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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Nov 28. 2022

MZ세대 테린이를 위한 테니스 입문서

“韓 테니스 인기에 '슈퍼스타들' 감동... 'MZ세대 열풍까지' 실감한 코리아오픈”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스포츠뉴스 첫 화면에 실렸다. 지난 ’22.09/19~10/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2022 코리아 오픈 테니스대회(ATP250)가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MZ세대의 테니스에 대한 열풍이 돋보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패션업계, 유통업계, 백화점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며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이 MZ세대들의 관심을 쏠리게 했는지, 테니스의 매력이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보자. 


 

테니스의 가장 큰 특징: 관중의 침묵

테니스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양쪽 코트에서 상대방에서 공을 넘기며 점수를 얻는 경기이다. 바운드가 두 번 되기 전에 상대방 코트로 공을 보내야 하며, 네트에 걸리거나 라인을 벗어나게 되면 상대방이 점수를 획득하게 된다. 다른 경기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관중의 역할이다.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관중들은 경기를 관람하며 응원하는 역할을 하지만, 테니스에서는 더욱 많은 역할이 요구된다. 바로 ‘침묵’이다. 선수가 서브(처음으로 상대방에게 공을 보내는 동작)를 넣을 때, 누구도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신사의 스포츠답게 선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정해진 암묵적인 룰이다. 

그렇다고 경기 내내 침묵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포인트가 결정된 이후에는 여느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환호와 함성이 코트를 가득 메우게 된다. 그래서 테니스 경기장에서는 침묵의 시간과 환호의 시간이 주기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마치 교류전류가 +와 -을 주기적으로 나타내는 것처럼 말이다. 수많은 관중이 침묵하고 또 환호하면서 선수와 함께 호흡하는 스포츠는 테니스가 유일하다.


 

테니스 점수(Score) : 러브(Love)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는 바로 사랑의 정의이다. 문학이 시작된 이후로 사랑은 모든 장르의 예술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제가 되었다. 지금 시대에도 사랑에 대해 정의를 내리라고 한다면 수많은 이야기 쏟아져 나올 것이다. 테니스에서 스코어를 부를 때 ‘러브(Love)’를 외친다. 첫 번째 포인트를 얻은 쪽은 Fifteen(15), 상대편은 Love(0)라고 부른다. 

테니스의 점수는 시계와 관련 있다. 1시간을 4 등분하면 15분씩 나눠지는데, 점수를 여기에 맞추어 부른다. 0153040게임 이렇게 진행되는데, 45는 영어 발음이 어려워 40으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 여기에서 “0”을 ‘러브’라고 부른다. 이렇게 총 4포인트를 얻으면 1게임이 끝나게 된다. 6게임을 따게 되면 1세트를 가져오게 되고, 대부분의 대회에서는 2세트를 먼저 얻는 선수가 이기게 된다. 러브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만이 존재할 뿐, 누구도 정확하게 답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달걀을 뜻하는 프랑스어 뢰프(loeuf)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경기를 끝내는 외침 : 매치포인트(Match Point)

장기에선 ‘장군’, 체스에서는 ‘체크메이트’처럼 테니스에서도 경기를 끝내는 포인트를 ‘매치 포인트’라고 한다. 농구에는 3점 슛이 있고, 야구에는 홈런도 있어서 한 번에 여러 점을 얻을 수 있지만, 테니스에서는 무조건 한 번에 한 점씩 얻게 된다. 

그러다 보니, 매치 포인트에 몰렸다 하더라도, 그 위기를 잘 넘기면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한 경기에서 여러 번의 매치포인트가 나올 수 있는데, 마지막 포인트를 잃지 않고 지켜낸다면 게임을 얻을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벼랑 끝에서 탈출하게 되고 경기를 뒤집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매치포인트는 경기의 후반부에서 나오게 되는데, 테니스에서는 그렇지 않다. 만약 마지막 세트에서 게임스코어 5:0으로 이기고 있고, 점수가 40:0이라면 매치포인트를 외치지만, 상대방이 그 위기를 40:40으로 만들고 게임을 따내 5:1이 된다면, 경기는 계속된다. 그렇게 게임스코어 5:5가 된다면, 첫 번째 매치포인트는 전체 경기의 중간쯤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은 매 포인트에 집중하며 경기하게 된다. 매치포인트에서는 긴장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더 많은 변수가 나오게 된다. 이것이 테니스가 가진 매력 중의 하나이다.



테니스 코트의 종류 : 하드, 클레이(흙), 잔디

대부분의 구기 종목들은 홈&어웨이 방식으로 경기장을 순회하며 경기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기장 자체가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테니스에서는 경기장이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프로선수들의 대회는 코트의 종류에 따라 나뉜다. 또한 프로선수들의 경기를 ‘투어’라고 하는데, 1년 내내 경기들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코트 종류에 따라 가장 큰 4개 대회(메이저 대회)가 있다. 하드 코트는 호주오픈(1~2월, 실내)과 US오픈(8~9월, 실외) 2개의 메이저 대회가 있다. 클레이 코트에서는 프랑스오픈(5월)이 있고, 잔디코트에서는 윔블던(7월, 잉글랜드)이 있다. 코트의 종류에 따라 대회가 나누어져 있는 것, 그리고 계절에 따라 전 세계를 투어하며 경기를 진행하는 것도 테니스의 재미 요소이다.

