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으로서 해야 하는 일.
교사는 왜 학생의 흡연을 막아야 할까요?
19세 364일까지는 안 되고, 20세 1일이 되는 날은 되고. 19세의 흡연과 20세의 흡연이 건강에 큰 차이가 있을까요? 단지 건강때문에? 보기 안 좋으니까? 불량학생의 기준이 되므로? 법으로 금지해놓았으니까?
교사가 학생의 흡연을 예방하는데 노력해야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요?
2019년부터 저는 고등학교에 젊은 남자교사로서 자연스럽게(?) 현 생활안전부(구 학생부)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거친 아이들이 있는 학교에 있습니다. 1년 내내 학교폭력 등 상상도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지만 특히 학기 초 주요업무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안전관련 사건사고 예방입니다. 따라서 학기초에는 더욱 교사들의 학교 주위 순찰이 강화됩니다.
교외에서 남학생 몇몇이 옹기종기 삼삼오오 모여 으슥한 시장 골목길로 스윽 들어갑니다. 여기서부터 거의 첩보영화 뺨치는 기술이 들어갑니다. 저는 완전한 현장적발을 위해 한 쪽에 숨어 그들이 불 붙일 시간 30초를 셉니다. 한 선생님은 쭉 돌아가서 골목 한 쪽을 막고 저는 앞에서 그들의 곁으로 다가갑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은 구름과자 연기를 후우 내뱉다가 저랑 눈을 마주칩니다.
교사와 학생의 머릿 속을 동시에 스치는 노래가사가 떠오르네요.
'니가 왜 거기서 나와'
학생은 학생대로 놀라고, 교사는 교사대로 놀라고. 어떤 친구들은 미안해하거나 죄송해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은 다음 번에 골목에서 만날 확률이 제법 떨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입니다. 적발이 되고나면 얼굴 표정부터 바뀝니다. 그때부턴 교사와 학생간의 치열한 기싸움이 시작됩니다.
'얼른 불 끄고 교무실로 따라와'
'잠시만요. 이거 다 피고 갈게요.'
'뭐라고? 빨리 꺼라.'
'에이, 씨X..'
거친 친구들을 3년정도 상대 하다보니 학생들이 이제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들의 행동 양식에 저도 도가 터버렸습니다. 제가 교사인지 형사인지 여기가 교무실인지 취조실인지 분간이 잘 안 될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하다보니 솔직히 말해 지쳤었나 봅니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이렇게 땀 뻘뻘 흘리면서 애들 잡고, 잔소리 하고, 금연 교육 보내고해도 필 놈들은 또 피는데, 나는 이 짓거릴 왜 하고 있는거지? 교사니까? 교사는 담배 잡는 사람인가?'
사실 3년 동안 아이들과의 기싸움이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인간인지라 가끔 무섭기도 했구요. 또 반복되는 이 기싸움이 저 자신을 소비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매년 바뀌는데 저는 그대로니까요. 사람이 배터리는 아니지만 방전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제 교직에 처음으로 무료함과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한 인간으로서 학생이 감정적으로 미웠습니다.
논리적으로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왜 아이들이 흡연 하는걸 막아야 하지? 어른도 피잖아? 어른 때 피면 건강에 덜 나쁘고 학생 때 피우고 더 나쁘니까? 보기 안 좋으니까? 똑같이 안 좋은거면 어른도 피지 못 하게 해야지 왜 학생만 못 피우게 하지? 몸건강을 위해? 이 놈들은 왜 담배를 펴서 일 만들고 있어'
교사가 학생의 흡연을 막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긴 고민 끝에 제가 내린 답이 나왔습니다. 교사는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당연히 어른의 보호가 필요합니다. 그 보호가 필요한 나이를 법으로 19세라고 정해놓은 것 입니다.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온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교사가 옆에서 지켜보고 행동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조치는 애정과 관심과 사랑이 전제된 조치여야 합니다.
담배 핀다고 잔소리하고 벌을 주고 징계하고, 불량학생이라고 낙인 찍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존재가 바로 교사인 것입니다.
3년간 현실에 치여 애들에게 분노와 악만 남고 기계처럼 학생을 다루다 보니 근본적으로 학생에게 교사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잊었었나 봅니다. 제가 사랑하는 학생은, 제가 사랑해야 하는 학생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적대하고 서로 원망하고 비방하는 대상이 아니라 제가 관심과 사랑으로 아껴주어야 하는 존재였던겁니다.
학생이라면 누구든 인간이고 어리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교사는 학생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방법을 통해 충분히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어른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