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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Apr 30. 2021

내 식구 생활비20만원을지킨 날

누전 차단기의 중요성


올해 초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우리 집 어린 아들 둘이 베란다에서 엄마 몰래 수돗물을 틀어서 물이 넘친 것이다. 건조기에 전원을 연결하느라 바닥으로 연결한 전기 멀티탭에 물이 들어갔고 그것 때문인지 전원이 나간 것 같다고 했다. 베란다와 베란다 쪽에 연결된 방의 모든 스위치와 전원이 먹통이 되었고 베란다에 있는 보일러도 꺼져 너무 춥다고 했다.


그래서 결론은 사람 불러야겠다고..


아내가 업체에 전화하니 고치려면 20만원 정도 든다고 했다.

딱 보니 전기 멀티탭에 물이 들어가 누전이 되어 누전차단기가 동작한 것 같았다.

깜짝 놀라 아이들은 괜찮냐고 물어보니 애들은 괜찮다고 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아내한테 말했다.


" 근데 20만원 너무 비싸다. 내가 가서 보고 고칠게. 사람 부르지 마. "

" 정말 고칠 수 있어? " 

" 나 국내 1위 차단기 제조회사 다니는 사람이야. "

" 그래도… 전기 모르지 않아? 못 믿겠는데.. "

" 하… 나 배전기술 PART에서 일해… 나 믿고 좀만 참아. 정 추우면 내복 입고 이불 뒤집어쓰고 있어 "


칼퇴근 후 급히 집으로 갔다. 아내가 사람 부를까 봐 무서워서.

그런데 집에 갔는데 의외로(?) 집이 따뜻했다.


" 사람 불렀어? " (우왕~ 내 20만원ㅠ.ㅠ) 

" 아니. 믿고 기다리라며? " 

" 근데 왜 따뜻하지? " 

" 이거 봐 짜잔~ 나 잘했지? 헤헤 "


아내는 다이소에서 전기 멀티탭을 잔뜩 사 와 거실에 있는 전기 콘센트부터 베란다 보일러까지 연결해 기어코 보일러를 돌렸었다. 아주 자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잘했다고 센스 짱이라고 칭찬이 저절로 나왔다.


그럼 이제 내가 나설 차례인가?

베란다로 가보니 아내가 다행히 수돗물은 다 제거했었다.


먼저 바닥에 있는 전기 멀티탭을 치웠고 (전기사고 원인을 조치하지 않고 전원을 투입하면 2차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다른 특별한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분전함으로 가서 문을 열어보았다. 예상대로 베란다 쪽 LINE의 누전 차단기만 작동되어 있었다. 


수돗물이 전기 멀티탭으로 스며들어 누전 사고가 나서 차단기가 동작한 것이다. 

누전 차단기 스위치를 올리자 바로 베란다 방에 전원이 복구되고 조명등을 켤 수 있었다.

아내는 어떻게 한 거냐고 신기해하고 놀란 표정이었다. 분전함을 확인하지 않았냐고 하니.. 자기는 분전함이란 게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고 했다.


만약 아내가 20만원 든다고 하신 분 불렀으면 아마도 척하고 상황을 알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정직한 분들은 출장비 정도만 받고 조치해주고 가셨겠지만 정말 만에 하나 정직한 분이 아니었을 때가 문제다. 상황을 보지도 않고 20만원을 부른 게 믿음이 안 가는 이유였다. 


바로 상황을 알았을 것이지만 전기 테스터기로 전기 콘센트 찍어보고, 분리하고  


" 음…. 이거…. 심각한데요. 아무래도 힘든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사모님께선 위험하니 거실에 가 계시지요. 끝나면 부르겠습니다. " 하고 20분 뒤 슬쩍 누전 차단기 올리고 


" 휴우… 위험하고 어려웠지만 드디어 다 고쳤습니다. 20만원입니다. "

" 아.. 너무 감사해요. 수고하셨습니다. 여기 20만원  "


이런 시추에이션(?)이 발생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들었다. 어쨌든 아내가 나를 믿어준 덕분에 소중한 20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 


LS ELECTRIC 주택용 누전차단기


그런데 그날 밤 자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20만원이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차단기가 불량이었다면, 전기 멀티탭에 물이 들어가 누전이 발생했는데도 전기를 바로 차단하지 않았다면 내 소중한 아이들이 행여 감전됐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손가락만 한 크기의 누전차단기가 바로 전기를 차단한 덕분에 아이들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내가 차단기 제조회사에 다니면서도, 차단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피상적으로만 알았는데 이번 일로 차단기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누전차단기 덕분에 20만원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훨씬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었다.


사고 친 개구쟁이 두 아들 김라한, 김세한. 뭐가 좋은지 웃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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