각각의 코트가 가진 특징을 안다면, 테니스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1월 남반구에서 열리는 호주오픈의 하드 코트는 아크릴 계열의 소재로 표면을 처리한다. 그렇다 보니, 바운드 시 공의 스피드가 더욱 빨라지고, 불규칙 바운드도 거의 없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런 코트에서는 강한 서브를 무기로 하는 선수가 유리하다. 



꽃 피는 봄이 오면, 프랑스 파리로 넘어와 클레이 코트의 경기가 펼쳐진다. ‘롤랑가로스’라고도 불리는 프랑스 오픈은 클레이 코트에서 펼쳐지는 투어의 마지막 경기로 코트의 재질은 앙투카(en-tout-cas, "모든 경우에"라는 의미의 프랑스 단어)라 불리는 불에 구운 흙(벽돌)을 분쇄한 걸 사용한다. 바운드 시 공의 스피드는 줄어드는 대신 높이 튀어 오르게 되고, 다양한 변수의 불규칙 바운드가 존재한다. 이런 코트에서는 체력이 뛰어난 선수가 유리하다. 


여름을 맞이하게 되면 푸른 잔디가 펼쳐진 코트에서 투어가 진행된다. 잔디코트의 메이저 대회는 역사와 전통으로 빛나는 윔블던이다. 이 대회는 드레스코드가 정해져 있는데, 선수들은 모두 흰색 계열의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규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위반 시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다. 잔디코트의 특징은 바운드 시 공의 스피드가 빨라지고, 불규칙 바운드도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런 코트에서는 스킬이 뛰어난 선수가 유리하다. 



마지막 메이저 대회는 US오픈으로 야외 하드코트에서 펼쳐진다. 뜨거운 태양 아래 열정을 불태우는 선수들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엔터프라이즈 강국인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답게 황금시간대에 방송하기 위해 조명시설을 제일 먼저 갖춘 대회이기도 하다(프랑스 오픈의 경우, 비가 오거나 해가 지면, 다음날 경기를 이어서 하는 경우가 많음)




테니스 황금기를 이끈 Big 3 player

테니스 코트의 종류가 경기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코트마다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따로 있다. 2000년 초반부터 지금까지 약 20여 년 동안 각 코트에서 두각을 나타낸 3명의 선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1년 중 제일 먼저 시작하는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하드코트)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있다. 바로 세르비아 국적의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이다. 이 선수의 별명은 무결점 플레이어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으나, 해들 거듭할수록 그의 플레이에서 단점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끈질긴 수비와 중요한 순간에 포인트를 따내는 능력은 무결점 플레이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클레이 코트)에는 ‘흙신’ 라파엘 나달(Rafael Nadal Parera)이 있다. 스페인 국적의 선수이며, 스포츠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원래 오른손잡이였으나, 테니스에서 유리한 왼손으로 테니스를 시작했고, 지치지 않는 체력과 강한 스핀의 포핸드 공격으로 흙신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이를 증명하듯 프랑스 오픈에서만 14번의 결승전을 치렀고, 14회 모두 우승하였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선수는 스위스 국적의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선수이다. 그는 화려한 테크닉과 공격적인 서브, 코스를 예측할 수 없는 스트로크, 완벽한 발리 등 테니스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기술을 소유한 선수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성 부분에서도 뛰어나 테니스 황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21년도에는 부상으로 단 1번의 투어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전체 스포츠 선수 연봉 7위에 오르는 등 전 세계적으로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그의 모습을 경기장에서 볼 수 없다. 아쉽게도 22년 데이비스 컵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내 삶의 충전소! 테니스가 재미 있는 진짜 이유

필자는 순수 동호인으로 테니스와 함께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사실 테니스는 쉽게 시작하기 어려운 스포츠이다. 골프의 경우, 아무래도 비용이 가장 큰 진입장벽이라면, 테니스는 동작마다 익혀야 할 기술들이 진입장벽이 된다. 하지만 그만큼 재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테니스의 가장 큰 매력은 점수의 밸런스이다. 


4번을 이겨야 1게임을 따는 것도 그렇고, 6게임을 한 세트로 묶어 놓은 것, 동점 상황일 때 진행하는 타이브레이크 룰도 그렇다. 이런 구성은 매 포인트 집중하도록 구성되어 있고, 벼랑 끝 매치포인트에서도 다시 기사회생 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내력과 집중력을 배울 수 있다. 


또 다른 재미 요소는 테니스가 상대방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중심을 빼앗는 스포츠로는 씨름과 유도가 먼저 생각날 것이다. 두 종목은 모두 격투 종목이지만, 테니스는 격투 종목이 아님에도 이들처럼 중심을 빼앗는 운동이다. 씨름이나 유도는 상대방과 직접 몸을 맞대고 경기하지만, 테니스는 네트를 가운데 두고 라켓과 공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중심을 무너뜨린다. 공간이 넓고,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고, 더욱 재미있는 것이다. 


2022 코리아 오픈 테니스대회로 인해 불어온 테니스 열풍이 잠시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즐거운 인생을 사는 길잡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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