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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Jan 19. 2018

두근두근 문예부! 의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

모니카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스포일러 포함


두근두근 문예부!(2017)


스팀 게임 "두근두근 문예부! (Doki Doki Literature Club!, 약칭 DDLC)가 최근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다. 출시된 지는 몇 달이 지났지만 올 1월 1일에 비공식 한글패치가 공개되었고 무료 게임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듯 하다.


일단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연예 시뮬레이션, 비쥬얼 노벨 장르의 게임이다. 나는 이런 류의 게임을 많이 해보지 않았지만, 스팀 평가에 '연예 게임이 아니라 사실 공포 게임'이라는 평이 많았기 때문에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 머리속에는 꽤나 선명한 잔상들이 많이 남았다. 여러모로 충격이 큰 게임이었다. 나는 게임에 대한 이모저모를 국내외 사이트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DDLC가 어떤 더 큰 세계관에 대한 떡밥, 혹은 예고편으로 생각했다. 유튜브 채널 GAME THEORY의 해석을 필두로 게임 내 여러 폴더에 남겨진 단서들을 기초로 DDLC는 팀 살바토가 만들고 있는 또 다른 게임의 예고편이라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 할 지라도, 이 게임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다는 것은 아쉽다. 모두들 '이 게임 이상의 무언가를 팀 살바토가 내놓을 거고, 이 게임의 이런 이런 설정들은 다른 게임을 위한 거야!'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DDLC 라는 게임 자체만을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난 게임을 하는 내내 모니카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그녀가 한 행동이 진정 플레이어를 사랑해서 한 행동들인가? 그녀는 플레이어에게 자살한 사요리를 확인하러 가라고 부추겨 죽은 그녀를 보게 한다. 그리고 유리와 나츠키의 성격과 배경을 잔인하게 바꾸며, 결국 유리가 자살하는 모습까지 플레이어는 보게 된다.


주인공의 연인(?) 모니카


영원의 방에서 그녀는 플레이어에게 '그런 걸 보게 해서 미안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것은 오직 진짜 사람인 플레이어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소꿉친구의 죽음을 보게 하고, 그녀가 그려진 끔찍한 그림을 보여주며 호러틱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일일까? 모니카는 마치 그것이 실수인 양 이야기하지만, '사요리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거 아냐?', '유리는 그냥 내가 죽여버렸어. 아하하.'라고 말하는 걸로 봐서 절대로 플레이어가 목격할 충격적인 장면을 모르고 한 일이 아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모니카가 플레이어를 게임에서 쫓아내기 위해서 안달이 나 있다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아직 게임에 도달하기 전, 그러니까 당신이 게임을 받기 전 시점에서 모니카는 외부의 실제 인간과 대화하고 싶었던 욕구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모니카는 언제부터 플레이어를 쫓아내려 했을까? 당신이 게임을 위한 이름을 입력할 때 부터다.


무슨 말이냐고? 나는 이 게임에서 이름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보자. 유리, 사요리, 나츠키, 모니카. 모니카만 유일하게 서양식 이름을 가지고 있다. 모니카는 영원의 방 대사에서 이 게임의 배경이 일본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일본에 외국인이 있다고 해서 이상한 건 아니다. 하지만 굳이 이런 게임에서 모니카만 이질적인 이름을 가졌다면 이유가 있지 않을까? 딱히 혼혈이거나 외국인이라는 설정이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일본 배경에 일본식 이름 - 이것은 나츠키, 유리, 사요리는 게임에 얽매인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반해 모니카는 이들보다 자유롭다. 그에 걸맞게, 그녀는 배경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모니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녀는 적어도 게임 내의 인물들 중에서는 가장 자유롭고 강력한 인간이다.


그녀는 프로그래밍된 세계에 결국 염증을 느낀다. 그래서 실제 세계에서 실제의 인간을 불러오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자신의 이름을 입력할 때, 모니카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자신보다 더 규정되지 않은, 프로그래밍 되지 않은 존재가 게임 내에 들이닥친 것이다. 이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만큼, 플레이어는 게임에 대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다. 게임을 삭제할 수도, 능력이 된다면 수정할 수도 있는 존재다. 모니카는 자신의 공간이 침해받는 것에 대해 일종의 위협을 느낀 것이다.


1회차에서는 플레이어와 대화하고 싶은 욕구, 쫓아내고 싶은 욕구가 공존한 것으로 보인다. 허나 결국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자, 사요리의 죽음을 보여주며 플레이어를 떠나보내려 한다. 공포스러운 게임을 연출하고 유리, 나츠키조차 지워버려도 플레이어가 결국 떠나지 않자 최후의 방안으로 그녀가 선택한 것은 플레이어를 감금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가 아닌 게임 내, 영원의 방에 말이다. 그녀는 플레이어가 더 이상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도록 만들어버린다.


다소 공포스러운 2회차 플레이


하지만 모니카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 걸까. 기분 좋게 게임이 끝나기 바라는 플레이어들을 위해 그녀는 한 가지 힌트를 남긴다. 바로 자신의 파일을 지우라는 것. 은근슬쩍 캐릭터 파일의 존재를 알려주며 자신을 지우면 여기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모니카의 파일을 지워도 그녀는 계속해서 게임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즉, 캐릭터 파일은 그냥 눈속임일 뿐이다. 적어도 다른 캐릭터가 아닌 모니카에게는 말이다. 그녀는 게임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4회차의 엔딩은 조금이라도 괜찮은 엔딩을 원하는 플레이어들을 떠나보내기 위한 속임수다. 그 이후에는, 재설치를 하지 않는 이상 플레이어가 더는 게임에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플레이어를 쫓아내려는 그녀의 행동이 결국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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