라이브(Modular Drive)’ 프로토타입이 주목받았다.
이 장치는 선박 전력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사이버보안 솔루션을 적용해, 선박 내부 제어 시스템과 통신망이 안전하게 운영되도록 했다.
LS ELECTRIC의 전력공급–제어–통신–보안까지 연결되는 통합 구조는 스마트선박 구현에 필수적인 핵심 요소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은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LS ELECTRIC이 산업자동화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해
양·조선 분야로 확장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친환경·디지털 전략
HD현대는 그룹 내 8개 조선·해양 계열사가 공동으로 참여해 친환경·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한 통합 부스를 선보였다.
차세대 선박용 배터리*‘BADA-100’과 LNG 재액화 솔루션 ‘Hi-ERSN’을 소개하며 전력 효율성과 운항 안정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엔지니어링 역량을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연료가 바뀌면 선박도 바뀐다”는 주제를 중심으로 8만8천㎥급 암모니아 운반선 모형을 전시했다. 암모니아를 화물이자 연료로 활용하는 ‘Powered by NH₃’ 개념을 제시하며 친환경 연료 시장의 변화 방향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풍력 설치선(WTIV)과 FPSO(시추·저장·하역 설비) 모형을 함께 전시해 ‘해상 구조물–운송수단’이 하나의 친환경 생태계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중공업은 실시간 설비 모니터링 및 AI 기반 이상 감지 기술을 적용한 선박 유지보수 솔루션 ‘SCBM(Samsung Condition Based Maintenance)’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미국 선급(ABS)으로부터 설계평가승인(PDA)을 획득했으며, 스마트운항 체계를 구현하는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또한 탄소포집·저장선(LCO₂ carrier) 설계 기술을 통해 무탄소·친환경 선박 시대를 대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글로벌 기업의 전기화(Electrification) 흐름
해외 기업 중에서는 ABB와 Danfoss의 기술이 주목받았다. ABB는 “Maritime is Electrifying(조선해양 산업의 전기화)”라는 주제 아래, 영구자석 축발전기(Permanent Magnet Shaft Generator)와 통합 자동화 시스템 ABB Ability™ 800xA를 선보였다. 데이터를 활용해 선박 전체 시스템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Danfoss는 **‘스마트·지속가능한 해양 솔루션’**을 주제로 초소형·고전력밀도 설계의 iC7-Marine & iC7-Hybrid 드라이브를 전시했다. 전기·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에 적합한 고효율 드라이브 솔루션으로, 해양 환경에서 안정적인 전력 제어와 센서 기반 자동화 기능을 제공한다. 이처럼 전력변환, 센싱, 자동화 기술이 융합된 시스템은 스마트선박이 머지않아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임을 보여준다.
스마트선박이 열어가는 미래
머지않은 미래에는 선박이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지능형 해상 이동 플랫폼으로 변화할 것이다. 전기 및 하이브리드 추진선의 보급이 확대되고, 선박–항만–본사–클라우드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스마트 해운 네트워크가 구축될 전망이다.
항만 및 물류단지 역시 디지털화되면서 ‘스마트선박–스마트항만’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 규제 강화와 시장의 친환경 요구로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자동화, 데이터, 보안, 전기화(또는 대체연료) 이 네 가지 축은 스마트선박 시대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바다는 이제 단순한 항로가 아니라, 움직이는 공장, 데이터 센터, 친환경 운송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스마트선박은 해양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