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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Jun 22. 2022

전자제품을 좋아하는 개미, Crazy ant를 아시나요

영업사원이 들려주는 기술 이야기 2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작은 히어로인 ‘앤트맨’이 아이언맨 몸 속 시스템에 들어가 내부 전자회로를 파괴하여 오작동을 일으키는 장면이 있다.   

<출처: Marble>


시대가 발전하면서 많은 전자 장비의 회로는 점점 작아졌지만, 처리 속도는 보다 빨라지고 방대해지며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아주 작은 부품 하나가 문제를 일으키면 전체가 오작동 하거나, 멈추는 단점도 생겼다.


비슷한 사례로, 세계 여러 현장을 다니며 겪었던 일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재미있는 경험이 있어 소개해 보겠다. 바로 ’개미 떼가 일으킨 유명 가전공장 정전’이다. 



어느 날, 급하게 인도네시아 거래선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연락 온 내용을 읽어보니, 저압 배전반(ACB)에서 원인 모를 정전이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경험상으로, 정전이 일어나는 경우는 여러 가지이다.



1. 제품 노후로 인한 오작동

2. 작업자의 실수

3. 제품 설정값 입력 오류

4. 제품의 고장/불량

5. 기타 등등



현지 기술 직원을 통해 추정되는 원인과 현장 사진을 요청했고, 전달받은 자료를 통해 원인 분석을 해보았지만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배전반: 주로 빌딩이나 공장 등의 대형 시설에서 전력 회사에서 보내오는 고압의 전기를 받을 수 있는 시설


그럼 결론은… 제품의 고장/불량?? OMG


정전이 일어나는 경우, 산업현장에 발생되는 손실액 규모는... 


삼성 "美 오스틴 공장 정전 피해 규모 3000억~4000억 원"

순간 정전 41억 피해… 군산산단 기업들 '된서리'

대만 TSMC 반도체 공장 6시간 정전…400억 가까이 손실 날 듯


정전사고 원인 파악 및 재가동에 소요되는 시간이 결국은 산업현장의 손실액으로 발생한다.


이처럼 정전사고로 인한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필요했다. 혹시 몰라 추가적으로 현지 기술 직원을 통해 설치된 제품 분해 및 원인 분석을 요청했고, 며칠 후 돌아온 결과는 황당 그 자체였다.


“Today we dispatched our engineer to check it. Our engineer found many ants living inside OCR.

We think these ants caused the OCR failure. Our question is why do these ants live in OCR ?

Have you ever had this kind of experience?


“오늘 우리는 원인 파악을 위해 엔지니어를 파견했습니다. 우리 엔지니어는 OCR 안에 살고 있는 많은 개미를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이 개미들이 OCR 고장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질문은 이 개미들이 OCR에 사는 이유입니다.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까?


Ants?? 개미?? 개미가 제품 안에서 살고 있다고?? 


정확히는 자사 제품 안에 무수히 많은 개미가 들어가 있었고, 내부 전자회로 영향을 줘서 오작동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ACB OCR 제품이 개미의 식량창고도 아니고?? 안락한 집도 아닐 텐데...?? 



고객 측의 정전사고에 대한 원인 분석 요청으로, 개미가 제품에 들어가 있는 이유를 확인해 보아야 했다. 우선 개미가 들어온 원인이 제품에 있나 싶어 공장, 연구소 등을 통해 ACB OCR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며칠 후 전달받은 결과는 “제품 이상 없음”, “원인불명” 이었다. 정확한 원인 파악을 못하고 시간이 흘러갈 때쯤,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구글 검색을 해봤고... 드디어 그 해답을 찾게 되었다.


일명...“미친 개미(Crazy ant)의 습격”



미친 개미(Crazy ant)는 욕이 아니라 불개미아과에 속하는 개미의 한 속을 부르는 명칭으로 남미에서

이주해 온 개미다. 이 개미는 매우 공격적인 데다 독특하게 전자제품 회로를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전자제품 내부에 들어가 회로를 합선 시키는데 개미들이 전자제품 회로 안에서 감전되면 경고 페로몬을 

방출하기 시작하고, 이는 더 많은 개미를 끌어들여 사태를 악화시켰다.


결국 문제는 제품이 아니라 전자제품을 좋아하는 개미였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존재라 생각했던 ‘개미’ 가 거대한 공장의 정전사고를 일으켰다니….


현실판 ‘앤트맨’이 실존(?)함을 확인하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었다.


우리 모두는 어린 시절 멋진 검은 정장(?)을 입고 드넓은 흙바닥 위를 바쁘게 움직이는 개미를 관찰하며 ‘제2의 파브르’를 꿈꿨고, 동화 ‘개미와 베짱이’를 읽으며 ‘부지런함’, ‘협동’, ‘배려’라는 교훈을 배우고 자라왔다. 그만큼 그들의 존재는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바른 생활의 끝판왕’처럼 생각되곤 한다.


그런데, 이번 ‘미친 개미’의 작은 일탈(?)로 인해 벌어진 정전사고를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그들의 새로운 시도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역시 그들처럼 내 삶의 작은 일탈(?)을 꿈꿔보며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볼까 한다. 



에필로그: 짱구 (+) 개미송


개미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네

개미는 언제나 열심히 일을 하네

개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일매일의 살 길 위해서

열심히 일하네

한 치 앞도 모르는 험한 이 세상

개미도 베짱이도 알 수 없지만

그렇지만 오늘도 행복하다네

개미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네

개미는 언제나 열심히 일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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